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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판사'가 된 전직 검사…"법원은 차분"

허용구 판사 "조용한 분위기에만 안주하는 것 아닌지"



"검사 때 검사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는 검사를 `바보 검사'라고 욕했는데 판사가 된 후 판사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6년 간의 검사 생활을 접고 법관으로 전직(轉職)한 신임 판사가 법원소식지인 `법원 사람들' 6월호에 검사와 판사의 생활을 비교한 `검사 그리고 판사'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지난해 12월 법관으로 임명된 뒤 올 2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초임 판사 생활을 시작한 허용구(37ㆍ사법연수원 27기) 판사.

대구지검과 대구지검 안동지청, 인천지검, 서울남부지검에서 형사부ㆍ공판ㆍ마약 전담 검사 등을 거쳤던 허 판사는 검사와 판사의 차이를 `사무실 분위기'의 차이로 설명했다.

그는 "처음 출근한 판사실에 대한 인상은 조용해서 좋다는 것이다. 검사실에는 출입하는 사람들이 많고 항상 조사하는 소리로 시끄러웠는데 판사실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고 연구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계속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검찰청의 역동적 분위기와 달리 법원은 차분하다는 것.

이러한 차이는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 달라서일 뿐이지만 법원이 세상과 멀어진 채 `조용한 분위기'에만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한 가닥 고민도 내비쳤다.

허 판사는 "검사 때 경찰이 90% 이상 처리해 넘겨주는 송치 사건만 처리하는 검사, 검사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는 검사를 `바보 검사'라고 욕했다. 그런 검사는 세상 물정을 모르게 되고, 무엇이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지 전혀 파악 못하는 바보"라며 "(그런데) 판사가 된 후 나는 사무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여러 가지 핑계가 있지만 아무래도 검사 때 만큼은 세상 물정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즈음은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 때 사람들 상대하는 일이 많았다면 판사는 사람들 상대하는 일이 적은 것 같다. 검사 때의 단점이 판사가 되니 장점이 된 것 같고, 검사 때의 장점은 판사로서 단점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 판사는 "판사와 검사는 다른 점도 있지만, 옳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내는 직업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검사가 나쁜 것을 가려내 체포하고 기소하듯이 판사도 형사재판이든, 민사재판이든 무엇이 옳고 나쁜지 잘 가려내야 하는 직업"이라며 두 직업의 공통점도 소개했다.

그는 "옳은 것과 나쁜 것을 잘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은 다양한 경험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꼈던 많은 경험은 판사 생활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훗날 직분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익히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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