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광주에서 열린 정책토론회를 계기로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의 대표적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싸고 촉발된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 전 시장간 공방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비'에 치중하던 이 전 시장측이 3일에는 적극 `공세'로 전환하며 `제2 라운드'가 펼쳐진 것.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거명한 뒤 `윤리위 회부'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공세를 펼쳤고, 박 전 대표측은 공개적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 의원은 간담회에서 "당은 아름다운 경선을 위해 가고 있는데 내부에서 아군을 공격해 피아 구분도 안되고 천둥벌거숭이들의 흙장난이 되고 있다"며 "특히 서울의 L의원, 대구의 K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출마 불가능한 상황이 될 정도로 비방이 너무 심하다. 당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당 윤리위에 제소하고 안되면 또..."라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는 등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전 시장은 당이 난장판으로 가선 안되겠다는 점에서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계속 이렇게 가면 (내가) 뒷짐지고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면서 "열차페리도, 대운하도 다 존중해야 하는데 대국민 사기극이니 뭐니 하니까 노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 음해비방이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 검증작업에 대해서도 "지난번에 끝났나 했더니 또 한다.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검증이고 좋게 나오면 아니다라는 유아적 사고가 어딨느냐"라고 불편한 심경을 표출하고, "검증의 대상인 후보가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지지율은 검증의 종합성적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나친 비방자'로 지목된 박 전 대표측 L의원은 "비판한 적은 있어도 비방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총선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저급한 정치공세다. 공천을 자기들이 주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의 K의원 역시 "내가 최근에 얘기한 것 중 비방은 없다. 오히려 이 전 시장측 정 의원이나 진수희 의원이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자숙해야 한다"면서 "계속 이런 식이면 당 윤리위 제소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 구상찬 공보특보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대 진영 동료의원의 공천권을 들먹이며 협박한 것은 당내 경선을 지저분한 공방으로 몰고 가 혼탁하게 만들려는 정치공작이자 구태정치의 전형으로 윤리위 제재감"이라며 "이 전 시장측이 큰 허점이 드러난 대운하 공약의 철회 논쟁이 가열되자 국면 전환을 꾀하려고 부리는 얕은 술수인 만큼 논점을 흐리지 않도록 대응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운하와 관련, 오는 4, 5, 7일 뉴스전문채널인 YTN을 통해 박 전 대표측과 이 전 시장측 관계자들이 토론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 전 시장이 금주 중 대운하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설명할 기회를 가질 예정인 만큼 구태여 대리인들이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이 전 시장측 입장에 따라 토론회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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