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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은 19일 "지성인은 남의 힘에 기대려는 구차한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범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 전 총장은 이날 저녁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수신문 15주년 창립 기념식에 앞서 가진 `한국지성사회의 반성과 과제' 특강에서 이 같이 말한 뒤 "자격도 갖추지 않았으면서 자신을 과대선전한다든지, 남의 문전에 기웃거리며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려선 안된다"며 지성인의 `자립'을 강조했다.

그는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동굴의 비유'를 들어 "과거 지식인들이 정쟁에 휘말려 몸을 망친 경우가 하도 많다 보니 지성인들의 현실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자신이 발견한 빛을 동굴 속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힘든 길을 택한다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목전의 표계산에만 몰두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국민들을 위해 나라 걱정을 하는 지성적 태도가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사회 각 영역에서 지성인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때 정치도 이전투구의 정쟁에서 벗어나고 나라의 앞날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회가 캄캄한 어둠에 싸여 앞이 보이지 않고 나라 운명을 결정할 중대 갈림길에 섰을 때 지성인이 자기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정치가 혼탁하고 사회에 어둠이 드리워져도 지성인이 바로 서있을 때 혼탁과 어려움은 오래 갈 수 없다"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가 국민들이 아무 걱정없이 생업에 몰두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성인의 더 큰 역할과 헌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자립'을 기반으로 한 지성인의 현실참여를 강조한 정 전 총장의 발언은 정치권 안팎에서 독자신당 추진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결심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정 전 총장은 "언론이 자신의 이익에만 치중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비판을 묵묵히 수용하지 못한 상대방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잣대를 스스로에게 들이 댈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언론에 대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당초 원고에는 "`광고가 줄어드는 마당에 대기업한테 잘 보일 필요가 있다는 계산을 한 것 아닌가', `공정거래위, 국세청의 조사에 시달리고 있어 정부에 딴죽을 걸고 싶었던 것 아니냐' `코드를 맞추기 위해 편파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두둔한다'는 식의 비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도 있었으나 강연에선 빠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우리당내 예비주자인 김근태(金槿泰.GT), 정동영(鄭東泳.DY) 전 의장도 참석, 당안팎의 대권주자 3인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셈이어서 이목이 집중됐으나 정작 의미있는 대화는 오가지 못한 채 썰렁한 분위기만 연출됐다.

정 전 총장은 먼저 도착한 정 전 의장과 옆자리에 앉아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카메라 세례가 이어지자 "참석자들과 인사 좀 하겠다"며 어색한 듯 자리를 떴다. 그는 자리로 돌아온 뒤 "연락 못 드려 죄송하다. 반갑다"며 김 전 의장을 맞았으나 "제 자리는 저쪽이라서.."라며 곧장 헤드테이블로 옮겨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김 전 의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생일인 4.19 때 그랬던 것 처럼 교수님들이 어떤 참여, 결단을 통해 대한민국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다"며 정 전 총장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정 전 의장도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총장과) 만나게 될 것이며 깊은 얘기는 그 때.."라며 기대감을 표한 뒤 만남 계획을 묻자 "비밀"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세 사람은 각각 일정을 이유로 눈인사 조차 없이 행사장을 떠나 이날 조우는 정 전 총장의 시원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한 채 어색한 만남으로 끝났다. 정 전 총장은 "GT, DY와 만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어려운 질문"이라고만 했다.

행사장에는 국회 교육위 소속의 우리당 민병두 이경숙, 민주당 신중식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도 정 전 총장을 에워싸다시피 하며 `구애' 공세를 펼쳤다. 한편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도 행사에 초청됐으나 일정을 이유로 불참, 만남이 이뤄지진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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