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광주=연합뉴스) 윤우용 이우성 기자 = 골프를 치러 원주를 가던 40-50대 중년 남성 2명이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차 안에서 함께 숨진 재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이 자살할 이유가 없는데다 구토 흔적과 차안에서 이들이 나눠 마신 것으로 보이는 음료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독극물에 의한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신고 및 발견 = 27일 오전 7시38분께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제2중부고속도로 하행선 경안IC에서 이천방향 4㎞지점 갓길(통영기점 347.6㎞)에 세워져 있던 뉴그랜저 승용차 안에서 박모(48), 김모(50)씨 등 2명이 숨져 있는 것을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고교 선후배 사이로 박씨는 골프의류 판매업체 대표, 김씨는 이비인후과 의사로 밝혀졌으며, 이날 오전 서울을 출발해 원주로 골프를 치러 가던 길이었다.
충북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도로공사 경안지사로부터 `승용차 안에 남자 2명이 누워 있다'는 신고를 받고 확인해 보니 이들 모두 숨져 있어 관할인 광주경찰서로 사건을 인계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차량은 비상등이 켜진채 시동이 걸린상태로 운전석 창문이 열려 있었으며, 이들에게서 외상 흔적이나 유서, 약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안에서 이들이 나눠 마시고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음료 2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차량 주변도로 바닥에서 구토 흔적이 발견됐다.
박씨는 변을 당하기 직전인 이날 오전 6시30분께 자신의 휴대전화로 광주소방서 119구급센터에 전화를 걸어 "숨쉬기가 힘들다. 경안부근이다"라며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소방서 관계자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부정확한 발음으로 남자가 '제2중부고속도로. 약물복용'이라며 구조를 요청해 출동거리가 가까운 하남소방서로 즉시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받고 출동한 하남소방서 구조차량이 현장을 못찾아 도로공사측에 재차 협조요청을 했고 도로공사 순찰차량이 신고 1시간여가 지난 오전 7시38분께 박씨 등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도착한 도로공사 관계자는 "갓길에 세워진 차안 운전석과 조수석에 남자 2명이 나란히 누워 있었고 조수석에 있던 사람은 머리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 의문점 = 서울에서 골프의류판매업을 하는 박씨와 이비인후과 의사인 김씨의 죽음을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족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이들이 골프를 치러 가는 도중에서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박씨 등은 이날 아침 일찍 골프를 치기 위해 서울의 박씨 집 근처에서 원주로 출발했으며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던 박씨가 음료를 구입해 차 안에서 나눠 마신 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도 차 주변에 구토 흔적이 있고 차 안에서 이들이 나눠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음료가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독극물 등이 혼입된 음료를 나눠 마시고 호흡 곤란이 오자 박씨가 119구급센터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했다면 자살일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고있다.
◇ 경찰 수사 = 경찰은 차안에서 발견된 음료 등 유류품과 차량, 구토물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부검을 통해 음독 여부 등 정확한 사인을 조사키로 했다.
경찰은 또 박씨가 이날 오전 서울 집 근처에서 음료를 구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유족의 진술 등에 따라 집 주변 식품점 등에 대해서도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과 차안 유류품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감정과 시신 부검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 있다"며 "현재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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