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은 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신들에 대해 "구태정치"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 각각 "아무리 미워도 말은 가려서 하라", "원칙도 대안도 없는 통합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김 전 의장은 이날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내고 "대통령이 정치인 노무현의 자격으로 한말씀했다. 구태정치, 잔꾀 등 특유의 독설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며 "국민은 품격있는 정치와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아무리 미워도 말은 가려서 했으면 한다"고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대통합신당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다른 한쪽(친노 의원들)에서는 갈테면 가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어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뺨 때리는 행태야말로 구태정치이고, 여론이 불리할 것 같으면 `대통합신당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게 잔꾀정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실종됐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남북화해.협력,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이라는 원칙은 대통령님에 의해 부정되고 좌초됐다"며 "스스로 원칙과 명분을 파기하고 허울뿐인 우리당을 사수하자는 게 가장 무원칙하고 명분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김근태는 대통합 신당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도 `고뇌와 원칙'이라는 글을 통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은 민주화의 역사적 정통성이라는 기반 위에서 탈지역주의, 반특권, 반부패의 가치를 국민에게 평가받고 선택받은 역사이고 그 역사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통합이 원칙과 대안도 없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이어 "지금은 국민에게 무의미한 당 사수론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고 갱신하는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며 역사적 짐이라고 생각한다"며 "현 시점에선 정동영의 원칙과 대통령의 원칙이 다를 뿐이며 정동영의 길은 국민에게 순종하는 것이며 그 길은 대통합"이라고 주장했다.

두 전직 의장의 탈당 및 당 해체 요구 등에 맞서 질서있는 대통합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말은 옳지만 대통령이 논쟁의 당사자가 돼선 안된다며 발언 자제를 촉구했다.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말과 글처럼 힘을 합쳐 대통합신당을 했으면 좋겠다"며 "다만 대통령이 논쟁의 당사자가 되면 질서있는 통합의 환경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과 글이 올바르면 대통합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할텐데 오히려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당 사수 주장이 대통령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당 해체를 통한 범여권 대통합을 강력히 주장해온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자해행위"라는 격한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문학진(文學振) 의원은 "정당한 절차를 밟은 2.14 전대의 정신이 바로 당 해체를 통한 통합신당 창당이라고 노 대통령에게 대꾸해드리고 싶다"며 "동서고금을 통해 이런 평가를 받는 당이 없었고 우리당은 해체를 하는 게 순리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은 왜 한나라당 후보를 공격하지 않고 이쪽 진영의 후보만 공격하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친노 그룹의 부활과 승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자해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친노(親盧) 성향의 이화영(李華泳) 의원은 "대통령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가치와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정당정치를 잘 해야지 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불리를 따지며 헤매야 하는가. 대통령만 공격해서 반사이익을 거두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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