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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칼받이론은 구태를 넘어 패륜"

자기당의 대표, 자기당의 대선후보를 부정하는 민주당의 구태

대선 패배가 정동영 책임인가?

지난 대선 이후 정치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래도 10년 간 정치 칼럼을 써왔던 정치논객의 눈으로 보자면 현재 한국 정치는 완전히 실종된 상태이다. 그러니까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고, 글을 쓸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단 하나, 정동영 출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꼭 한 마디 하고 싶다. 정동영 출마 논쟁이야말로 희대의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정동영은 전주 덕진에 출마할 권리가 있다. 덕진의 유권자들의 여론도 우호적이다. 그럼 정동영이 덕진에 출마해서는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런 상식적인 판단이 현재 민주당판 정치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동영의 덕진 출마에 반대하는 논리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대선후보까지 지내고, 지난 총선 때 동작에서 한나라당의 간판인 정몽준과 겨룬 사람이 이제와서 고향 덕진에 내려가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둘째, 대선과 총선 참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지 않고, 고향 출마를 강행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가지 이유가 완전히 상충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둘째의 이유이다. 과연 지난 대선 참패에 정동영이 책임져야할 이유가 있는가?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정동영이 제대로 했으면 500만표 차의 패배는 면할 수 있었을 거라며 정동영 책임론을 제시했다.

이번 한겨레의 사설은 멍청하다 못해 뻔뻔스러운 내용이다. 지난 대선은 누가 뭐래도 노무현 심판론이었다. 민주당 빅3였던 이해찬, 손학규, 정동영 중에서 이해찬은 노무현의 분신이었다. 만약 정동영 대신 이해찬이 출마했으면, 500만표가 아니라 1천만표 이상으로 대패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갑자기 넘어온 손학규는 논의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정동영이니까 500만표로 표차를 줄였던 것이다.

그리고 대선 참패의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면, 총선 때부터 불출마시켰어야 할 것 아닌가. 대선참패의 원흉을 전략지역인 서울 동작에다 꽂아놓고, 이 패배를 또 다시 덧붙여 아예 정동영을 정계은퇴시키겠단 말인가?

만약 진짜 정동영이 대선 참패와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다면, 그 이유 때문이라도 덕진에 내려가야 한다. 이미 민주당이 원하는 보수세력과의 싸움에서 정동영이 연일 참패를 해왔다면서, 왜 이 사람을 또 수도권의 전략지역에 내보내겠다고 우기고 있는가. 그냥 고향에서 정치생명이나 연장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자기 당 대표 인물을 칼받이로 쓰려는 패륜정당

현재 정동영 덕진 출마에 반대하는 민주당 인사들은 두 가지 부류일 거라 예상한다. 첫째는 선의로 민주당과 정동영을 아끼는 마음에서 정동영에 더 큰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고, 둘째는 이번 기회에 정동영을 제거하여 한줌도 안 되는 민주당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부류이다. 대놓고 정동영 불출마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둘째 부류일 것이다.

그렇지만 첫째 부류도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노무현식 발상이라 더 문제이다. 자기 지역 버리고 험한데 가서 출마한 뒤, 그 경력으로 대선주자로 나서겠다는 건 노무현 시대 이후에 끝내야 한다. 이건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 아니 반드시 이것이 꼭 나쁘다는 뜻보다는 정도의 문제이다.

한번 정도 서울 동작에서 출마하여 해봤으면 됐지, 그 이후로 이제부터는 무조건 당의 전략지역에서만 출마하라는 노무현식 발상이 낡았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모든 선거를 이전투구의 싸움판으로 만들 수밖에 없어 국민의 이익에 반한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일본이든, 자기 지역구 버리고 상대 당의 강자를 찾아다니며 선거를 하는 정치세력이, 대한민국의 노무현 패거리들 이외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선거와 정치를 무슨 최배달식의 도장깨기 정도로 보겠다는 말인가. 이런 조폭 칼받이들의 도장깨기를 경험한 자만이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는 정신나간 소리를 해대는 사람들이 있는데, 민주당이 어떻게 집권하겠는가? 21세기의 대선주자는 정치투쟁이 아닌, 전문적 합리적 리더십을 갖추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상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것 아닌가.

특히 이런 주장을 하는 배후 인물인 정세균은 늘 전북에서 편안하게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이다. 최소한 이런 주장하려면 지난 총선 때 서울 출마했어야 했다. 정세균도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신 아닌가.

민주당은 아직까지도 노무현식 투쟁 전술만을 최고의 미덕으로 보고 있다. 구태도 이런 구태가 없다. 2004년 총선에서 자기 책임진다고 비례대표직 반납했고, 대선에서 500만표 차로 선방했고, 총선에서 서울 동작에서 가장 강한 상대를 맞아 선전했고,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두 번 하면서 당에 충성했던 인물에 대해서, 당에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국민정서에 가깝다.

자기 당의 대표를 지내고, 자기 당의 대선 후보, 총선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한 대표적인 인물에 대해서 자기들 스스로 내치는 패륜 정당? 정동영이고, 손학규이고, 무슨 조폭의 칼받이들처럼 이 지역 저 지역 끌고 다니면서 정략적으로 선거를 치르겠는 민주당의 낡은 구태, 국민들의 눈에는 노무현의 그림자가 훤히 보이고, 표심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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