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이명박 '타협불가'서 '양보결심' 급선회 배경

내홍격화로 '민심이반' 우려..본선 경쟁력 염두
상임전국위 코앞서 회견..극적 부수효과 노린듯



"이제 진짜 전투로 가는거다."

자칫 한나라당의 분열로 이어질 뻔한 당내 경선룰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4일 오후 자신의 개인사무실인 안국포럼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불쑥 던진 한마디다.

캠프에서 '당과 나라를 구하기 위한 5.14 대결단'이라고 이름붙인 이 전 시장의 경선룰 양보 선언은 이처럼 '양보'라는 의미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제대로 한판 붙어보자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의 '결심'은 기자회견 1시간여전 동대문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 당원교육행사에서조차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인 형태로 이뤄졌으나, 그의 발언을 되짚어 보면 결심을 예고하는 듯한 복선이 깔려있다.

이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걱정하고 있다. 큰 일 나는 것 아니냐, 잘못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의 분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자신의 결단으로 이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저는 하늘이 두쪽 나도 한나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한다. 저는 당을 떠나서는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경선룰 불화로 끝내 당이 쪼개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그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새벽 밤을 지새우다시피 해서 새벽녘에 결심했고 오후에 박희태 전 부의장 등 한두분에게 저의 뜻을 전했다"면서 이미 며칠전부터 고민을 했고 이날 오전부터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미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 나왔을 때부터 결국은 이 전 시장이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것도 예상된 시나리오가 그대로 전개됐다는 일각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결단에 대해서는 최측근을 제외하고는 캠프내 의원이나 보좌진들도 회견 직전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캠프 소집 통보를 받고 기자들에게 "어떤 내용이냐"라고 묻기도 했다.

실제로 오전에는 캠프 관계자 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재오 최고위원 주재로 여의도 사무실에서 회의가 열렸지만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오후 6시까지만 해도 외부에서는 이 전 시장 측의 강경한 분위기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이 전 시장이 오후 7시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오후 6시10분께 이 전 시장 캠프에서 소집령이 내려졌고 영문을 모르고 속속 도착한 20여명의 의원들에게 이 전 시장은 "결단은 후보가 하는 것이니 존중해달라"며 결심 내용과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 그가 태도를 급선회한 이유는 뭘까. "정권교체라는 중차대한 일을 놓고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국민앞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다"는 그의 말은 당 내홍으로 인한 민심이반을 가장 우려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캠프측의 자평이다.

당 내홍으로 인해 '한나라당 대선필패론', `4자 필승론' 등이 난무할 정도로 이미 심각한 전력 손실을 입었다는 판단하에 현재의 압도적인 여론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는 본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특히 만의 하나 경선룰 합의불발로 당 지도부가 와해되고, 경우에 따라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중대한 결심을 할 경우에는 이 전 시장의 대선플랜 전반이 어그러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강 대표의 중재안을 수용한데 이어 박 전 대표가 문제삼은 여론조사 하한선 문제도 받아들임으로써 '대승적'인 모습을 재차 보여주려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이는 양보를 하더라도 '대세에 지장없다'는 계산과 함께 결단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라는 판세분석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중재안 향방의 분수령이 될 상임전국위원회를 코 앞에 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읽혀진다. 이날 오후까지도 외견상 양보 내지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은 양보의 크기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언행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조해진 공보특보는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이번 결단으로 쇄신안, 중재안 수용에 이어 세번째 양보를 한 셈"이라면서 "이번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이 정면돌파 밖에 길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당의 화합을 위해 거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고독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도 "무엇보다 국민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 전 시장의 결단은 국민을 바라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leslie@yna.co.kr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