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호 간사의 포털 관련 발언은 사실
유력 대선후보 이명박 캠프의 사이버팀 진성호 간사의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폭탄이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발언이 결국 문광위 국정감사에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발언은 뉴스콘텐츠저작권자협의회(뉴콘협)의 회장단과 이명박 후보와의 인터넷정책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다. 그리고 필자는 정책 관련 제안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진성호 간사의 발언은 필자의 정책 제안 과정에서 나왔다. 자리의 위치 역시 가장 정확히 들을 수 있는, 진간사와 맞은 편이었다.
뉴콘협과 이후보와의 정책간담회는 지난 9월 20일, 형식적으로 한나라당의 이한구 정책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뉴콘협은 이명박 후보 뿐 아니라, 대선후보 누구와도 정책간담회를 열어, 차기 정권에서의 인터넷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필자는 애초에 이 간담회를 공개로 할 것을 뉴콘협과 한나라당 측에 요구했다. 왜냐하면, 정책간담회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나오는 모든 논의는 공적인 영역의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시간여 가까이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공적인 것이었다. 왜 이러한 모임을 비공개로 하냐는 것이다.
물론, 비공개는 한나라당 측의 일방적인 요구가 아니라, 뉴콘협 측에서도 인정한 것이므로, 이를 갖고 뒤늦게 시비걸 사안은 아니다. 문제는 그 자리에서의 발언의 중요성을 따져볼 때, 비공개라 하더라도, 사후에 논란이 되었다면, 책임있는 사람이 발언을 확인해주는 것이 올바르지 않냐는 것이다.
필자는 두 가지 이유로 발언을 개인적으로 확인해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첫째, 모임 자체가 공적인 성격이었고, 발언 내용도 공적인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일간지 편집국장과 이후보 간의 사실 상 사적 만남에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가까운 맛사지 건과는 차원적으로 다르다.
둘째, 발언의 전반이 드러나지 않고, 몇몇 문장에 대한 진위여부 논란에 휘말리면서, 중요한 논점이 묻히고 있다. 진 간사의 발언은 이명박 캠프만의 문제가 아니라, 막강한 언론권력을 휘두르는 포털과 이러한 포털의 영향력에 개입하려는 정치권력 간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데도, 뻔히 아는 사람이 침묵을 지킨다면, 그것이 오히려 언론윤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그 자리에서 필자가 먼저 이명박 후보 측에 포털의 뉴스편집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월간조선에 기고했을 때, 필자는 포털 뉴스 편집의 3대 피해자로, 이명박 후보, 전여옥 의원,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을 지목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안 좋은 기사만 나왔다 하면 모조리 포털 메인에 배치되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호화별장 건은 볼드체로 처리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후보가 한나라당의 후보로 확정된 뒤, 불리한 기사는 전혀 포털 메인에 배치되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맛사지 관련 기사는 예전이었다면, 분명히 포털 메인에 갔어야 하는데, 안 올라갔다. 아마도 포털이 이제 말을 갈아타려는 것 같다.“
다른 참석자는 이후보에 “포털에서 불리한 기사가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다는 점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고, 이후보는 “하도 많아서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한다”고 답했다.
진성호 간사의 발언은 이 때 시작되었다.
“변희재씨가, 포털에서 이명박 후보에 불리한 기사가 안 올라간다 했는데, 내가 밤새 전화걸어서 막았다. 네이버는 평정되었는데, 다음은 폭탄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의 석종훈 사장과는 이야기가 잘 되는데 밑에 사람들이 안 따르는 것 같다”
이에 대해 필자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포털의 대규모 사업집단의 특성 상,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간 포털의 뉴스 편집이 친 정권적으로 흘렀다.”
보수매체를 운영하는 다른 참석자 역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지금 포털이 이명박 후보에 유리한 편집을 한다고 해서, 그냥 덮어두면 안 된다. 포털의 문제는 유불리로 따지면 안 되고, 인터넷 전반의 공정한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권력의 포털뉴스편집 개입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
이날의 진성호 간사의 발언은 필자에게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압력으로 인해 포털의 뉴스편집과 검색배치가 영향력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성호 간사 뿐 아니라, 대선 캠프와 정당에서는 포털에 뉴스배치 및 검색 관련하여 수많은 요청을 하고 있다. 이는 포털 측에서도 늘 하는 말이다. 네이버는 하도 정치적 정탁이 많다보니, 뉴스편집팀에, 외부는 물론 내부인사와의 접촉조차 금지시켰다. 다음의 한 고위급 간부는, “수많은 요청이 오지만, 절대 편집이 흔들리는 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때 필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포털이 무슨 독립언론인가? 포털의 뉴스는 모두 사업적이지 않은가? 포털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정책을 지닌 유력 대선후보가, 기사를 내리라고 압력을 넣으면, 당연히 사업적 측면에서 내려야지, 왜 버티는가? 내가 포털 사장이라면 당연히 내린다.
그런데 만약 당신말대로, 정치권의 압력이 있어도, 꿋꿋히 편집권 독립을 지킨다면, 이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된다. 포털의 권력이 유력 대선후보나 정권의 권력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예로 드는 것은 포털에 불리한 뉴스가 전혀 포털 메인에 배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털에 불리한 정책을 갖고 있는 정치인에 대해서, 관련 기사를 올리지 않는 방법으로 보복을 한다거나, 아니면 타협을 할 여지가 너무 크다. 더 볼 것도 없이, 진성호 간사의 "네이버 평정, 다음 폭탄" 발언 관련 기사가, 포털뉴스 어디에 배치되었는지 따져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포털뉴스, 누가 어떤 기준으로 편집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현재 포털은 뉴스 편집장이 누구인지조차 알려져있지 않다. 모든 언론사는 편집장과 섹션 책임자의 실명과 전화번호를 명기하도록 법제화되어있다. 포털은 신문법에서 빠지면서, 편집장이든 편집직원이든, 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뉴스를 취사선택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포털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력 대권후보와 포털이 유착하지 않을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필자는 간담회를 끝나고 나오면서, 진성호 간사에게 “기사 올려달라, 내려달라, 이렇게 사정하지 말고, 너희 정권 잡으면 죽는다며, 더 세게 나가시오.”라는 조언까지 한 바 있다. 진성호 간사가 포털에 기사를 내리라고 전화를 걸었다면, 그건 비판받아야할 일이 아니라, 진성호 간사의 업무력을 높이 평가해야할 일이다. 본질적으로 포털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정당과 대선캠프에서 포털을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대선캠프든, 기업이든 모든 홍보팀의 업무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는 키우고 불리한 기사는 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홍보팀에서, 기자들에게 자신들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전화질을 하든 술을 사든, 사정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언론사 100개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포털에, 불리한 기사가 올라갔는데, 그냥 멍하니 알아서 내려줄 때까지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대체 포털이 무슨 용가리통뼈라도 되는가.
포털이 불투명한 편집시스템으로 언론권력을 행사하는 이상,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권력, 문화권력과의 유착은 막을 길이 없다. 포털 측에서는 그런 식으로 편집하면, 네티즌들이 다 떠날 것이므로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포털 측의 항변은 알리바이 수준이다. 마사지 관련 기사 하나 슬쩍 내려버렸을 때, 이걸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가? 네이버의 홍은택 뉴스담당 부사장은, “외부업체에 네이버의 편집의 공정성 여부를 검토시키겠다”고 국정감사에서 답변했다.이 역시 알리바이 수준이다.
지금 당장 네이버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네이버의 뉴스편집기록을 누구나 모니터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의 뉴스편집장 실명과 전화번호도 공개하라. 그렇게 해주면, 최소한의 검증은 가능하다. 네이버 사장만 결심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왜 비싼 돈 들여서 외부업체에 검증을 맡긴다는 건가? 네이버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필자는 네이버 뉴스편집에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포털의 대규모 사업의 특성, 또한 정부허가가 필수적인 IPTV 등, 신규사업 등을 감안해보면, 포털은 정론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 신문법에서 30대 대기업의 신문사 소유 및 경영을 금지시킨 원칙에 따른다면 지금의 포털은 언론행위를 하면 안 된다. 만약 포털에게만 이를 허용하겠다면, 신문법, 방송법 다 개정해서, 겸영금지 조항, 해외자본, 대기업자본의 제한도 다 풀어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언론의 새 원칙을 정해야 한다.
필자는 진성호 간사의 발언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3년 간 포털과 싸워온 필자 입장에서는 진성호 간사의 발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제와서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우습다. 그러나 이왕 논의가 되고 있으니, 발언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포털의 언론권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연예인X파일 사건 당시 필자가 포털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을 때, 당시 조선닷컴 뉴스편집장이었던 진성호 간사가 직접 실명 칼럼을 써주며 도와준 일이 있다. 진성호 간사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했을 뿐이다. 참고로, 진성호 간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것에 대해, 필자가 내가 들은 것이 맞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진간사나 필자나 모두 기억의 착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언론계 유력 협회의 회장단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필자가 감히 없는 말을 지어낼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자 한다. 단 개인적으로 그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필자의 이번 칼럼은 뉴콘협과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은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점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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