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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한때 `국회앞 계단연설'도 검토"

동분서주 장영달 "머리털 500개 빠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치권의 `18대 국회 개헌처리' 합의를 수용, 개헌안 발의계획을 철회하기까지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등 나머지 정당에 차기국회 개헌을 덜컥 합의해줬다가 노 대통령이 "당론으로 정하고 확실한 대국민합의를 하라"고 고강도 주문을 하고 나서자, 개헌발의 강행이 범여권 통합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우려하며 가장 애를 태웠다는 후문이다.

지난 11일 아침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등 5당과 통합신당모임 등 6자 원내대표는 18대 국회 초반 개헌안 처리에 전격 합의하고, 청와대에 개헌안 발의 유보를 공개요청했다. 이 소식을 접한 청와대는 문재인(文在寅) 비서실장 주재 회의의 주제를 바꿔 긴급하게 대책을 숙의했다.

청와대는 긴급회의 끝에 각 당이 차기정부,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을 당론으로 정하고 정당간 합의를 통한 책임있는 대국민약속을 해주면 발의를 철회할 수 있다며 조건부 유보론을 발표했으나, 한나라당은 "무조건 개헌안을 철회하라"고 강한 톤의 논평을 내놨다.

이에 발끈한 청와대가 12일 당론 확인 절차가 없으면 예정대로 오는 18일 개헌안 발의를 강행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이후 다음 날인 13일 오후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박수로 18대 국회에서의 개헌안 처리 당론을 재확인했고, 청와대가 14일 개헌발의 철회를 발표하면서 3개월 남짓 계속된 개헌 정국은 일단락되게 이른다.

청와대가 개헌발의 강행을 시사한 12일부터 14일 개헌발의를 철회할 때까지 우리당은 장영달(張永達)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중재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청와대와 충분한 사전조율없이 6자 원내대표 회담에서 개헌안 발의 유보 요청을 전격 합의한 장 원내대표가 가장 애를 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장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문재인 비서실장을 만나 "개헌 발의는 대통령으로서 지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이다. 연설문 원고도 다 준비돼있고 한나라당이 끝내 방해한다면 비상한 수단을 동원할 생각까지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장 원내대표에 따르면 비상한 수단에는 본회의장 개헌 연설이 무산될 경우 대통령이 국회 본청앞 돌계단에서 연설을 강행하는 것도 포함됐다고 한다.

문 실장과의 회동 직후 장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를 찾아가 청와대의 의지를 전하며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더 이상 할 일이 별로 없다. 만약 6자 합의가 무산되면 모두 한나라당 책임"이라며 개헌안 당론 확인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득 과정에서 장 원내대표는 "우리는 솔직히 내년에 총선도 있고 한데 탄핵 비슷한 것이라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개헌안을 진짜 발의하면 그렇게 안 되리라는 보장이 있느냐"며 과장섞인 엄포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3일 오전 장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오후 의총에서 정중하게 당론을 확인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의총에서의 당론 확인 절차가 있은 뒤 긴장은 급격히 해소됐다.

이 과정에서 한명숙(韓明淑) 전 총리도 13일 요로를 통해 청와대가 개헌안 발의를 철회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개헌 발의를 철회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14일 문 실장은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에게 발표 직전 전화를 걸어 당론 확인 절차를 밟아준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고, 우리당 장 원내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수고를 많이 하신 것 같다"며 인사를 건넸다.

우리당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 것은 청와대가 만의 하나 개헌안 발의를 강행할 경우 대통합 신당 작업이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우상호(禹相虎) 의원은 "개헌안이 발의되면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등이 전부 현 시점에서의 개헌에 반대하기 때문에 대통합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장 원내대표도 "이제 개헌 문제를 한 고비 넘겨 대통합신당 문제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에 우리당이 개헌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대통합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 지 다른 (범여권) 정파들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머리숱이 많지 않아 고민인 장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쨌든 나로서는 대통령에게 송구스러운 일을 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내 머리카락이 500가닥은 빠졌을 것"이라며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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