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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서 회식에서 음주나 늦은 귀가를 강요하는 것은 불법행위로, 위자료 지급의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4년 4월 유명 벤처회사에 입사한 A씨(여·29)는 출근 첫날부터 팀장 B씨에게 시달리기 시작했다.

A씨는 "맥주는 2잔 정도, 소주는 전혀 하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입사 환영 회식에서 B씨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흑기사를 하는 남자직원들과 키스를 시키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억지로 소주 2~3잔을 마셔야 했다.

B씨는 1주일에 2회 이상 별 안건이 없어도 회의 명목으로 직원들을 술집에 데려간 다음 새벽 3~4시에야 팀원들이 귀가하게 했다. 평소 B씨는 팀원들에게 일을 잘 하지 못하면 선호하지 않는 부서로 보내겠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 단합을 유달리 강조해 팀원들은 B씨가 개최하는 회식자리에 반드시 참석하는 분위기였다.

환영식 술자리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사무실에서 B씨는 A씨의 양팔로 목을 감싸고 손으로 가슴을 문지르는 등 신체 접촉을 했으며, 다른 술자리 등에서도 유사한 성적 언행은 여러번 지속됐다.

B씨는 A씨가 한번은 회식 술자리에서 몰래 빠져나와 귀가하자 이를 심하게 질책하는 한편 '창조적인 생각을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며 비흡연자인 A씨에게 담배를 피울 것을 권하기도 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A씨가 양주를 물에 섞어 마시려 하자, "네가 술집 여자냐"라고 말하며 양주를 다시 채워주고 술을 마시게 하는 일도 있었다. A씨는 음주강요와 신체 접촉을 모면하기 위해 사무실 출근할 때도 화장도 잘 하지 않고 옷도 후줄근하게 입었다. 회식자리에서는 가급적 B씨와 멀리 떨어져 앉으려 했지만 B씨의 유사한 행동은 계속됐다.

잦은 술자리와 늦은 귀가로 A씨는 4년 동안 교제해 온 남자친구와도 헤어졌으며, 위염과 적응장애, 편두통, 불면증, 남자에 대한 회피 반응 등 다양한 증상들이 생겨 치료를 받아야 했다.

참다못한 A씨는 입사 두달 만에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함과 함께 B씨를 처벌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도 B씨를 진정하고 검찰에 B씨를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고소했다. 또 "성적 언동과 음주, 늦은 귀가 강요로 피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이후 B씨는 징계면직 처리됐고,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B씨의 행동을 성희롱으로 결정했다. 형사재판에서는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또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인 서울고법 민사26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6일 성적행동과 음주 강요, 늦은 귀가 강요 등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B씨는 A씨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씨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해 인격권을 침해했으며, 이로 인해 A씨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입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거나 조금밖에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그러한 사정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건강이나 신념 또는 개인적인 생활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B씨는 A씨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신체에 대한 상해를 가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2회 이상 B씨가 마련한 회식자리에 참석해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한 것은 B씨의 평소 언행에 의해 강요된 결과라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A씨가 근무시간 외의 여가를 자유롭게 사용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당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indepe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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