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후폭풍으로 경찰지휘부 사면초가

기타

홈
기타

`보복폭행' 후폭풍으로 경찰지휘부 사면초가

강건택
등록 2007.05.27 16:32:0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수사 감찰이 몰고온 후폭풍으로 경찰 지휘부가 사면초가에 처했다.

외부에서 `감찰로도 의혹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조직 내부에서조차 `수뇌부가 자신들이 살겠다고 부하들을 검찰에 팔아 먹었다'는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27일 사이버경찰청 경찰관전용방 등 경찰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번 감찰 결과에 대한 비난과 수뇌부 책임을 주장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 등 평소 바른말을 아끼지 않았던 황운하 총경(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의 경찰청장 사퇴론이다.

황 총경은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조직의 총수는 모든 걸 떠안고 용퇴를 결정하는 것이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사건으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자진 사퇴하고 서울청 수사부장과 남대문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이 직위해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택순 경찰청장 등 최고위층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그러나 황 총경의 글을 비롯해 이 청장의 사임을 주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사이버경찰청 게시판 운영자가 바로 삭제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또 경찰이 스스로 내부 감찰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대해 `수사권 독립'과 연관지어 비난하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필명 `죽림누필'이라는 경찰관은 사이버경찰청을 통해 "경찰청이 청와대의 뜻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스스로 `경찰 수사는 믿을 수 없다'고 인정한 꼴"이라고 말했다.

경찰 외부에서도 이 청장 등 경찰청 지휘부에 대한 책임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점, 자진사임한 홍 청장에 대한 징계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서울청 수사부장 등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점 등에서 감찰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25일 논평을 내고 "일부 인사가 사표를 내는 것으로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과 한화의 로비 의혹이 가라앉을 수는 없다. 의혹에 대한 공정한 자체 감찰이 이뤄져야 하며 철저한 조사를 위해 검찰이 나서서 국민들 앞에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