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성분 검출됐으나 死因 등 의문 여전
(성남=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27일 오전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차량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두 중년 남성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다.
타살이나 자살로 볼 만한 정황 증거 등이 없는 상태에서 보통 자살할 때 사용하는 수면제 성분이 나온 이유와 죽음의 동기 등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 광주경찰서는 28일 수사브리핑을 통해 "숨진 박모(48.골프의류업체대표)씨의 구토물과 김모(50.의사)씨의 체액에서 각각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고 주유소 화장실에서 수거한 홍삼 음료수 병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화장실에서 수거한 주사기에서 김씨의 DNA도 검출한 경찰은 주사기 안의 내용물에 대해 2차 정밀감정을 벌이고 있으나 차량 내에서 수거한 커피음료에서는 독극물을 포함한 약물반응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왜 수면제 성분인가 = 경찰은 두 변사자에게서 불면증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A성분과 신경안정제로 사용되는 B성분 등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성분은 의약용 목적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품이다.
하지만 이 성분을 복용했다고 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이 의약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복용 후 20-30분 후에는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수 시간 내에 사망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27일 오전 6시12분께 하남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 쓰레기통에 주사기와 홍삼드링크를 버릴 정도로 멀쩡했던 두 사람이 18분이 지난 오전 6시 30분께 광주소방서 119구급센터에 전화를 걸어 구조요청을 할 정도로 신체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숨지게 된 이유를 이 성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골프 운동 시간(오전 7시 20분)을 불과 1시간도 안 남기고 수면제 성분의 무언가를 복용 또는 주입했을 것으로는 추정하기 힘들다.
경찰도 수면제 성분 외에 다른 추가적인 약물이 주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2차 정밀 감정을 하고 있다.
◇자살 혹은 타살? = 27일 오전 두 사람이 집을 나와 골프장으로 가는 상황, 고속도로에서 119구급센터에 구조요청을 한 점, 외상이나 제3자의 개입으로 볼 만한 정황 증거 등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자살 또는 타살을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경찰도 이날 브리핑에서 자살과 타살 가운데 어는 한쪽을 확정해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숨진 박씨는 서울 강남에서 유명 골프의류업체를 운영하고 김씨도 경기도 모처에서 병원을 운영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함이 없는 중년이었다.
또 사건 당일에도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함께 만나 박씨의 차를 이용해 강원도로 골프를 즐기러 가는 상황이었고 차 안에서는 유서나 외부인의 침입 흔적 등도 없었다.
특히 박씨가 휴게소에 들른 지 20여 분이 채 안된 시간에 119구급센터에 전화를 걸어 "숨쉬기가 힘들다, 약물복용"이라고 구조요청을 한 것으로 보면 자살이나 범죄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불특정 다수를 노리고 누군가가 독극물을 주입해 놓은 커피음료를 우연히 구입해 마시고 숨졌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들이 마시고 남긴 커피음료에서는 독극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또 이들이 서울에서 출발해 만남의광장 휴게소에만 한차례 들렀을 뿐 제3의 장소에 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고속도로에서 누군가에 의해 범죄피해를 당한 정황이나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평소 관계와 이들의 평상시 생활, 사건 당일의 행적 등을 보더라도 어떤 일이 발생해 이들이 사망에 이르렀는지 추정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약 5일 뒤 국과수의 정밀 부검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한 사인과 자살 또는 타살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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