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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협상이 시작되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한 달전 끝난 한미 FTA와는 세계 양대 거대 경제권과의 FTA 협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부분 닮은 꼴이다.

그러나 협상 의제나 협상 방식, 민감분야 등 적지않은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차이점이 나타나는 이유는 EU가 단일 국가가 아니라 27개 나라의 연합체여서 EU가 개별 회원국으로부터 권한을 위탁받지 않은 분야에서는 협상을 할 수 없는 측면이 있고 민감한 분야에서는 회원국마다 이해 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분야 등에서 EU가 미국과 달리 개방에 보수적이라는 점도 차이점을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ISD 빠지고 서비스는 '포지티브'식

한-EU FTA 협상에서는 한미 FTA 진행과정에서 대내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나 방송분야가 빠질 것으로 보이는 점은 한미 FTA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차이다.

김한수 외교통상부 FTA 추진단장은 "EU의 경우 투자보장이나 문화 등 분야는 회원국이 EU에 (협상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서비스 협상에서 미국과의 FTA는 명시된 유보분야를 제외하고 모두 빗장을 푸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EU와의 협상은 협상대상을 명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큰 차이다.

서비스 분과장을 맡은 재정경제부 김영모 통상조정과장은 "우리측은 네거티브 방식을 이야기하겠지만 EU는 포지티브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해 협상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 농산물.무역구제, 상대적으로 덜 민감

미국과의 FTA에서는 쇠고기, 쌀 등 농산물 문제로 협상이 결렬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EU와의 협상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가 낙농.축산품이나 원예작물을 비롯 위스키.와인 등 농식품류를 많이 수출하기도 하지만 곡물류 등은 다량 수입하는 위치에 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예비협의시 EU측은 자국으로서도 농업이 상당히 민감한 품목이라고 밝혔으며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경험을 통해 한국 농.수산업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한미 FTA에서 우리측이 강공을 전개했던 몇 안되는 분야였던 무역구제 역시 우리측으로서는 개선요구를 할 계획이지만 미국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백두옥 산업자원부 무역구제정책팀장은 "현재 하이닉스반도체의 D램 상계관세 등 현안이 있기는 하지만 EU와는 매년 '무역구제기관협의회'라는 통로를 열어두고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협상에서 개선을 요구했던 제로잉 같은 분야에서는 우리와 EU측이 같은 입장이었다는 점도 무역구제 협상에서 큰 충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섬유분야에서도 EU측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악명놓은 '얀 포워드'(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경쟁이나 정부조달 등의 분야에서는 우리측이 체결한 FTA와 EU가 체결한 FTA의 내용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갈등이 크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 비관세 장벽. 서비스 힘겨루기는 닮은 꼴

하지만 결코 협상진행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미국 이상으로 심각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분야도 적지않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와 의약품,화장품 등 각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질 각종 규제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다.

화학공업의 본고장인 유럽에는 독일,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규모의 다국적 제약사와 화장품 회사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당연히 이들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관련 약가제도, 특허제도, 상품 표시제도 등에 대해 투명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워 미국 이상으로 협상단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대(對)EU 수출의 19% 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가 큰 산이다. 자동차 기술과 환경표준을 EU측이 자국에 유리하게 고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데 10%나 되는 EU의 자동차 수입관세를 허물어야 하는 우리로서는 EU의 요구를 묵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김용래 산자부 자동차.조선팀장은 "세계 자동차 기술과 환경표준이 대체로 미국형과 유럽형으로 양분돼 있는데 양쪽에 모두 수출해야 하는 우리는 양쪽 절충형의 표준을 택하고 있다"며 "미국과 EU 모두 우리 제도를 '비관세 장벽'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여기에 근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서비스 분야에서도 미국 이상의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때문에 우리나라 시장을 열기위한 파상공세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모 서비스 분과장은 "EU는 미국에 못지 않은 서비스 강국으로 금융,통신,법률,택배 등에 관심이 높다"며 "EU가 서비스 개방협상에서 포지티브 방식을 선호한다고 해서 협상이 쉽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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