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청와대 `약속없으면 18일 개헌발의' 배수진 배경

"헌법적 권한 포기에 상응하는 진정성 보여야"



열린우리당까지 가세한 국회의 개헌발의 유보요청으로 `정치적 절충'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던 개헌 정국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강력한 개헌의지 표명으로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조건부 개헌발의 유보' 입장을 밝혔던 청와대가 12일 개헌발의 유보의 조건으로 '책임있는 개헌당론 채택'을 명시하면서 답변 시한을 16일까지로 정하고, 한나라당 등 각 정당들의 상응하는 입장표명이 없을 경우 당초 방침대로 내주 개헌 발의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尹勝容) 홍보수석은 이날 "내주 초인 16일까지 차기 국회 개헌에 대한 당론 채택 및 대국민 약속이 진정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형태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17일 개헌안 국무회의 의결, 18일 개헌안 관보게재를 통한 발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文在寅) 비서실장은 "개헌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책임있게 약속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대화.협상을 위해 당분간 개헌발의를 유보할 의사를 표명했지만, 역(逆) 제안에 대한 답변 시한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날 답변 시한을 16일로 못박은 것은 '조건부 개헌발의 유보'라는 기조는 변함이 없지만, 전날에 비해 청와대의 강경한 의지가 더욱 읽혀지는 대목이다.

윤 수석이 발표한 청와대 입장은 노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는 게 물론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를 접견한 직후 정무관계회의를 주재했고, 회의 결과를 윤 수석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시한은 오늘 회의에서 정리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개헌 추진을 위한 '정치적 대화'쪽에 무게를 둔 듯한 입장에서, 하루 만에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개헌 발의 강행'으로 강조점을 옮긴 것은 대략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조건부 개헌발의 유보'라는 청와대 입장을 '사실상 개헌 의지 철회'로 해석한 다수 언론의 보도 영향이 컸고, 둘째는 원내대표 합의사항으로 발표된 '차기국회 개헌추진'에 대한 각 정당, 특히 한나라당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윤 수석은 "언론이 청와대 입장의 진의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을 보면 '어차피 안될 개헌 FTA 맞바꾸기' '결국 거둬들인 정략 개헌' '명분있는 퇴각' 식으로 나왔는데 청와대가 개헌안 발의를 완전히 접은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은 큰 오판"이라며 언론보도에 불만을 피력했다.

'개헌 철회'쪽에 무게를 실은 보도들은 전날 원내대표 합의문이 장영달(張永達) 원내대표와 청와대간의 사전 교감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들에 의해 증폭된 면이 없지 않다.

노 대통령 주재 정무관계회의에서도 언론 보도들에 대해 "잘못 해석했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대국민 메시지에 혼선이 없도록 청와대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해서 밝히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전날부터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 만났다가 급조된"(청와대 관계자) 원내대표 6인의 합의사항 내용은 '개헌발의 유보'의 전제 조건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일관된 기조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원내대표 합의가 당론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더구나 그 자리가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가 아니고 의사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모였다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약속과 실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형식으로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헌 발의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한"이라며 "그 헌법상 권한을 유보하거나 포기하도록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형식으로 정당들이 책임있는 개헌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개헌발의 유보에 필요한 필요조건을 '당론 채택 또는 대국민약속'이라고 명시했다. 당론의 형식은 각 당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최고위원회의, 당무회의, 전당대회 등 납득할 만한 수준의 공식적인 당론 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청와대의 당론 채택 촉구는 특히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월요일까지 6개 교섭단체가 모두 당론을 채택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가 이날 "노 대통령과 개헌 협상할 생각없다"고 당론 채택 요구를 일축하며 무조건 개헌 발의 철회를 주장한 것도, 청와대가 강공으로 수위를 높인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여, 청와대는 18일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발의된 개헌안은 현실적으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경우 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는게 청와대 분위기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이나 실익을 고려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은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라고 말했다. 부결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역사적 평가.기록'을 위해 개헌발의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또 정치적 부담은 청와대만이 아니라 한나라당도 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발의 강행의 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개헌안이 발의될 경우 의결을 위해 가ㆍ부간에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 "개헌 내용은 찬성이지만 임기 말이어서 안된다"는 이유로 부표를 던지는 다소 '모순적 투표'를 해야 하는 부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sgh@yna.co.kr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