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여성의 '모발 제거'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17세기 유럽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파도바 출신의 가브리엘 팔로피오는 1616년 책 '비밀'에서 털로부터 인간을 해방할 수 있는 약제 조제법을 제시했다.

"박쥐 다섯 마리를 잡아 그것을 태워 재로 만들어라. 개미들로 하여금 이를 분해하게 해서 연고처럼 그 부위에 발라라. 그러면 어떤 털도 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남자의 눈물'이 항상 조롱의 대상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 근세 초기의 작가들도 아내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남자를 좋아했다. 남편은 유약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피조물에 대한 동정심에서 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대학에서 유럽 민속문학 정교수를 지낸 루돌프 센다는 털이나 눈물과 같이 우리 몸에 얽힌 유럽의 전설과 신화, 동화 등을 모아 '욕망하는 몸'(뿌리와이파리)을 펴냈다.

신체의 각 부위에 대한 의학적 기본 지식과 함께 성경, 소설, 시, 신문기사, 유행가 등을 광범위하게 인용해 색다른 시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몸의 가장 윗부분인 '머리'에 얽힌 사연부터 들어보자. '참수형'은 유럽에서 18세기 말까지 공개적인 의식으로 거행됐으며 민속 축제와 같은 것이었다. 1599년 '교회달력'에 적혀 있는 순교자 게오르크 쇠러의 참수형 이야기는 소름이 돋는다.

"머리가 떨어지고 난 후에도 그의 육체는 달걀 하나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시간 동안 그대로 있다가 편하게 몸을 돌리고 오른쪽 발을 왼쪽 발 위에 올려놓았다. 모든 사람들은 경탄했으며 시체를 태우지 않고 경건하게 묻어주었다."

대부분의 시와 소설에서 찬미의 대상이 돼왔던 입술과 키스에 관한 일화도 재미있다.

1997년 6월20일자 스페인 '엘파이스' 지에 따르면 시칠리아 몬레알레 시의회는 공개적인 키스를 금지하며 위반 시 20만 리라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젊은이들은 시의 대성당 앞에 모여 포옹하고 키스를 하는 '키스 데모'를 벌였다.

여성성의 상징 중 하나인 '다리'는 어떤가. 남성들이 아름다운 다리만을 찬미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농촌에서는 늘씬한 다리보다 농가 아낙의 튼튼한 근육이 더 중요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도 메피스토가 마녀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몸의 가장 아랫부분인 '발가락'을 살펴보자. 저자는 "이 책을 발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발이 가장 먼저 나오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들이 집에서 실려 나올 때 발부터 나온다. 해부학 조수는 냉동실에서 발을 앞으로 해서 시체를 꺼낸다. 엄지발가락에 작은 카드가 매달려 있고, 거기에 적힌 표식이 그 시체가 누구의 시체인지를 알려준다. 거기에도 육체와 생명, 고통과 기쁨이 있지 않았을까?"

박계수 옮김. 480쪽. 2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nanna@yna.co.kr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