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 서부의 목장에서 말 대신 값싼 ATV(산악용 4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머지않아 말을 타는 카우보이를 보기 힘들게 됐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목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목장에서 사료나 물을 주고 한 곳으로 모는 등의 가축 돌보기는 물론 펜스를 고치거나 심지어 올가미를 던져 소를 잡는 등 각종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말을 모는 대신에 편리하게 ATV를 사용하는 곳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
미국 사회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목장 관계자들이 말 대신 ATV를 사용하는 것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특히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ATV 가격이 대당 5천 달러 정도인데 반해 훈련된 말은 1만5천 달러나 하고 말을 사육하기 위해 또다시 사료값, 관리자 인건비 등 상당한 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우보이 모자 대신 야구 모자를 쓰게 된 목장주들은 이처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ATV를 `일제 소형 경주마(Japanese quarter horse)'라고 부르고 있으며 한번 ATV를 사용할 경우 다시는 말로 대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ATV는 연간 90만대에 이르며 이중 4분의 1 가량이 목장이나 일반 농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팔린 ATV는 모두 760만대에 이른다고 미국특수장비연구소측은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테욘랜치에서 3대째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존 레이시(68)씨의 경우 4명의 관리인 가운데 2명이 ATV를 타고 다니며 2천600마리의 소를 관리하고 있다.
이 목장에 말이 있기는 하지만 갈수록 ATV를 사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노련한 관리인인 빌리 페레즈씨는 "예전 같으면 누군가 ATV를 타고 농장을 관리한다면 웃긴다고 빈정댔겠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만 에이커의 농장을 운영하는 레이시씨는 "나도 동물을 사랑하지만 누군가 목장 운영이 사업이라기 보다 인생이라고 얘기한다면 허튼소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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