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조미숙 통신원 = 검소한 생활 습관으로 널리 알려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최근 일반 국민보다 더 조촐하게 장남의 결혼식을 치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이란 현지에서 화제다.
지난달 17일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장남의 결혼식은 모든 순서가 4시간 만에 끝났는데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도 남자 20명과 여자 25명에 불과했다.
하객을 위한 피로연은 간단히 준비한 과일과 결혼 축하 케이크가 전부일 정도로 간소하게 진행돼 참석자들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선 부유층 뿐 아니라 중산층도 결혼식을 치를 땐 최소 하루나 이틀에 걸쳐 친구와 친척, 동네 주민까지 모두 초대해 진수성찬을 대접하는 게 보통이다.
이슬람은 종교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중시하기 때문에 무슬림은 결혼식 만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성대하게 치르는 관습이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결혼식장도 따로 잡지 않고 이슬람 풍습에 따라 여성 하객들은 신부의 집에서, 남성 하객들은 신부의 아버지가 세들어 사는 주인의 집에서 모여 신혼 부부를 축하했다.
이 역시 고급 호텔이나 호화로운 야외 결혼식장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이란의 고위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대통령의 큰 며느리가 된 신부 역시 평범한 집안의 서민층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당시 현지 주요 언론엔 이 사실이 전혀 보도되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개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이란 국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결혼식 사진 속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장남이 결혼하는 특별한 날인데도 허름해 보이는 회색 정장에 셔츠를 받쳐 입었을 뿐 별다른 치장을 하지 않았다.
이에 테헤란 시민들의 의견은 "그래도 대통령의 격에 맞게 어느 정도 형식을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과 "대통령이 먼저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은 존경할 만 하다"는 것으로 나뉘었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평소에 즐기는 점퍼를 입고 국민 앞에 나서는가 하면 심지어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서민풍'의 꾸밈없는 옷차림으로 나타날 정도다.
그는 지금도 1주일에 2∼3일은 호화로운 대통령 관저를 떠나 대통령이 되기 전 자신이 살던 민가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 청렴하고 소탈한 면모로 대중적 인기를 모았다.
그는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대통령이 되면 궁궐에 살 것이냐"라는 질문에 "모든 이란 국민이 궁궐에서 살게 되면 그 때 나도 궁궐에 살 것이다"라고 답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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