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4년 만에 서울을 다시 찾은 올림픽 성화를 반긴 건 서울 시민이 아닌 중국인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27일 낮 2시 송파구 방이동 평화의 광장에서 첫 주자인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을 시작으로 테헤란로-한남대교-장충단공원-동대문운동장-청계천-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까지 이르는 서울 시내 코스 22㎞를 달렸다.
80여명의 주자가 릴레이로 봉송을 이어갔고 2-3명을 빼면 모두 한국인이었지만 주변에서 성화 봉송을 반긴 것은 다름아닌 중국인이었다.
평화의 광장에서 봉송이 시작되자 중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20대 청년들은 대형 오색홍기를 들고 인도를 통해 달리며 성화를 줄곧 따라갔다.
달리면서도 한 명이 '중궈(中國)'를 선창하면 다른 이들은 '짜요(加油.힘내라)!'를 목놓아 외쳤다.
이 광경은 아예 출입을 통제한 한남대교 구간을 제외하고 봉송이 이뤄지는 5시간 내내 계속됐다. 성화가 지나가는 도로변은 온통 오색홍기 물결이었고, 간간이 사물놀이 공연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짜요'의 거센 외침에 묻혀버렸다.
이들 중국인은 호위대도 자처했다.
봉송 시작 30여분이 지나 성화가 신천역 부근을 지날 때 한 남자가 성화를 저지하려 뛰어들어 경찰에 체포되는 사고가 벌어지자 이들은 오색홍기 깃대를 이용해 성화 저지자를 마구 때리기도 했다.
성화가 5시간의 봉송을 마치고 서울광장에 입성하자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충돌이 일어났다. 중국의 인권탄압에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있던 한국인 시민단체 시위대와 중국인들이 충돌해 한국인이 무차별 구타를 당한 것.
한 시민단체 회원은 주변에서 경비를 서던 경찰들에게 "한국인이 서울 한 가운데에서 중국인에게 맞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은 뭐하는 것이냐"고 울먹이며 호소하기도 했지만 '인해전술'로 맞선 중국인은 통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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