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 유시민 의원이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합시다"라는 열린우리당 해산을 독려하는 글을 당원에 보냈다. 그는 이 글에서, 열린우리당의 정당개혁의 꿈을 이어나가자고 설득했다.
"오는 12월 제3기 민주개혁정부를 세우고, 새로 탄생할 국가지도자와 함께 진보적 정책노선을 가진 정책정당,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혁파하는 전국정당, 당원에게 주권자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참여민주주의정당을 세워보자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정책노선을 계승하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인이, 역사적 도덕적 정통성을 가진 정치인이 신당의 대통령후보가 되도록 하고, 그 후보와 함께 대통령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고, 그리고 열린우리당에 실었던 정당개혁의 꿈을 더 지혜롭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밀어나가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이 더 좋은 나라가 되고 대한민국 국민을 더 행복한 국민이 되도록 헌신하고 봉사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글은 2003년 11월 3일, 유의원이 개혁당을 열린우리당의 창당에 맞춰 해산시키기 위한 글을 당원들에 보냈던 글과 판박이 수준이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당시 글에서 해산을 반대하는 개혁당원들을 대상으로 "개혁당원 동지들께 호소합니다. 오늘 우리의 대오를 허무는 것을 아쉽게만 생각하지 맙시다. 열린우리당의 온오프라인 조직으로 스며들어가 더 큰 대오를 만듭시다. 옛날 정당의 계파와 같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개혁과 참여의 자발적 네트워크를 형성합시다. 그리하여 오늘 해산하는 개혁당의 열 배 백 배 더 큰 정당으로 하여금 참여민주주의 정신을 실현하도록 합시다. 이것이 신당 참여에 찬성한 당원들이 원하는 바이며, 또한 해산후 개별입당을 의결한 개혁당 전국상임운영위원회의 뜻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라며 개혁당의 해산을 주도했다.
당시 유의원은 전당대회에서 해산을 자신하지 못해, 불법으로 인터넷전당대회를 통해 해산을 결의했으나, 결국 선관위의 무효판정으로, 개혁당은 다시 살아나기도 했다. 유시민 의원의 오늘 열린우리당 해산을 위한 당원편지는 개혁당의 해산 당시의 그의 행적과 똑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의원의 정치행태에 대해 정치평론가 박민철은 "신당을 만들 때마다 마치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당이 운영될 것처럼 속인 뒤, 권력의 지시에 따라 당을 해체할 때는 늘 앞장서온 것이 유시민의 정치"라며, "이러한 유시민의 속임수 정치탓에 정치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이 정치혐오증에 빠지게 될 것"이라 비판했다.
다음은 2003년 11월 3일, 유시민 의원의 개혁당 해산을 위한 독려글 전문
신당의 eparty에서 다시 만납시다
작성날짜 2003.11.03 조회수 9917
열린우리당에 참여하기 위해 개혁당은 해산을 결의했습니다. 제가 이런 결정을 주도했습니다만, 전들 어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습니까. 돌이켜보면 지난 1년 동안 제가 한 일은 온통 개혁당과 관련된 것으로 가득합니다.
저는 지난해 8월 30일 국민토론회에서 창당을 제안한 장본인입니다.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린 '국민후보' 노무현을 지키고 참여민주주의 정당을 만들자면서 전국 50여 곳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강연회와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대선 승리를 일군 데 이어 지난 4월 국회의원 재선거에는 제가 직접 출마해 당원들과 더불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프리랜서 시사평론가에서 국회의원으로 직업이 바뀌긴 했지만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개혁당과 더불어 지내는 생활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느 당원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개혁당의 깃발을 내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개혁당 당원들은 모든 중요한 결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당명을 정하는 데서부터 지구당위원장과 중앙당 지도부 선출, 노무현 후보지지 결의, 4.24 재보선 공조, 범개혁단일정당 추진을 거쳐 당 해산과 열린우리당 개별 입당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당원투표로 결정했습니다. 개혁당의 해산은 이 아름다운 과정과의, 최소한 일시적인, 작별을 의미합니다.
오늘을 예감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개혁당의 두 번째 지구당인 수원시 장안구지구당의 이강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혁당이 없어진다고 해도 여기 모인 이 좋은 사람들과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강진 동지를 참 좋아합니다. 연극을 하시는 것도 그렇고 부드러운 외모와 목소리, 절제와 품위가 있는 언행이 다 제가 그분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그런 당원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강진 위원장은 지난해 가을과 겨울 그 동지들과 함께 언 손을 호호 불며 시민들에게 노무현을 알렸고, 돼지 저금통을 분양했고, 없는 살림에도 노하우에 후원금을 쏘았습니다. 그렇게 웃고 울고 부대끼면서 개혁당의 지구당을 만들었습니다.
어디 장안구 지구당만 그렇겠습니까? 제가 활동하는 고양파주 권역위원회의 당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 감정이 상해 다투기도 하고 정치적 견해가 달라 논쟁을 하기도 하지만 가까운 이웃에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이강진 동지의 말씀처럼 이 정겨운 공동체가 소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당 해산 후 개별입당을 결정한 만큼 우리는 열린우리당에서 다시 만날 수도 있고 만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전국각지의 '좋은 사람들', 어제의 개혁당원들이 열린우리당의 eparty에서 모두 다시 만나기를 바랍니다. 거기서 더 많은 사람들을 새로 만나 사귑시다. 신당의 eparty는 오프라인 당조직과는 별도로 만들어지는 온라인조직입니다. 개혁당과는 달리 온라인 당원들의 뜻이 당 전체를 움직일 수는 없지만 큰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지구당과 중앙당 모두에서 eparty 지도부가 의사결정기구에 들어가고, 온라인에서 일부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도록 당헌당규에 반영하겠습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오프에도 진출해 열린우리당이 깨끗한 참여민주주의 정당으로 발전하도록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개혁당원 동지들께 호소합니다. 오늘 우리의 대오를 허무는 것을 아쉽게만 생각하지 맙시다. 열린우리당의 온오프라인 조직으로 스며들어가 더 큰 대오를 만듭시다. 옛날 정당의 계파와 같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개혁과 참여의 자발적 네트워크를 형성합시다. 그리하여 오늘 해산하는 개혁당의 열 배 백 배 더 큰 정당으로 하여금 참여민주주의 정신을 실현하도록 합시다. 이것이 신당 참여에 찬성한 당원들이 원하는 바이며, 또한 해산후 개별입당을 의결한 개혁당 전국상임운영위원회의 뜻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의 eparty 일꾼들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1월 11일 창당대회와 동시에 새로운 홈페이지를 선보이려 합니다. 개혁당과 마찬가지로 당원들이 지역커뮤니티에 결집해 정치정보를 교환하고 당 운영과 정책에 대한 의사를 결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의 eparty를 개혁당원들이 접수합시다.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신당답지 못한 현상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비판만으로는 신당다운 신당을 만들 수 없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아직 창당을 완결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개혁당을 해산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우리가 원하는 완전히 새로운 정당이어서가 아닙니다. 소중한 둥지를 허물어 버리고 뛰어나온 우리 개혁당원들이 없이는 열린우리당을 낡은 정당문화와 완전히 결별하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지난 대선 때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신당에 뛰어듭시다. 이것은 국민경선으로 탄생한 국민후보를 지켜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것만큼이나 중대한 과제입니다. 참여민주주의 정당혁명을 통하지 않고는 지역주의 정치구도의 청산과 정치개혁, 그리고 개혁국회 수립이라는 목표를 이룰 방법이 없습니다.
동지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2003년 11월 3일
열린우리당 eparty에서 다시 만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열린우리당창당준비위원회 eparty 분과위원장 유시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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