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이 4.25 재보선 직후인 지난 26일 대통합을 위한 제정당.정파 대표 연석회의를 제안한 데 대해 정작 참여 대상인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등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성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통합을 위한 제정당연석회의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모든 대상을 접촉해서 연석회의가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를 재차 강조했다.

범여권 정파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제정당 대표자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이것이 후보중심 제3지대 신당과 상호 보완관계를 가지면서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정 의장 제안의 골자.

정 의장은 이날 "어제 연석회의의 필요성을 얘기했는데 후보 중심 대통합을 정당들이 구경만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정당 정파들이 대통합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의논해보자는 것"이라며 "주도권 싸움이나 지분 챙기기와는 다른 논의를 해보자는 것인데 언론은 `주도권 다툼'이라고 얘기한다"며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 의장이 `기득권 포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신당모임과 민주당 등은 "열린우리당이 나서서 자리를 만들겠다고 해서 참여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평가절하하며 우리당이 해체하거나 소속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수 에 없다며 압박했다.

신당모임과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에는 재보선 이후의 우리당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마저 엿보인다.

신당모임 노웅래(盧雄來)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 제안이 이전보다 진전된 것은 틀림없지만 열린우리당을 정치적으로 풀어준다는 선언을 하고 나야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단순히 대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양형일(梁亨一) 대변인은 사견을 전제로 "열린우리당은 지난 번에는 후보중심 통합론을 얘기했다가 이제 갑자기 후보가 빠진 제정당 연석회의를 하자고 한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면 될 일도 안 되는데 그런 주장을 누가 받아들이겠느냐"며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강래(李康來) 의원도 "오란다고 해서 그런 테이블에 누가 앉겠느냐"며 "결국 열린우리당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탈당해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며 탈당을 종용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의원은 "다른 정파들이 열린우리당을 실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제안하고 더군다가 열린우리당 지도자가 동참하는 연석회의에 호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고스톱에 비유하지만 국민중심당은 8광, 민주당은 똥광 정도 되는데 우리당은 (스스로 점수를 낼 수 없는) 비광"이라고 말했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재보선에 후보조차 못 낸 열린우리당은 정당으로서의 존립근거를 상실한 만큼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위해 당을 해체하는 것이 맞다"며 "민주당은 우리당과는 당대당으로는 어떠한 교섭이나 협상도 안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유 대변인은 우리당이 재보선을 `선거연합의 승리'라고 자평하는 데 대해 "왜 다른 당과 무소속의 승리를 자기들의 승리라고 하는 지 모르겠다. 남의 다리를 긁고 시원하다고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정 의장으로부터 4.25 재보선 이전에 몇 차례 면담 제안을 받았으나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어 만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제 정당 연석회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내에서도 정 의장이 제안한 제정당 연석회의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우리당 재야출신 그룹인 민평련 소속 한 초선의원은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뭔가 하려는 건 더이상 안되는 일"이라며 "우리의 처지와 조건을 분명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민평련과 탈당파인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 10명, 사회단체인사들은 26일 오후 회동을 갖고 최근 정치세력화한 시민사회단체인 `창조한국 미래구상'과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이 통합 대회를 갖는 내달 15일 이후 정치권내 진보블럭이 합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탈당을 통한 새로운 세력 형성에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 한 참석자는 "신당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맞물려 (탈당이) 가시화될 수 있다"며 재야그룹의 수장인 김근태(金槿泰) 전 의장이 합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