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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독일인, 43년간 전사자 유골 2만구 수습



60대의 한 독일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한 뒤 방치됐던 독일과 소련 병사 2만구의 유골 수습 작업을 무려 43년간 자비를 들여 묵묵히 펼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독일 베를린에서 남동쪽으로 약 30마일 떨어진 폴란드와의 접경 지역 하벨 일대에서 유골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에르빈 코발케(65)씨.

코발케씨가 작업하고 있는 이 지역은 2차 대전의 종전을 바로 앞둔 1945년 4월 독일군과 소련군이 사활을 건 일대 접전을 벌여 2만여명이 몰사했던 곳이다.

그의 아버지 역시 독일군으로 참전해 프랑스에서 전사했는데, 지난 1963년 천식이 있던 장인이 땅 파는 것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삽질을 하던중 한 독일군 병사의 유골을 발견하게 된 것이 43년간 이어져온 무명 전사자 유골발굴의 시작이 됐다.

주위에서는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고 핀잔을 줬지만 "우리 세대가 무엇을 하건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우리들은 없었다"며 조용히 유골을 수습해 인근 공원묘지에 안장했고 이런 작업은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은밀하게 진행됐다.

이런 그의 작업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이제는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가세했고 `독일전쟁무덤협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일부 신원이 밝혀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 유골 가운데에는 소련군 병사들도 적지않으며 일부에서는 "그들이 독일에 한 짓을 알면서도 발굴해주느냐"고 지적했지만 전쟁을 일으킨 것은 오히려 독일이었다고 반박하면서 모든 사자(死者)들의 유골을 챙기고 있다.

그는 두 딸과 5명의 손자를 뒀으며, 짬나는 대로 유골함과 장비를 챙기고 작업복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그에 대해 부인인 기셀라씨는 "쉬지않는 고용인(restless pensione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대략 땅속 90cm에 파묻혀있는 유골 대부분이 20대의 젊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전쟁을 "상대에 대해 너무 잘아는 기성세대의 명령을 받은 젊은이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규정한다.

자신의 선행을 남이 알아주기를 원치도 않는 그이지만 자신이 발굴한 유골을 받아든 92세의 미망인이 "이제야 평화를 찾게 됐다"고 읊조릴때 "내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코발케씨는 "나는 죽은 이들을 심판하지 않으며 다만 신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며 오늘도 이름없는 전사자들의 유골을 찾아다니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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