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탈기획사 현상과 함께 직접 기획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류스타인 배용준은 이미 연예인이 직접 설립한 회사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불리우며 개인소득세로 97억원을 납부해 동료 연예인들의 부러움과 동시에 경쟁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
또 배우 이병헌은 B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자신이 직접 연예산업에 뛰어들었고 그룹 신화의 멤버인 에릭도 탑클래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밖에도 배우 박신양의 시너지 인터내셔널, 박준형의 갈갈이패밀리, 토니안의 TN엔터테인먼트, 컬투의 컬투엔터테인먼트등 그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스타가 설립하는 기획사들 속속 등장
연예인기업의 효시는 가수 조용필의 '필기획'이다. 조용필은 필기획을 통해 음반제작, 공연, 스케쥴등 모든 연예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가수 이승환은 '드림팩토리'를 설립하고 가수겸 제작자로서 활동해왔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주역인 서태지는 '서태지컴퍼니'를 설립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은 YG엔터테인먼트를 지휘하고 있다.
그룹 신화의 멤버인 앤디는 'ND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고 이민우 역시 '엠라이징'을 설립해 활동에 들어갔다. 밴드 자우림도 '(주)자우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배용준의 키이스트와 장동건의 스타엠, 이병헌의 BH엔터테인먼트의 내면에는 '한류'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한류'로 인해 시장이 확대되었고 수익이 확장되다보니 스타에게 막강한 자본력이 형성됐다. 실예로 배용준이 일본에서 판매한 화보집과 캐릭터 상품등이 약 240억원의 수익을 올려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이라는 시장이 없었다면 이같은 성공신화도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이 소위 '잘나가는' 소속사를 찾는 이유는 스타시장에서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것과 자본축적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므로 자금력과 인지도가 확보된 연예인은 오히려 대형기획사와의 전속계약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갈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고 자신이 상상해온 연예활동을 직접 설립한 회사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욕구로 회사설립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의 의견을 들어주어야 했던 소속사에서 자신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기획사로 바뀐것뿐 사업에 있어서 대형기획사의 구조를 그대로 이어간다. 오히려 자신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해 영화, 드라마는 물론 캐릭터사업, 모바일, 음반제작, 신인발굴, 해외마케팅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할리우드 시스템? 시장왜곡 심화될 우려도...
할리우드나 홍콩의 스타들은 국내보다 먼저 연예인기업체제를 구축했고 많은 스타들이 영화제작업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잘알려진 홍콩의 성룡과 유덕화등은 영화제작사와 홍보사등을 구축하고 신인감독의 발굴, 신인배우들의 발굴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멜깁슨,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은 스타도 영화제작에 뛰어들어 많은 작품을 제작했고 성공도 일궈냈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연예인기업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이 연예인 기업화가 '헐리웃 시스템의 차용'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할리우드의 시스템은 국내 연예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제작에 뛰어들어 성공했다지만 그들은 경영에 뛰어들지 않는다. 미국 주법에 의해 제작업과 매니지먼트는 철저히 분리되기 때문에 모든 사업적 분야는 전문적인 에이전시들이 도맡아 진행한다.
미국의 스타들은 국내와 달리 매니저를 직접 고용하고 자신의 자본력을 담당할 변호사를 고용한다. 그리고 자신의 연예활동을 위해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게 되고 이때부터 스타는 창작활동에만 매달린다. 스타는 회사에 소속되거나 고용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지만 고용한 매니저와 변호사등의 임금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에이전시가 연결한 작품에 최선을 다한다.
반면 국내 연예산업은 시장구조상 모든 제작과 마케팅, 매니지먼트가 모두 스타파워에 의존하고 모든 콘텐츠가 작품위주가 아닌 스타위주로 제작되고 유통된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연구원은 "미국식 에이전트 제도는 현재 국내 연예인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시스템이다"라며 "미국식 에이전트는 매니지먼트와 제작업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고 법적으로도 간접적인 소규모 투자이외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국내 연예기업은 제작, 매니지먼트,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연예인CEO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할리우드 시스템이라고 말할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스타의 1인기업화는 할리우드 시스템을 기반했을때 가능해진다. 현 국내 스타들의 1인기업화는 단순히 '스타가 CEO인 연예기획사'일뿐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군림하고 있는 대형기획사와 다를바가 없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외국의 연예인들은 자신이 성공하면 감독이 되겠다거나 제작자가 되겠다거나 아카데미에 힘쓰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는데 반해 국내 연예인들은 성공하면 직접 회사를 차려 떼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별다른 시스템없이 성장한 국내 연예계가 이른바 '연예계는 인맥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만큼 인맥위주의 사업으로 성장해온 탓이다.
지난달 출범한 '공인에이전시법'TF팀의 관계자는 "국내 연예산업이 산업으로서의 구조를 갖기 위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오는 6월 입법예정인 공인에이전시법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연예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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