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로 집단콤플렉스 증후군"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 원로 정치학자인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국가경영자'라고 규정하고,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과 올해 초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당쇄신위원장을 지낸 김 교수는 오는 10일 출간될 자신의 저서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청림출판)'에서 이같이 밝히고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은 바꾸려 하면서 자기 자신은 바꾸려 하지 않았고 끝내 콤플렉스의 멍에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것이 '인간 노무현'의 한계"라고 덧붙였다.
그는 "통치권자가 콤플렉스가 심하면 인사가 감성적 배타성을 띠기 쉽고 그 결과 정권 자체가 집단 콤플렉스 증후군을 나타낸다"면서 "도덕적 우월의식과 이념적 편집증까지 더해지면 `동굴의 우상'에 사로 잡혀 여론은 무시되고 국정운영은 외곬으로 치닫게 된다. 때로는 역사를 부관참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경우 필연적으로 국정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만연하며 사람들은 집단히스테리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는 민심이반과 국정효율 감퇴"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자실 폐쇄, 과거사 규명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콤플렉스가 노 전 대통령을 성취욕과 권력의지에 불타는 아주 특별한 인간형으로 만들었고 대권을 거머쥐게 했다"면서 "단기필마로 치열한 대권싸움에서 이겼다는 승부사적 우월감이 그를 오만과 독선의 올가미에 가뒀고, 탄핵의 수모로 치유하기 힘든 심리적 내상을 입으면서 탄핵 콤플렉스가 덧붙여졌다. 탄핵 콤플렉스의 한가지 증세는 통치권을 유린당한 수모감을 이기지 못해 걸핏하면 자제력을 잃고 흥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기의 주변적 체험이 콤플렉스를 낳고 이것에서 싹튼 성취욕과 권력 동기가 대의에의 열정을 만나면 대권을 잉태하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대권이후"라면서 "최고권력자가 된 뒤에도 콤플렉스에 쫓기는 자는 영락 없이 실패하고 그 굴레를 벗어나 정서적 안정과 인격의 정체성을 찾는 자는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최고 권력자들은 예외 없이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면서 ▲이승만 = 몰락왕족의 후예, 외아들 ▲박정희 = 가난, 친일, 사상 ▲전두환.노태우 = 가난, 주변부 ▲김영삼 = 왕자 ▲김대중 = 서자.색깔 콤플렉스와 각각 씨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스타일과 개성을 지닌 정치인으로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1829∼1837)을 꼽았다.
잭슨이 가난 때문에 독학으로 판사가 된 점, 대통령이 되기 전 툭하면 권총을 빼들고 결투를 신청할 정도로 별난 성격이었던 점, 노 전 대통령이 언론과의 전쟁을 즐기듯 의회와의 전쟁을 즐겼던 점, 노 전 대통령이 코드인사를 고집하듯 인사스타일이 독선적, 자의적이었다는 점을 유사점으로 들었다.
그는 "스타일이 닮은 꼴임에도 불구하고 잭슨은 재선까지 하며 영웅 이미지를 입증한 성공적 대통령이 됐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면서 "재임중 노 전 대통령은 탄핵의 아픔을 겪었지만 잭슨은 이런 충격이 없었다. 가난에 찌든 어린 시절의 콤플렉스는 전쟁영웅이란 자아실현을 통해 시원하게 털어버렸고 그래서 분노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혁에 박차를 가했지만 실험실습의 오류를 면치 못했는 데 가장 큰 원인은 개혁과 파괴를 혼동했기 때문"이라며 "노 정권은 가치창조보다 기득권과 과거를 부수는 일에 국정에너지를 낭비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속이거나 감추는 것이 없는 벌거벗은 알몸에서 나왔지만 벌거벗은 여체가 신비성을 잃듯 그의 `알몸전략'은 아쉽게도 리더십의 격을 잃고 말았다"면서 "지도자에게 요설은 자해의 부메랑"이라고 지적했다.
ch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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