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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오전 8시55분부터 1시간 남짓 EBS(교육방송) 채널을 통해 방영된 녹화 프로그램을 통해 '본고사가 대학자율인가'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을 했다.

EBS 영어채널 개국을 기념해서 마련된 노 대통령의 이날 특강은 최근 일부 사립대학들의 문제제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3불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3불정책은 대학별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고 있는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는 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강연에서 '3불정책' 유지입장을 거듭 천명하면서 왜 이 정책들이 흔들려서는 안되느냐 그 이유를 알기 쉬운 말로 풀어나갔다.

노 대통령은 '3불정책'에 대해 "이 정책을 하게 된 이유가 창의력 교육 하자는 것이고, 공교육 살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창의력 교육을 위한 세가지 원칙, 공교육 발전을 위한 세가지 원칙이라고 하면 길어서 사람이 외우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세 가지는 하지 마라 이런 것인데 이 이름을 누가 붙였는지 모르지만, '불'(不) 자가 들어 있지만 내용은 아주 중요하고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본고사 부활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세계 일류 대학교중에서 본고사 보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고 자르면서 "왜 한국에서는 꼭 본고사를 봐야 세계 최고 경쟁력이 있는 대학이 되겠느냐고 묻고 싶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교육의 목적과 관련, "교육은 누구에게나 신분상승, 계층 상승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이어야지, 그것을 자꾸 막아버리는 교육이 됐을 때 우리 사회는 나중에 하나로 갈 수 없고, 결국은 두 개로 쪼개질 수 밖에 없다"며 국가 전체 교육의 미래를 보는 관점을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사회가 그렇게 사람들에게 계속 사람을 불안하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서울대, 연대.고대 안 나와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며 "저도 인사를 해보지만 역시 서울대, 연대.고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대학 출신들 지금 쟁쟁한 자리에 다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전남대를 졸업한 이용섭(李庸燮) 건교부 장관을 거론하며 "지금 건교부장관 하시는 분은 국세청장하고 청와대 혁신수석하다가 거기서 또 일 잘해서 행자부장관으로 갔다가, 또 일 잘해서 건교부로 발탁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창의적, 창조적 자세, 도전적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설사 대학교 좀 이름없는데 가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3불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한 노 대통령의 강의 요지이다.

◆대학별 본고사 = 학교별로 본고사를 보려는 이유는 학생들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교마다 각기 어려운 시험을 내게 된다. 학교에서 안 가르친 것도 많이 나오고 또 수능방송에도 안 나온 것 계속 나온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교육 수요가 충족 안된다고 해서 자꾸만 학원으로 아이들 보내게 된다.

그래서 공교육이 완전히 붕괴돼 버린다. 아이들을 학원에서만 공부를 다 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교육목적에 맞느냐, 한국의 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느냐. 결론은 아니다. 사교육만 넘치게 되면 학부모들은 등이 휘고 아이들은 코피가 터진다.

본고사 방식은 주로 주입식 암기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교육 목표가 창의력 교육하자는 것인데 학원에서 창의력 교육, 인성교육, 건강한 민주주의 시민교육이 되겠느냐. 학부모도 죽어나고 학생도 죽어나고, 그 결과로서 교육은 제대로 안 되고, 경쟁력 있는 학생을 못 키우는 것이다.

또 학원에 돈 많이 갖다 주는 사람이 대학교 들어가고, 그것도 안 돼서 독선생 붙이는 사람이 좋은 대학교 들어가게 된다. 지금도 학부모의 학력과 학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 대학교 가는 숫자가 다 달라져 있다. 이걸 해소해야 되는데, 오히려 지금 본고사 가 버리면 해소는 커녕 이제 많이 배우고 돈이 많은 사람은 대학교를 가고 아닌 사람은 못가고, 몇몇 일류대학교를 나온 사람만이 한국내 모든 요직은 독점하는데, 국제적인 경쟁력은 뚝 떨어져 버리게 된다.

우리가 갖고 있는 방법으로 충분히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다. 현 제도 변별력이 없다는 것은 이론상 맞지 않다. 실제로 변별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것이고, 일류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 100등안에 들어가는 많은 대학들, 그중에서도 10위안에 들어가는 많은 대학들이 본고사를 갖고 학생을 뽑느냐. 그렇지 않다. 대학은 뽑기 경쟁하지 말고 가르치기 경쟁해야 한다.

◆고교등급제 = 학교를 일률적으로 등급을 매기는 고교등급제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하지 않는 제도이다. 등급제는 학력중심, 시험중심의 사회를 만들려는 것으로 창의력 교육을 붕괴시켜 주입식, 암기식 교육밖에 못하게 하는 것이다.

고교등급제 하게 되면 결국 고교 입시제 부활하게 된다. 그러면 중학생들이 입시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면 중학교 등급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입시공부를 해야 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기여입학제 = 기여입학제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사립 대학교가 몇 개 되겠느냐, 또 사립학교도 서열화시키는 결과가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또 하나 국민들의 정서도 중요하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국민들이 충분히 설명을 듣고 수용할 수 있어야 되는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우리 국민들은 이것을 용납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산층과 중산층보다 조금 못하는 서민들은 '내 아이도 대학교 보내야 하는데, 누구는 돈 주고 들어가고 누구는 돈 없어서 아이 대학 못 넣는 그런 사회제도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서를 갖고 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실용적인 이런저런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인데 굳이 한 두 개 대학을 위해서 그런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겠느냐. 또 실제로 그거 요구하는 대학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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