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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앗! 판사님 지갑이네"

20년 넘게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던 한 40대 남성이 우연히 습득한 전주지법 판사의 지갑을 돌려줘 화제가 되고 있다.

28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민사2단독 이재근 판사는 지난 27일 오후 부인인 이 법원 형사2단독 신명희 판사, 아들(4)과 함께 익산 보석박물관 인근으로 나들이를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

당황한 이 판사 부부는 보석 박물관과 공룡 박물관 등을 돌아다니며 쓰레기통까지 샅샅이 뒤져가면서 지갑을 찾았으나 지갑의 행방은 묘연했다.

지갑에는 현금을 비롯해 각종 신용카드와 은행 보안카드, 신분증, 법원 출입 보안카드 등이 들어있었다.

눈 앞이 캄캄해진 이 판사가 1시간 가량이 지난 뒤 지갑 찾는 것을 포기하고 귀가하려던 찰나,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이 판사의 지갑을 습득한 한 40대 남성이 지갑 속에 있던 다른 사람의 명함을 보고 연락을 취해 온 것.

잠시 뒤 박물관 앞 분수대에서 이 판사 가족을 만난 김모(48) 씨는 지갑을 건네 주며 자신의 얘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김 씨는 1980년대 초반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할 당시 동료와 함께 젊은 호기로 인근 가게 앞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몰다가 절도 혐의로 붙잡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게 기나긴 감방 생활의 시작이었다.

만취한 김 씨가 술김에 남의 집에 들어갔다가 붙잡히거나 누군가와 싸움을 하다 붙잡히기를 수차례. 보호감호소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교도소 생활만 20여 년에 전과 9범이라는 '딱지'가 붙었다고 했다.

3년 전 출소한 김 씨는 농약 공장과 밥솥 코팅 공장 등을 전전하며 땀흘려 돈을 벌기 시작했고 베트남 출신의 예쁜 부인(25)을 맞아 아들(1)도 낳았다. 술과 담배도 모두 끊었다.

이날도 가족과 함께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가 매점 앞에 떨어진 이 판사의 지갑이 자신의 지갑과 비슷해 자신의 것을 흘린 것으로 착각해 주웠다고 했다.

그 때 김 씨의 눈에 띈 것은 이 판사의 신분증. 자신이 주운 지갑의 주인이 판사인 것을 알게 된 김 씨는 그동안 숱하게 재판을 받아오며 만났던 판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고 했다.

김 씨는 "예전 같으면 그냥 (지갑을) 가졌을 텐데 이제 새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판사님께 직접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재근 판사는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게 돼서 매우 고맙다. (김 씨에게) 이런 마음가짐이면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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