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표 철회시사..우리 "실천 담보돼야"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가 6일 범여권 대통합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특정세력 배제론'을 사실상 철회함에 따라 꽉 막혔던 대통합작업에 극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간부간담회에서 "중도통합민주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하게 되면 민주당의 기존 원칙과 기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 정당의 통합 원칙과 기준은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양측이 논의해 양당간의 합당 기본합의서를 근거로 새로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지난 4일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선언한 이후에도 "국정실패 책임자와는 함께 할 수 없다"며 배제론을 고수했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의 발언이다.
유종필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배제론은 민주당의 당론이었지만 신당에서는 기존 당론이 그대로 승계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합당 파트너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치상황을 고려해서 이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제론이 지금까지 민주당의 일관된 당론이었지만 `통합민주당'이 창당될 경우 민주당의 당론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서 사실상 배제론 철회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 대표의 입장변화는 민주당 내부의 사정과 당 외부의 정치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합당의 파트너인 김한길 신당 대표의 압력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5일 오후 박 대표에게 배제론 철회라는 공식 입장을 6일 오전까지 표명하지 않을 경우 합당선언을 무효화할 수밖에 없다는 결심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신당측은 "민주당과의 협상에 임하면서 대통합은 시대적 사명이므로 `배제론 철회없는 합당은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확고한 입장이었다"며 "민주당도 합당선언 이후 배제론 몇마디가 몰고온 파장이 의외로 너무 크다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합당선언 이후 우리당의 추가탈당 등 세확산 작업이 기대만큼 진전되지 못한 것도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당 신국환 의원은 합당선언 직후 "우리당에서 20~40명이 합류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바람을 피력했지만 실제로는 우리당 탈당상태였던 유선호 의원 1명만이 합류하는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우리당 대선후보군과 중진, 초.재선 의원, 탈당파 의원들은 내주중 별도의 `제3지대' 통합을 염두에 두고 집단탈당을 계획하면서 박 대표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자칫 통합민주당이 대통합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역배제'의 대상에 몰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장 상 전 대표 등 통합파가 박 대표의 배제론을 비판하고 나서고 전체 당협위원장 180여명의 절반이 넘는 90여명이 대통합 촉구 성명서에 서명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압박강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이다.
신당과의 신설합당안이 민주당 중앙위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됨으로써 박 대표가 원외 강경파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점도 박 대표가 배제론을 사실상 철회하는데 따른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조순형 의원은 "앞으로 중도통합추진위를 구성해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배제론이 자연히 거론될 텐데 지금 누구를 배제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면서도 "배제론의 정신은 가져가야 한다"고 말해 배제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입장변화가 궁지를 탈출하기 위한 임시방편 아닌가 반신반의하면서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통합민주당이 양당간 합당에 몰두할게 아니라 대통합을 위한 실질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영길 사무총장은 "배제론을 철회했다면 일단 발전적 징후라고 보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며 "이미 합당을 통해 기득권을 만들어놓고 우리당에서 떨어져나온 세력을 모아 제2의 통합을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대통합이라고 보기 어렵다. 배제론 철회가 의미를 가지려면 대통합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정말 배제론을 철회했다면 두 당의 합당을 서두를게 아니라 대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제 정파에게 제안하고, 박 대표도 배제론을 근본적으로 철회했다는 것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며 "그런 액션이 없다면 쉽게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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