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 민주당 등 범여권 3당이 조만간 실질적인 통합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그동안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을 내걸고 완고한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통합신당과 적극 대화하겠다며 닫혀있던 대화의 물꼬를 틀 기미를 보이자 지지부진하던 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열린우리당 내외의 책임있는 인사들과 중도개혁세력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겠다"며 중도개혁세력 통합추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했고,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이에 화답해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정 의장은 10일 오전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통합추진위 회의에서 "어제 박 대표가 제안한 통추협은 과거 내가 제안한 제정파 연석회의와 큰 맥락에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언제든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박 대표가) 말씀한 전제조건을 포함해 모든 것들을 서로 협의하면 된다"며 "작은 차이는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최재성(崔宰誠)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쪽에서 전제조건을 걸기는 했지만 우리쪽에서 스스로 조건없이 만나면 되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수평적 만남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신설합당 같은 문제도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신당도 민주당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물밑대화를 가속화할 방침인 가운데 이날 오후 김한길 대표가 취임 인사차 민주당사에서 박상천 대표를 만날 예정이어서 양측간 통합 논의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논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세 정당이 동시에 신당 창당에 나서는 `원포인트 대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순차적인 통합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합 당사자인 이들 세력이 적극적으로 대화창구를 개방하고 나선 것은 5월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공감대와 더이상 통합을 미룰 수 없는 각 당의 절박한 사정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두 전직의장이 충돌하면서 공중분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이고, 민주당내에서는 이 시점에서 방향을 돌리지 않으면 향후 통합정국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통합신당 역시 독자정당 창당으로 오히려 통합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통합 논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덕규, 한광원 의원 등 11명은 모임을 갖고 "대통합 신당 창당의 대의에 동의하는 제 세력이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라며 제정파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하고, 종교계 원로들이 논의중인 대선주자들의 광주 5.18묘역 공동참배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문학진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이제는 찔끔찔끔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으며 집단적으로 큰 규모의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탈당한 대통령이 당내 문제에 간섭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언급은 자제돼야 하고 매우 적절치 않다는 점을 재확인했고, 필요하면 대통령과 당 원로들이 면담해서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을 자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