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출마를 공식선언한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대국민선언문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산업화와 민주화세력의 화합을 통한 선진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의지표명이다.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만들어낸 `과(過)의 그늘'에서 아직까지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박 전 대표가 대통령후보 출마선언에서 공식적으로 `과거와의 화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

박 전 대표는 선언문에서 "아버지 시대에 땀과 눈물을 흘린 산업화의 주역들을 존경하고 동시에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희생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아버지 시대에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은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손잡고 새로운 선진한국을 건설하고자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그동안 기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선친 재임기간의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게 간헐적인 유감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대통령후보 출마선언을 하는 공식 자리에서 `진심과 충정을 담아'라는 표현을 곁들여 이 같은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의미가 간단치 않다는 게 캠프측의 설명이다.

그는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손을 잡아야 경제도 살리고 선진한국 건설도 이룰 수 있다. 국민 모두가 화합해서 하나가 되는 100%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며 "그 시절에 아버지 시대에 본의 아니게 불행을 당한 분들께 사과를 드리는 것은 진심과 충정을 담은 말이다. 진실하게 다가갈 때 마음을 열고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이 이념과 지역적 분열이라는 인식에서 화합을 강조한 것"이라면서 "그 동안에도 국민화합을 언급해왔지만 공개적으로 과거 민주화 세력의 공을 인정하고 아버지 대신 죄송한 마음을 표시하는 것은 선친의 부채를 짊어진 박 전 대표로서 국민 대화합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략적 측면이 고려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 보수층으로 한정돼 있어 자체 지지율 상승력이 미약한 만큼 `비토'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민주화운동 세력이나 진보세력에게 다가가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또 최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가 박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정수장학회에 대해 강탈한 재산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유신 시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 차원의 화답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이념화합, 세대화합, 지역화합' 등 `삼합(三合)'을 통한 국민 대화합의 번영이라는 메시지로 이어졌다. 박 전 대표가 출마선언 기자회견 직후 첫 지방 방문지로 전북대를 찾아 `꿈, 미래, 도전'이란 제목으로 특강을 갖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표는 또 경선승복 여부에 대해 "불복하면 정치를 할 자격이 없고 국민 용서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고,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지도자, 국민에게 사심없는 마음으로 헌신하는 지도자가 필요해서 그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면서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여성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여성대통령'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한국판 대처리즘'을 들고 나온데 대해 "대처리즘이 세금감면, 규제개혁, 법질서 확립 등에서는 저와 추구하는 바가 같지만 저는 복지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차이점도 있다"고 답했다.

최근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이 좁혀진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데 대해서는 "두 차례 정책토론회를 통해 국민이 누가 믿을 수 있고 준비가 잘된 후보인가를 본격 평가하기 시작했고 그 영향이 지지율에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이뤄진 대통령후보 출마 기자회견은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박 전 대표는 빨간색 재킷에 바지 차림으로 결기를 표현했고, 안병훈,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 등 선대본부 관계자와 현역의원 30여명 등 100여명이 기자회견장을 메우고 출마회견을 지켜봤다.

염창동 당사에는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 회원 400여명과 서울.경기지역 당원 지지자 1천500여명 등 2천여명이 운집해 태극기와 한나라당기를 흔들며 박 전 대표를 응원했고, `5년 안에 선진국', `믿을 수 있는 대통령 박근혜'라는 플래카드도 나부꼈다.


(서울=연합뉴스)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