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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허용...한국판 '퀸텀펀드' 등장하나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14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헤지펀드 설립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에서도 빠르면 내후년 이후 조지 소로스의 '퀸텀펀드'와 같은 헤지펀드가 등장할 전망이다.

정부가 그동안의 규제 방침에서 선회해 헤지펀드 설립을 허용키로 가닥을 잡은 것은 금융허브 육성, 자통법 시행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투기적 성향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뒤 설립 허용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국내 공식적 헤지펀드 전무

헤지펀드란 다양한 투자수단을 이용해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를 말한다.

일반 뮤추얼 펀드는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며 다수의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을 한다. 반면 헤지펀드는 100인 이내 소수 고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일종으로 조세회피지역에 투자조합 형태로 설립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헤지펀드의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없다. 다만 금융시장에서는 2004년 기준 약 1만개의 헤지펀드가 1천2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 주가 하락세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되자 일반 투자자는 물론, 보수적인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자들도 헤지펀드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맡기면서 시장이 급팽창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각종 규제 및 제약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헤지펀드가 설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PEF)의 설립은 가능하지만 설립 주체가 자산운용사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개인이 자유롭게 설립해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출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헤지펀드는 일반 뮤추얼펀드에서 사용하는 '바이 앤 홀드'(Buy & Hold)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공매도, 쇼트 앤드 런(Short & Run), 차익 거래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동원하는데, 정부는 '법에서 정한 운용 방법 이외는 불허한다'는 조항으로 헤지펀드 특유의 운영테크닉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또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를 비공개로 모집해 이들에게만 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만 국내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의결권 행사 공시, 수익률 공시 등 공모펀드와 동일한 규제를 가해 헤지펀드의 설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 "헤지펀드 허용해 자산운용업 시장 육성"

정부는 그동안 단기.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성향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헤지펀드의 출현을 막아왔다.

특히 국내에서는 론스타 등 일부 사모펀드로 인해 헤지펀드가 단기성 투자자본, 국제 금융시장의 교란자라는 측면이 부각돼 여론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헤지펀드 설립 허용에 걸림돌이 돼 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자산운용업 중심의 금융허브 육성을 위해서는 펀드시장의 활성화, 나아가 헤지펀드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은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등 우리나라와 금융허브 경쟁관계에 있는 나라들도 최근 헤지펀드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해나가면서 헤지펀드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자통법 시행 이후 투자 대상의 다양화, 투자기법의 전문화 등을 꾀하고 금융투자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 발굴을 위해서도 헤지펀드를 비롯한 사모펀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헤지펀드는 자산운용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에 넘치고 있는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헤지펀드 설립에 대한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자통법 시행 이후 자산운용업 시장의 기반이 공고해질 경우'에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 "부작용 대비책 마련 후 허용"

헤지펀드의 양성화.활성화는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헤지펀드 설립에 따른 우려도 만만찮다.

헤지펀드들은 높은 수익을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을 통해 투자한다. 따라서 대형 헤지펀드가 투자에 실패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도 줄줄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1990년대 후반 미국의 헤지펀드인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LMC)'는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자본금의 54배에 달하는 1천2백50억달러를 파생 금융상품 등에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에 실패해해 1천억달러의 손실을 봤고 이에 따라 금융권의 연쇄 부도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부연구위원은 "헤지펀드는 레버리지를 이용해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데, 이러한 투자 방식이 실패할 경우 투자자 뿐 아니라 차입 금융기관에게까지 손해가 돌아갈 수 있다"면서 "롱 텀 캐피털 사례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는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헤지펀드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지만 정보 공개 등에 대한 간섭이 지나칠 경우 다양한 투자기법을 활용해 자유롭게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실효성이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수위로 규제할 지가 헤지펀드 설립 허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직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헤지펀드 설립을 허용하면 외국계 금융기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국내 금융사들의 금융기법 자체가 외국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헤지펀드 시장을 너무 서둘러 열었다가는 외국계 금융기관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퀸텀펀드의 영국 파운드화 공략에서 나타난 것처럼 헤지펀드가 특정 국가의 환율이나 금리정책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헤지펀드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알고 있으며 헤지펀드 설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시장에서 흡수할만한 여건이 될 경우에 헤지펀드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규제를 완화할 지는 시장 상황을 보고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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