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의 현금보유 증가 현상은 재벌 등 소수 기업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 확대된 영업성과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현금보유 비중은 아직 미국 등 다른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으며 이들 기업이 현금보유를 늘리는 과정에서 설비투자가 위축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최용석 경희대학교 교수는 '기업의 현금보유 패턴 변화 및 결정요인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1990∼2005년 국내 상장 제조업체들의 현금보유 행태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보고서는 "상장 제조업체의 현금보유 규모는 1990년 5조원에서 2005년 40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일부에서는 이를 투자 위축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면서 재벌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현금보유 비중이 과거에 비해 과도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금보유 증가는 소수 재벌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5년 기준으로 삼성전자(6조9천억원), 현대자동차(6조100억원), 포스코(3조3천500억원), LG필립스LCD(1조4천700억원), SK(1조4천100억원), 삼성중공업(1조3천900억원) 등 6개사의 현금자산 보유액은 전체 상장 제조업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 6개사에 하이닉스반도체(1조2천200억원), 에쓰오일(1조1천900억원), 기아자동차(1조1천200억원)까지 포함한 현금보유 '1조원 클럽' 기업들의 설비투자액 비중 추이는 꾸준히 상승, 현금보유 확대가 설비투자 위축을 불러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 관찰되는 현금보유 비중의 상승은 외환위기이후 영업활동 위험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예비 목적으로 현금보유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특히 재벌기업들이 비재벌기업들보다 영업성과의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현금보유 비중은 아직 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기업의 현금보유 증가는 다른 국가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현금보유 증가에 근거해 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나라를 빼고는 찾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외환위기의 경험과 국제화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재무활동이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 이런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은 목표치를 갖고 현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현금보유의 증가 또는 감소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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