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파 저지 움직임으로 폐업전대 `아수라장'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김상희 기자 = 열린우리당이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흡수합당을 결의함으로써 3년9개월간의 험난한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문을 닫았다.
행사장 곳곳에 걸려있는 `민주정부 10년 전통, 대통합으로 계승하자', `국민과 함께 대통합, 대선승리' 등 희망적인 플래카드 사이로 대의원들이 손에 든 노란 막대풍선 물결이 나부꼈지만, 정작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백년정당의 약속을 스스로 부정한 채 `정치적 해체'를 할 수밖에 없는 침통함과 비통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특히 강경 사수파들이 `흡수합당 반대'를 외치며 실력 저지를 시도하면서 시종일관 어수선한 광경이 떠나지 않았고, 행사 시작때까지도 성원을 못 채우는가 하면 합당 결의도 찬반 격론 끝에 표결로 이뤄지는 등 혼란이 계속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참석자들은 참담함과 대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복잡하게 뒤섞인 가운데 대선 승리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것으로 위로를 삼는 모습이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정세균 의장은 "영광과 회환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피력한 뒤 "수구세력의 저항을 극복하면서 성공하는 개혁을 이루는데 매우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오늘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대통합을 이루면 대선에서 반드시 민주개혁진영이 승리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도 "빗줄기보다 더 슬픈 눈물이 가슴을 타고 내리는 서러운 날이지만 대통합의 대역사를 만드는 희망의 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 우리당 주자들도 앞다퉈 우리당의 창당정신 계승을 내세워가며 대통합과 대선승리의 각오를 다졌다.
이 전 총리는 "비통한 심정이고 죄송한 마음이지만 멈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가기 위해 모였다"며 울먹였고 한 전 총리도 "문은 닫히지만 꿈과 창당정신이 닫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대선출마 선언 직전 행사에 참석한 유시민 의원은 "우리당의 꿈은 좋았지만 실력이 부족하고 힘과 지혜가 부족해 현실에 패배한 것"이라며 사과했고 당 의장 출신의 신기남 의원도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한 뒤 "열린우리당 만세"를 외쳤다.
그러나 이들 민주신당 합류파와 김혁규 김원웅 등 신당 불참파는 서로간에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는 등 사뭇 냉랭한 표정들이었다.
한편 `우리당 지킴이연대' 소속 대의원.당원 400여명이 `굴욕적인 흡수합당 결사 반대', `백년정당 어디가고 잡탕신당 웬말이냐', `정당개혁 말아먹은 지도부는 사죄하라' 등의 피켓을 든 채 일찌감치 행사장 앞 로비에 진을 치면서 행사장 주변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일부는 상복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당 상징색인 노란색 어깨띠를 두르고 연좌시위에 나선 이들 주변으로 경찰력 500명 가량이 에워싸며 출입문 앞에 대치전선이 형성됐으며, 선관위가 지원한 단말기 15대가 배치된 가운데 진행요원으로 투입된 당직자 100여명이 지문채취까지 해가며 대의원 이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 마저 감돌았다.
특히 행사 도중 사수파들이 대의원들의 추가 출입을 막기 위해 행사장 입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당직자들과 사수파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박영선 의원이 행사장에 들어가려다 바닥에 넘어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행사 진행 중에도 일부 사수파 대의원들이 단상 주변으로 몰려가 "흡수합당 결사반대"를 외치는가 하면 진행을 맡던 선병렬 사무부총장이 "불순세력이 행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맞받아 치는 등 고성이 오가면서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민주신당과의 합당 결의 안건 의결 과정에서도 사수파들이 이의를 제기, 찬반 격론이 이어졌고 주최측이 행사 진행의 신속성 차원에서 무기명 투표가 아닌 기립 투표 방식을 채택한 것을 두고도 실랑이가 벌어졌다.
찬반토론에선 합당 반대론자인 김혁규 김원웅 의원이 "원칙도, 감동도 없는 이런 통합은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한 기만행위"(김혁규), "당 의장, 장관, 총리를 지낸 분들이 참여정부 국정실패를 외치며 개구멍으로 신당에 기어오라고 한다"(김원웅)며 격한 반응을 보였고 친노 의원인 백원우, 동교동계인 배기선 의원이 방어에 나섰다.
기립투표 결과는 전체 재적 대의원 5천200명 가운데 2천644명이 참석, 찬성 2천174명, 반대 155표로 찬성이 반대를 압도하면서 싱겁게 끝났으며 최종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대부분 참석자가 행사장을 우르르 빠져가면서 맥빠진 분위기도 감지됐다.
그러나 당초 행사 시작이 예정됐던 오후 2시까지 정족수인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1천200명 정도만 도착하면서 30분이 지나서야 행사가 시작됐고, 4시가 지난 뒤 `턱걸이'로 정족수를 채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사수파들이 `성원이 안 채워진 것 아니냐'며 반발하면서 일부에서 욕설과 멱살잡이가 오갔다.
우리당의 간판은 영욕의 굴곡을 뒤로 한 채 불과 3시간만의 전대로 허탈하게 내려졌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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