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봉송 호위에만 신경쓰다 대처 못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베이징 올림픽 성화의 서울 봉송 행사장 주변에서 유학생 등 국내 체류 중국인들이 반(反)중국 시위대에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가 잇따른 데 대해 경찰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성화 서울 봉송 행사의 출발점이었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주변과 도착점이었던 서울시청 근처에서는 수백∼수천명의 중국인 시위대가 국내 인권단체 회원, 서양계 외국인, 티베트·대만인, 전경대원 등과 충돌하고 이 중 일부가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성화를 환영하러 나온 중국측 시위대가 성화봉송 반대 단체의 활동에 흥분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에 나서는 바람에 생긴 불상사다.
그러나 경찰은 대부분의 경우 중국인 시위대의 불법·폭력 행위를 현장에서 만류하는 데 그쳤고 현장 검거에는 적극 나서지 않았다.
폭력행위에 가담한 중국측 시위대는 목격자들과 보도 카메라에 잡힌 것만 해도 수십∼수백명에 달하지만 경찰은 국내 인권·탈북자 단체 회원에게 물병 등을 투척한 20대 어학연수생 1명을 체포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행사 전에 "불법·폭력행위자는 현장에서 전원 연행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중국인에게는 이런 방침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중국인 시위대 수백명이 오성홍기를 흔들며 인근 호텔 로비에 난입하고 이를 만류하던 전경대원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둔기 혹은 흉기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이 현장에서 아무도 연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법질서 확립'을 외쳐 온 경찰이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불법·폭력 시위가 벌어졌는데도 외교 문제 등을 우려해 이를 덮어 둔 꼴이 돼 버렸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외국인 난동에 대해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이 결국 `국가적 위신' 추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화봉송저지시민행동 회원인 김규홍 목사는 28일 "어제 북한인권 촉구집회에는 주로 노인이 참가했는데 중국인 시위대는 이들에게 돌을 던지고 깃대를 투창처럼 이용해 찌르기도 했다"며 "어떻게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한복판에서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한국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실 성화 봉송 저지 시도가 있을까봐 신경을 많이 썼지 성화 환영을 나온 중국인들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중국 대사관 관계자 등이 통제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불법행위에 가담하거나 이를 주도한 이들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철저히 채증을 통한 확인 작업을 해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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