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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가 24일 1천억원에 달하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비용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이라크 미군 철수를 둘러싼 조지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진검승부'는 일단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결론났다.

이로써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미군 병력 약 3만명을 증강시키기로 한 데 이어 이들을 지원할 충분한 재원을 확보, 이라크 저항세력을 제압하고 종파분쟁을 통제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은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정치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사태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내 여론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 정치적 부담은 더 커졌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에 1천억달러의 비용이 추가됨에 따라 미국은 지난 20세기 이후 가장 값비싼 전쟁을 이라크에서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계속 내몰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벼랑끝 전술'이 `숫자'를 눌렀다 = 이라크 전쟁이 최대 이슈였던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권력을 내줘야 했던 부시 행정부는 이번 전비법안 싸움에서 법률안 거부권 행사라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을 무력화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 의회가 전비법안에 오는 10월부터 6개월간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도록 철수시한을 명시해 법안을 통과시키자 지난 1일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했으며 미군 철수시한을 정한 어떤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하겠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던 것.

`총사령관'인 대통령이 당장 전쟁터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는 병사들을 볼모로 `철군시한없는 전비법안'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한 것이다.

결국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 내부분열만 노출시킨 채 시간을 끌다가 법안에서 스스로 철군시한을 빼기로 하는 등 꼬리를 내렸다.

◇부시, 승리 불구 정치적 부담은 더 커져 =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런 승리감에 빠져들기도 전에 더큰 정치적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이라크 사태는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내 반전여론은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CBS와 뉴욕타임스가 미국 성인 1천125명을 대상으로 지난 18-23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 76%는 미국의 이라크 안정화 노력이 잘못돼가고 있다고 답했다. 한 달 전보다 10% 포인트나 높아진 것.

이라크 미군 증강정책이 이라크 사태 개선에 별다른 영향을 못 미치거나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란 응답 역시 76%나 됐고 이라크 미군 증강으로 사태가 호전될 것이란 답변은 20%에 그쳤으며 응답자 63%는 내년 중으로 미군을 철수시키도록 시한을 설정하는 데 찬성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처럼 여론과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라크 정책을 그대로 유지키로 한 만큼 조만간 이라크에서 사태가 진전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24일 이라크 정부에게 정치.치안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거듭 촉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또 이라크 사태 진전을 위해선 이라크 주변국들과의 외교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큰 기대를 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 시리아와 직접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오다가 최근들어 대화용의를 내비치고 있으나 서로 신뢰가 부족할 뿐만아니라 절충점을 찾기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더욱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항과 종파분쟁은 악화일로다.

부시 대통령이 오는 8월 이라크 미군이 최악의 희생을 치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민들의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민주당 분열 노출 속 제2라운드 준비 = 12년만에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뒤 부시 대통령과의 첫 진검승부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설욕'을 다짐하고 나서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행정부와 의회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법안이 통과된 뒤 "(이라크 미군 철수)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백악관과 협상에 나섰던 데이비드 오베이 하원 세출위원장은 "나는 이 합의를 혐오한다"면서 "백악관은 이라크 실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구름속을 헤매고 있어서 이번 협상이 민주당이 대처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도 문제는 없지 않다. 이번 이라크 미군 철수시한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일사불란한 지도력을 보이지 못한 채 내부분열상을 그대로 노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경우 이라크전을 비판하면서도 군대에 등을 돌리는 대통령후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이지 않기 위해 명쾌하게 반대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지프 바이든 상원 의원은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전방에서 병사들이 싸우고 있는 한 우리는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법안을 지지하고 나섰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의원은 하원 통과한 법안에 찬성할 지, 반대할 지 밝히기를 거부했다.

따라서 향후 이라크 미군 철수문제를 둘러싼 부시 대통령과의 제2라운드에선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력이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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