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親盧) 진영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홈페이지에서 당 존폐 문제를 둘러싸고 노무현 대통령과 논쟁을 벌였던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한 비난성 설문조사가 한때 진행됐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정 전 의장측에 따르면 `유시민의 인터넷 진지'(www.usimin.net)의 `오늘의 라이브 폴(Poll)' 코너는 `2% 정운찬이 마침내 뜻을 접었다. 합쳐서 3%인 정동영, 김근태는 왜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제목으로 지난 1일부터 사이버 공간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 전 의장측이 확보한 지난 10일 오후 현재 문항별 답변율은 `지분보장의 재산보호'(36.9%), `아직 잘 몰라서'(27.2%), `마지막 계급장이니까'(18.5%), `대통령이 되려고'(16.4%) `경주 완주의 사명감'(1.0%) 등의 순으로 랭크돼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측은 "저급한 여론조작이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발끈했다.

정 전 의장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입각한 관료의 위치에 있는 분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정치행위를 한데 대해 어이가 없다"며 "즉각적 사과는 물론 해임돼야 하며 당에서 출당 조치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김 전 의장측은 "유 장관이 직접 그런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일부 네티즌들의 행동에 대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 설문조사는 당초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공지돼 있었으나 정 전 의장측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11일 홈페이지 화면에서 삭제됐다.

이에 대해 유 장관측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도메인에 대한 운영권 일체를 기존 일부 회원 및 지지자들에게 넘긴 상태로, 도메인만 살아있을 뿐 유 장관의 공식홈페이지가 아니다"며 "유 장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전 의장측은 청와대가 2001년 11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노 대통령이 다른 후보들의 'DJ 때리기'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의 당원단합대회 연설 영상을 지난 9일 홈페이지에 게재, 정 전 의장의 `노무현 때리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데 대한 맞대응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정 전 의장이 `경선지킴이'로서 활동한 모습 등을 담은 `왜 나가라고 말합니까'라는 제목의 3분짜리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서울=연합뉴스)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