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범여권의 `대동단결'이라는 대승적 명분을 내걸었던 이번 협상이 합당지분을 둘러싼 진흙탕식 `밥그릇 싸움' 속에서 물거품으로 끝날 공산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범여권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도 뿌리깊은 분열주의와 소아적 이해다툼에만 매몰된 채 반(反) 한나라당 전선 하의 세력통합 조차 이루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상태로 대선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번 협상을 진두지휘해온 신당 정동영 후보는 당내 리더십과 대선후보로서의 운신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지지율 반등의 계기로 삼아온 후보단일화 논의도 수포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협상 결렬에는 결국 양측의 지분다툼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양측이 당초 4자회동을 통해 합의한 원안은 ▲신당과 민주당이 5대 5의 동수(同數)비율로 의결기구를 구성하고 ▲전당대회 개최를 내년 총선 이후인 내년 6월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당측은 내부의 반발여론에 밀려 의결기구 구성비율을 7대 3으로 재조정하고 전대 개최를 대선 직후 치르는 수정안을 내놓고 재협상을 시도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전대 개최 부분에서는 신당측 요구를 수용하면서 양보하는 자세를 취했으나 지분 만큼은 5대 5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소수정당으로서 `대등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흡수 합당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은 사실상 `협상의 심리적 시한'으로 설정된 19일 오후까지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 협상팀 대표인 문희상 의원은 민주당 협상팀 대표인 최인기 의원에게 협상결렬을 공식 통보, 양측의 공식 대화채널은 끊어지고 말았다.

여기에는 신당 내부의 혼선과 갈등도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기반 복원이 급선무인 정동영 후보측은 전향적 태도로 협상에 임했으나 친노그룹과 중립성향의 386 일부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지분의 과도한 양보를 이유로 내세워 강경여론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열세가 분명한 대선보다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는 듯한 기류가 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신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협상을 깨려는 세력들이 적지 않고 `민주당과의 통합이 결렬돼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는 의원들도 많다"고 비판하기 까지 했다.

이에 따라 신당 지도부와 협상팀이 현실적으로 운신의 폭이 극히 좁았고, 당의 전권을 쥔 정동영 후보 역시 내부의 반대세력을 설득하는데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당 대표인 오충일 대표가 주요행사와 회의에 잇따라 불참한 것도 미묘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오 대표는 18일 서울 선대위 발족식에 뚜렷한 이유없이 불참한 데 이어 19일 오전 8시로 예정됐던 중앙선대위 회의에도 예고 없이 나오지 않았다. 당 관계자들은 "감기몸살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민주당과의 재협상에 대한 불만 차원에서 당무를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민주당이 흡수합당 가능성을 우려해 5대 5 구성비율을 계속 고수한 점도 협상의 진전을 보기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신당측의 협상결렬 통보 이후 양측간 책임공방이 불거질 태세여서 협상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2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박상천 대표와 이인제 후보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사기정당.배신정당 통합합의 파기 규탄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또 이인제 후보는 이와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단일화 논의를 접고 대선에 독자출마한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신당은 민주당과의 약속을 넘어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데 대한 대가를 분명하게 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오늘 오후 그랜드호텔에서 신당측 인사들이 최인기 원내대표를 만나는 같은 장소에서 문국현 후보측 관계자도 만났다고 한다"며 "한자리에서 시간차로 상대와 맞선을 보는 전형적인 사기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양측의 협상이 완전히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볼 수는 없다. 세력통합과 지지기반의 복원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기 앞서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는 모양만 보여서는 대선은 커녕 총선 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며 공멸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협상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협상소식에 밝은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오늘 밤 중으로라도 다시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며 "협상결렬은 일종의 전술적 제스처일 수도 있는 만큼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이 최종적으로 어떤 `정치력'을 발휘하느냐가 범여권 대통합의 대미를 장식하느냐, 아니면 분열이 고착화되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rhd@yna.co.kr

(끝)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