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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8개월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 각당 대권주자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역대 대선은 물론 총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 추이가 선거결과로 그대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지면서 `여론조사=과학'이라는 등식이 성립됐고, 결국 그때 그때 민심의 소재를 투명하는 여론조사에 주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각 후보진영의 희비에 따라 선거전략이 수정되거나 용도 폐기되기도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의 소재 뿐 아니라 미래의 민심이동 방향까지 규율하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창출, 소멸시키는 과정이 거듭되면서 조사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쟁 역시 이해당사자인 각 대선주자 캠프에서 간단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92년 문민정부 수립을 기점으로 대선 국면에서 여론조사가 주요 변수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특히 여론조사를 의사결정의 도구로 사용한 지난 2002년 여권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그 영향력이 극대화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화와 국민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지면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면서 "92년 대선부터 조사가 활발해 졌고, 결정적으로는 2002년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여론조사가 한국사회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일 만큼 매우 커진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3김(三金)' 시대에는 지역의 안정적 지지세력이 존재해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선거를 치를 수 있었지만, 지역구도가 약화되고 이를 대체할 이념.정책정당으로의 자리매김은 상대적으로 늦어져 제 정파가 안정적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동적 민심의 흐름을 전달하는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지난 2002년 대선에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 투표일 6일 이전 조사까지 발표가 가능하기 때문에 막판까지 여론조사의 영향력은 대권판도의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선의 여정이 그때그때 부상하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됨에 따라 각당 후보경선 단계에서부터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되는 선호도와 지지도 결과에 후보진영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예기치 않은 `잡음'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선호도', `지지도' 등 개별 설문마다 달라지는 문항을 둘러싼 적합성 논쟁이다.

일례로 지난 19일 발표된 YTN-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34.1%,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22.1%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 전 시장 지지율은 같은 기관의 지난 4일 조사보다 무려 13.7%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는 설문 문항. 이전 조사에선 `누가 대통령에 적합하느냐'는 질문이 19일 조사에선 `오늘 당장 투표한다면 누구를 찍겠느냐'는 항목으로 바뀐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TNS 이상일 본부장은 "질문방식의 차이가 상당한 차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이런 차이를 간과하고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부분 공신력있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신뢰할 만한 결과를 발표하지만 조사들 사이에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후보 진영에서는 "특정 조사기관은 특정 캠프와 연계돼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여론조사 신뢰성 논쟁도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을 정도이다.

한 전문가는 "특정 기관이 캠프측 의뢰로 여론조사를 수행한다고 해서, 객관적으로 공표한 조사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며 "다만 외국의 경우 캠프조사를 하는 회사는 언론사와 조사를 피하는 관행이 있고, 국내는 그런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문제는 의뢰인의 취향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캠프에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다시 민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1위 후보에 올라타려는 현상)' 또는 `침묵의 나선효과(소수의견자는 침묵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점점 강화되는 현상)' 등도 그 영향력의 분명한 명암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고 건 전 총리 낙마 이후, 고 전 총리 지지자들이 이명박 전 시장 측으로 대거 몰린 사례를 대표적 `밴드웨건' 효과로 거론한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정치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같이 정치적 유동성이 심하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유통이 활성화된 국가에서 자기 생각이 다수가 아닐 경우 침묵하고, 다수가 되면 밴드웨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유권자들이 제한된 정보를 갖고 투표를 하는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 공표에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 및 여론조사전문가들은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는 `참고자료'로서 여론조사의 기능은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여론조사의 영향력을 과대평가 하거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SOI 한귀영 연구실장은 "여론조사 결과 자체보다는 그것이 언론을 통해 공표되면서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정치화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형준 교수는 "여론조사란 흐름을 보는 것이고, 상황의 `스냅사진'에 불과하다"며 "여론조사 결과만을 발표하는 `경마식 보도'보다는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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