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일까, 미풍일까.' 유시민(柳時敏)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컴백'으로 열린우리당 내에서 미묘한 술렁거림이 일고 있다.

아직까지 유 전장관의 향후 행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그의 `존재감' 만으로도 당내 제세력은 상당한 자극을 받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물론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대포장'돼 있다는 시각 속에서 당장 범여권 새판짜기에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 전장관 자체의 정치적 무게보다도 `노심(盧心) 대변자'로서의 상징성과 친노-반노 진영의 대립구도, 범여권 통합논의의 교착상황이 맞물려 그의 행로가 2차 빅뱅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일단 당 지도부와 중진그룹을 중심으로는 유 전장관의 복귀를 `평가절하'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의 복귀를 계기로 또다시 당내 분란이 조장될 경우 자신들이 그리고 있는 `질서있는 통합론'이 지장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다.

장영달(張永達)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원이 자연스럽게 당에 복귀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불필요한 확대해석을 하는 것은 본인도 원치 않고 저희도 그럴 생각이 없다"며 "복귀하면 국회에 충실히 임하게 요청할 것"이라고 유 전장관측에 자중자애를 기대했다.

장 원내대표는 "(복귀하면) 특별한 일이 있을 것처럼 얘기되고 있는데, 본인이 노력해서 불식할 부분은 불식하고 정당한 부분은 정당한 대로 해명하게 할 것"이라며 "본인에게 부담이 되는 지나친 해석은 본질과 관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도부가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당내 각 세력은 유 전장관의 복귀에 따른 당내 상황을 재점검하며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먼저 유 전장관의 당내 기반에 해당하는 친노 진영은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대오를 재정비하려는 기류가 읽혀지고 있다.

참여정치연대(참정연) 소속 김태년(金太年) 의원은 "당에서 통합추진위원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유 전장관이 거기에 나서거나 역할을 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유 전장관을 만나 정확한 얘기를 한번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직계의 한 핵심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통합을 말씀했기 때문에 유 전장관이 당에 돌아와서 다른 취지의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원칙과 대통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고 말하고 "유 전장관이 돌아온 만큼 여러가지 상황을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노 성향이 강한 통합파 의원들은 유 전장관의 복귀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면서 일부는 `탈당 결행' 가능성을 저울질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적극적인 `탈당파'로 분류되는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며 "(유 전 장관의 복귀 의미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돼있는 것 같다"고만 말하고 "유 전장관의 복귀와 관계없이 5월말, 6월초까지 대통합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행동으로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진(文學振) 의원도 유 전장관 복귀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면서 "현재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암중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지지부진한 통합추진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일부 탈당파들이 경우에 따라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유 전장관의 복귀 자체가 직접적인 탈당의 명분은 아니지만 그의 향후 행로에 따라 친노-반노 투쟁이 격화될 경우 이를 빌미로 집단탈당을 실천에 옮길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정대철(鄭大哲) 상임고문이 이끄는 10여명이 이달말 또는 내달초 탈당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원식(禹元植) 의원은 "힘을 모아야할 시기에 갈등의 소지가 될까 걱정"이라며 "특히 유 전장관과 친노단체인 참여정치포럼이 연결되면 엄중한 결과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갈등의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전장관의 복귀가 당장 집단탈당을 촉발시키는 요인은 아니지만 당 지도부가 `통합시한'으로 제시한 6.14를 전후해 빅뱅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주자 진영도 유 전장관에 대해 냉랭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전의장은 유 전장관의 복귀소식을 접하고 "별 의미가 있는가. 특별히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김근태(金槿泰) 전의장측은 "정당인으로서 당에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다만 유 전장관이 당 복귀 이후 2.14 전대 결의사항을 우리당의 구성원으로서 이행하고 실천할지를 지켜보겠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