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력대권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양 진영에서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신경전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벌이던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박 전 대표가 한자리 수까지 추격하는 등 이제까지와 다른 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측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24일 불교방송 라디오 ‘조순용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다수의 지지도에서 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저희 여론조사나, 갤럽 등의 여론조사를 보면 20% 이상 차이가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론조사가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고는 평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명박-갤럽’의 유착관계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캠프 측 김준철 특보는 23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2월말 한국일보에서 G여론조사 회장이 특정 캠프(이 전시장 측)의 측근 참모로 일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 없는 점이 의아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잇따라 발표되는 오락가락 여론조사 결과
한편 올 대선을 앞두고 잇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기관마다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차기 대통령으로 누가 적합한가’, ‘오늘 당장 투표한다면 누구를 찍겠는가’ 등 설문 방식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 여기다가 대선주자 측이 입맛에 맞게 설계한 자체여론조사를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대체적인 지적이다.
지난 19일 ‘YTN-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4.1%, 박 전 대표는 22.1%의 지지율을 얻었다. 특히 이 전 시장은 같은기관의 지난 4일 조사 때(47.8%)보다 무려 13.7% 하락해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같은 날 발표된 ‘CBS-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전주대비 4.2% 오른 41.9%를, 박 전 대표도 1.6% 상승한 26.6%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은 43.8%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박 전 대표는 21.2%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이 전 시장 측 진수희 의원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시장 지지도가 급락한 ‘YTN-글로벌리서치’ 조사를 거론하며 "현재시점 투표를 가정한 완전히 다른 질문을 토대로 한 조사기 때문에 종전 조사결과와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대선이 8개월 남은 상황에서 질문 내용과 시기가 부적당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요즘 발표된 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 대표 측이 10일 발표한 자체여론조사 결과, 이 전 시장과 지지율 격차가 3.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의원 지지도에서는 오히려 박 전 대표가 11.7%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안-오픈엑세스가 지난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37.5%, 박 전 대표는 28.3%로 나타났다. 또 9일 한국사회과학연구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은 42.3%로 박 전 대표는 22.4%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공방 장기전으로 이어질 듯
다가오는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율을 반영하도록 돼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양측의 날선 공방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자리수 지지율까지 따라잡은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지지율 올리기'에 박차를 가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잠잠했던 '후보검증'이 또다시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박 전 대표 측이 24일 "여론조사와 관련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각종 보도매체를 통해 여론조사가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그 결과의 편차가 커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학회에서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중심으로 ‘여론조사 관련 선거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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