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매니저 국가 공인 자격증 제도에 관한 입법이 발의되었다. 발의자는 한나라당의 고진화 의원이다. 이 법안이 국회 문광위에 상정되자, 연예계 내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시행되면서, 미국의 대중문화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연예인 매니저라는 직업의 사회적 위상이 확보되지 않다보니, 아직도 생소한 제도이기도 하다. 몇몇 언론에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제도에 대한 오해를 질의 응답 방식으로 풀이해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필자는 지난 3년 전부터, 연예인 매니저 국가 공인 자격증 제도에 대한 연구를 해왔고, 이번 입법 과정에도 참여한 바 있다.
Q:자율과 창의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대중문화 영역에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시대적 역행이 아닌가?
A : 이 법은 문화 창작 영역에 관한 것이 아니다. 영화사, 광고사, 방송사, 음반사 등 수많은 계약을 해야하는 연예인의 거래에 대해, 법적 안전 장치를 마련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연예활동 자체는 문화예술의 영역이지만, 이들의 계약 활동은 철저한 상업적 영역이다. 참고로 이미 한국의 연예기획사들 대부분은 우회사장 등의 방식으로 코스닥에 등록되어있다. 이렇게 양적으로 팽장한 연예산업에 대해 관련 법규 하나 없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다.
Q : 이 제도를 도입한 곳은 미국 뿐이다. 왜 일본과 홍콩 등도 하지 않는 미국식 제도를 한국에 도입하는가?
A : 이 법안 발의에 자문 역할을 해온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박사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분석해왔다. 미국은 투명한 기업 시스템을 추구한 반면, 일본은 회사가 연예인들에 월급을 주는 등, 사원 개념으로 운영해왔다. 미국이 확장 지향적인 반면 일본은 폐쇄형이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한류로 인한 한국 대중문화의 영역 확장이다. 마치 미국이 70년대에 대중문화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제도를 도입한 것과 비슷한 성격이다. 만약 한국이 일본이나 홍콩처럼 폐쇄형 대중문화 산업에 머물러 있다면 이 제도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이 확장형 대중문화 산업구조로 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식이 아닌 미국식 제도를 받아들이는 게 맞다. 특히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 영역에서 중국과 일본 등 국제 계약이 빈번한 상황에서, 계약을 안전성을 보장하는 미국식 에이전시 제도는 한국에 적합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미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의 대부분이 코스닥에 등록된 현실만 보더라도, 이미 한국은 일본과 홍콩식으로 연예산업을 시스템화 할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Q: 매니저의 능력은 작품 선별과 연예인 관리 등 매우 포괄적이다. 어떻게 평가하여 공인자격증을 줄 것인가?
A; 이론적으로 이 법의 대상은 엄밀히 말하면 일반 매니저가 아니다. 계약을 대행하는 에이전시가 그 대상이다. 에이전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계약 시의 거래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이다.
국내에서 이와 가장 유사한 업종은 공인중개사이다. 공인중개사는 토지의 거래 계약을 중개해준다. 에이전시도 연예인과 문화산업 기업 간의 계약을 중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 연예계에서는 수많은 계약 거래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는 어김없이 소송이 벌어진다. 김아중, 이정재 등의 건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신인 가수 뚜띠는 노예계약 문제로 연예계를 은퇴하기에 이르렀다. 계약이 공적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 1982년 공인중개사 자격증 제도가 도입된 이유도, 부동산 거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연예인 에이전시도 마찬가지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제도의 시험은 민법, 공인중개업법, 건축법 등 부동산 관련 법률이다. 국가공인 매니저 자격증 제도 역시, 이에 준하여 계약에 관련된 법률이 시험 과목으로 채택되어야할 것이다. 그 이외에 대중문화에 대한 소양을 테스트하는, 세계대중문화사나, 대중문화산업론 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계약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매니저들은 이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 코디 업무나 로드 매니저 업무 등은 자격증 취득없이 그대로 하면 된다.
Q : 연예인을 발굴하여 키워내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어떻게 계약 대행 수수료율 20%만 받아서 운영할 수 있는가?
A : 이 점은 시스템의 변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연예인들은 연예 기획사에 픽업되어, 소속계약을 맺고, 회사 소속원으로 활동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연예계가 운영된다.
연예인 활동을 하려는 사람은 자격증을 갖춘 연예인 매니저와 계약을 맺는다. 이런 계약 대행 매니저는 방송사나 광고사와 계약 체결시, 전체 계약액의 20%의 이하의 수수료를 받으면 된다.
가수를 예로 들어보자. 일단 신인 가수가 음반을 내려면, 음반사로 가기 전에, 공인 자격증이 있는 매니저와 계약을 체결한 후, 이 매니저가 음반사와의 계약을 대행해준다. 만약 음반사가 가수로 데뷔시키기 전에 1년 여 간 훈련비용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음반사와의 계약시 이 금액을 반영해주면 된다. 즉 음반의 인세가 5%라면, 10만장 팔았을 시, 가수는 5천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이 중 20%의 수수료를 공인 매니저에 준다면 천만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 훈련비용이 3천만원 들어갔다면, 이 금액을 음반사에 지급하면 된다.
음반은 한 장 계약할 수도 있고, 세 장씩 계약할 수도 있다. 이는 가수가 자신의 공인 매너저와 상의하면 되는 것이고, 연기자 역시 이와 똑같은 과정을 밟으면 된다.
Q : 신인 연기자들의 경우 스스로 코디 비용 등을 부담할 수 없을 때 어떡하는가?
A : 이 제도가 시행되면, 반드시 신인 연기자에 투자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나 펀드가 나올 것으로 본다. 공인 매니저 입회하여, 연예인의 초기 활동 비용을 투자하는 매니지먼트 회사나 펀드와 계약을 맺으면 된다.
Q : 이 제도의 시행 시, 연예인들에겐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는가?
이 법은 연예인의 안정적인 활동 보장을 위해 발의된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노예계약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지금껏 연예인들은 기획사에 소속되는 순간, 해당 연예인의 입장에서 계약을 체결해주는 대리인을 얻을 수 없었다. 모든 활동이 기획사 위주로 돌아간다. 소속 기획사의 방향에 따라, 원치 않는 작품도 계약하고,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연예인은 법적 계약 대리인을 선임한 상태로 활동을 시작한다. 불공정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사라진다. 만약 계약 대리인이 클라이언트인 연예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계약을 하게 되면, 즉시 해고할 수 있고. 법적인 판단에 따라, 그 매니저는 자격까지 박탈당할 수 있다.
A : 연예 기획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가?
미국의 대형 연예기획사의 수익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육박한다. 천만달러짜리 출연료를 받는 계약을 성사시키면, 200만달러가 기획사로 지급된다. 국내에서도 10억 정도의 계약은 빈번히 일어난다. 연 1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도 있다. 이런 연예인들 두 셋만 있어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오히려, 최근의 연예기획사는 김태희 급의 대형스타를 잡기 위해, 무리한 전속금을 지급하고, 수익도 전부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소속사에 대형스타가 있다는 점을 홍보하여, 부대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일단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대형스타를 잡으려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전속금 지급 관행이 사라지게 된다. 연예기획사 시장은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질적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Q : 왜 반드시 자격증 제도가 필요한가?
자격증 제도는 하나의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재 연예계에서는 나이트 클럽까지 합쳐 무수한 가짜 매니저가 뛰고 있다는 설이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청소년 연예인 지망생들이 피해를 봐도, 속수무책이다.
공인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면, 이러한 허위 매니저들의 활동을 완벽히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질이 안 좋은 매니저들도 법률 위반에 따라 자격증을 박탈하며 인적 정화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격증 제도의 목적은 해당 직업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현재까지 한국의 매니저들은 대중문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도,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았다.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면, 연예인 매니저의 위상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Q : 왜 연예기획사는 제작업을 겸할 수 없도록 했나?
A : 미국식이다. 미국은 일찌감치 연예기획과 제작업을 분리시켜 산업화에 성공했다. 이 뿐 아니라 미국은 영화 배급사가 극장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데, 연예산업의 독과점을 방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연예기획사들이 대형스타들을 출혈경쟁까지 하며 스카웃하는 이유는, 일단 잡아놓고, 직접 영화나 드라마 제작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시장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키며, 건실한 제작업자들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니 모든 제작자와 연예기획사가 덩치 키우기에 나서면서,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연예기획사는 철저히 계약대행업만 하고, 제작사는 제작에 열중하는 것이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연예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법률에는 겸업과 겸영 금지 조항이 빈번히 들어가 있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역시 토지의 거래 대행만 가능하지, 직접 토지를 매입하여 부동산 사업을 할 수 없다. 만약 이를 허용할 경우, 공인중개사들은 좋은 매물이 들어왔을 때, 거래를 성사시키기 보다는 스스로 부동산 사업을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키게 된다.
마치, 연예기획사들이 연예인을 소속원으로 스카웃한 뒤, 자신의 제작사에만 투입시키며, 독립 제작사 시장을 침체시켰듯이 말이다.
Q : 연예계에서는 의견 수렴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A : 이미 이 법안은 3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연예 기획사와 접촉을 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고진화 의원이 발의했지만, 신당의 노웅래 의원이 시작했다. 그 이외의 여러 정치인들도 대부분 공감을 표했다. 그때도 공청회를 했었고, 고진화 의원도 지난해 7월 공청회를 했다. 일각에서는 고진화 의원이 갑자기 발의한 것처럼 오해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법안 연구에 전직 젊은 매니저도 참여했다.
오히려 연예기획사들이 양적으로 팽창한 것 만큼 대외협력 분야가 따라오지 못했다. 대기업이나 포털사 같은 경우 법안 하나 입법 예고하면 알아서 찾아와서 협의를 한다. 그러나 연예기획사들은 입법의 의미를 잘 몰라서 그런지, 대부분 “설마 법안이 나올 것인가” 반신반의했었다.
이 법안은 연예인은 물론, 연예기획사, 제작사, 방송사, 언론사, 광고사 등 모두에게도 도움이 된다. 이를 적극 홍보하면, 모두가 찬성할 것으로 믿는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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