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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자질과 조건을 몇 가지로 정리해 제시, 눈길을 끌었다.

올해 대선에서 여러 대선후보들 중에서 차기 대통령감을 고르는 기준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었고,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각 후보들에게 자신의 자질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됐다.

노 대통령은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지도자의 자질로 흔히 포괄적 의미의 `정치력'으로 통하는 설득력, 조직력, 통솔력 등을 들었고, 두번째로 전략적 사고와 통찰력을, 세번째로 "지도자는 강한 소신과 신념을 갖춘 확신형 인간이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확신형 인간에 대해서는 "지각없는 확신을 가지면 안되고, 통찰력있는 확신이어야 하며, 타인의 위협과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결단할 때 적시에 결단할 줄 아는 결단력이 있어야 하고, 결단을 행동에 옮길 줄 알아야 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네번째 중요한 지도자 덕목들은 '공정', '헌신' '절제' '신뢰' 등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아무리 성질이 좋아도 공정하지 못하면 절대로 많은 추종자를 아우를 수가 없다", "지도자는 칼을 쥐고 있기 때문에, 또 뭔가 좀 챙길 수 있는 기회도 있기 때문에 절제해야 한다", "남을 신뢰할 줄도 알고, 남으로부터 신뢰받는 신망이 중요하다. 일관성과 얼이다. 잔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는 사람은 신뢰성이 아주 해롭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는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저처럼..."이라고 강조하며 "지금 제가 언론개혁 끝까지 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이 제시한 다섯번째 지도자 덕목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바보가 되자, 그리고 사람이 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해관계를 셈할 줄 모르는 사람을 보통 바보라고 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데 손해나는 일을 부득부득 하는 사람이 바보"라며 "그래서 눈앞에 당장 가까이 보면 이익이 따로 있고 대의가 따로 있다. 그런데 멀리 쳐다보면 대의가 이익이기 때문에 눈앞의 이익을 볼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바보전략으로 완전히 성공한 사람 아니냐"며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민심'과 '여론'을 구분해서 통찰하는 전략적 사고력도 지도자의 자질로 꼽았다.

특히 노 대통령은 '가까이 있는 이익을 따지는 영악한 민심'을 여론이라고, '역사의 대의를 수용하는 멀리 보는 민심'을 민심이라고 규정한 뒤 당장의 여론보다는 장래의 민심을 고려하는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것이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자실 개혁 문제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태도를 이러한 관점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참 안타까운 것은 이번 기자실 개혁에 관한 문제에서 원칙의 입장에서 딱 서서 버텨 한나라당과 이 문제를 가지고 각을 세워 나가면 뭔가 의지가 있는 당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한 뒤 "그러나 눈앞에 여론이 험악한 것 같고,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언제 한번 볼펜에 긁힐지 모르니까 적당하게 타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타협할 수 있다는 전략적 사고도 지도자의 자질로 거론했다. 자신이 범여권의 대통합이 논리적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만 "결국 분열이라는 것이 굉장히 위험한 것이고, 역사가 분열로 망했기 때문에" 대통합을 수용하는 쪽으로 '타협'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 다음으로 "지도자는 엘리트 주의를 반드시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거 자신의 엘리트 주의 경험을 토로했다. "초선 의원시절 추호도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사람을 좀 우습게 보는 자만심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하며 "(지도자는) 그것을 넘어서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략과 원칙을 뛰어넘어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참여정부 장관 출신 대선주자들의 차별화 전략을 염두에 둔 듯 "장관을 지내고 나서 오로지 대선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내가 어리석은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며 "나는 그냥 내 할 도리를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잘봤든 못봤든 관계없고 내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적어도 국정운영의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것이 도리이지, 그쪽으로 민심이 몰릴 것을 견제하는 것이 도리는 아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의 기회주의는 용납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는 절대 기회주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오로지 소신과 원칙을 갖고 사람을 널리 포용하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의 처신은 '기회주의'로 간주하면서도, 자신은 원칙을 끝까지 지키면서 그런 사람들까지도 끌어안고 포용해서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서울=연합뉴스)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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