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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들에게 제2의 68혁명 주문하는 우석훈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의 주문, 대부분 실현되고 있어

20대들의 반란이 구체화되면서, 일찌감치 20대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론화시킨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석훈 소장은 사회과학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부가 넘게 팔린 ‘88만원세대’에서 20대들의 환경을 생생히 묘사했다. 우석훈 소장은 계급중심에 젖어있었던 친노좌파 진영에서 세대론을 제기하면서 중도우파진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88만원세대론’을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우석훈 소장과 2030 청년CEO들의 모임인 실크로드CEO포럼은 지난해 전북대 강준만 교수, 동국대 조흡 교수의 소통포럼에서 만나, 서로의 생각을 교환한 바 있다.

당시 실크로드CEO포럼의 전문위원이자, 현 미디어워치 이문원 편집국장은 토론자로 나서 우석훈 소장의 88만원세대론의 문제점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적했다. 첫째, 88만원세대론은 20대의 진보좌파적 운동성을 강조하다보니, 근거없이 30대와 20대를 갈라버렸다. 그리고는 사실 상 친노좌파 386세대의 반 신자주의 노선으로 20대를 위한 정책을 종속시켜버렸다. 둘째, 창업을 지향하는 20대들에 대한 분석이 전무하다. 우석훈 소장이 경제 전문가이긴 하지만 경영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20대들의 창업이 스타벅스와 같은 외국계 프랜차이즈 때문에 막혀있다는 황당한 분석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실제로 20대와 30대의 창업을 막고 있는 거대 포털사의 인터넷경제 독점에 대해서는 우석훈 소장은 무관심하던지, 오히려 포털 미디어다음을 예찬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88만원세대론, 20대의 장점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셋째, 20대와 30대의 진로를 막고 있는 386세대의 패거리식 인맥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한 상징적 인물이 바로 형편없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패거리들의 힘으로 젊은 세대의 앞길을 막고 있는 진중권에 대한 비판은커녕, 예찬론을 퍼붓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88만원세대론에는 20대의 장점이 전혀 언급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386세대를 세계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세대이며, 향후에도 이들이 사회를 주도할 것이라 예단까지 하고 있다. 386세대에 비해 30대와 20대의 장점이 없다면, 당연히 지배를 당할 수밖에 없는 논리적 추론이 나온다는 점에서, 우석훈 소장의 88만원세대론은 20대 스스로 사회 변혁의 주체가 아닌 386의 종속물로 전락되었다는 것이다. 다섯째, 20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이 없었다. 신자유주의 타파 이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20대를 진보신당과 같은 친노좌파 정당의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석훈 소장은 다양한 반론을 하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또 다른 책을 집필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책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레디앙, 2009)로 지난해 출판되었다. 우석훈 소장의 언급대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편에서는 ‘88만원세대’보다 더 현실적으로 20대의 모습을 그렸고, 대안들이 제시되어있었다. 그리고 2010년 20대들은 우석훈 소장이 강조한 대로 실질적으로 당사자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것이다. 즉 20대들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석훈 소장의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정독해볼 필요가 있다.

우석훈 소장은 이 책에서 참여연대와 같은 기존의 조직에서 20대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것을 대리인 운동으로 규정하고, 20대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당사자 운동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후자가 훨씬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소장은 “20대 당사자 운동이 시민운동으로서 회원이 1만명이 넘어서는 순간 혹은 언젠가 1만 명이 넘으리라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는 순간, 장담하건데 한국에서 혁명보다 더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우소장은 시민단체의 영역을 넘어 20대들이 기초의원 등 지역에서부터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소장의 주장대로 20대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원을 받으며,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우석훈, “한국의 20대들은 서구의 68세 수준의 에너지 갖추고 있어”

또한 우소장은 편의점 알바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학원 강사인 김영경씨는 39세 이하의 알바와 비정규직 청년들로 구성된 노조 청년유니언을 설립했다. 현재 노동부에서는 정치성의 문제를 들어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으나, 김영경 위원장은 “노동부가 지적한 부분을 수정해서 서류를 다시 제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법적인 큰 하자가 없는 한 조만간 청년노조가 설립될 전망이다.

이렇게 조직을 건설한 뒤, 우석훈 소장이 20대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서구의 68 혁명이다. 우소장은 “한국 대학생들이 6.8 세대만 못한 것이 아니라 지배자들이 지나치게 무식해 68 때처럼 고상하면서도 문화적인 상상력이 넘치는 혁명을 못하는 것이다. 촛불집회를 봐라. 68 때도 그렇게 많은 이가 모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집중적으로 오래 집회하지도 않았다. 촛불집회는 규모와 기간 면에서 결코 68에 뒤지지 않는다. 그러데 왜 아무 변화가 없을까. 이것은 이쪽 문제가 아니라 저쪽 문제다”라며 한국의 20대들이 서구의 68세대와 같은 충분한 혁명적 에너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럼 우소장은 68혁명의 결과를 통해 20대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을까? 우소장은 노동권, 보건권, 주거권, 교육권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개별 영역마다 구체적 정책의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국민의 세금을 청년들의 일자리, 보건복지, 주거, 교육에 더 투입하여, 누구나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우소장은 이명박 정부를 토건경제세력으로 분류하여 “지금의 20대와 시멘트는 일종의 경쟁관계에 놓여있다. 복지라는 시각에서 20대에게 돌아갈 돈이 지금 20대들이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 사이에 시멘트에 그냥 넘어가는 꼴이 아닌가? 사람 낳고 시멘트 낳지, 시멘트 낳고 사람 낳나”라며 이명박 정부의 4대강에 투입될 예산을 청년들에게 돌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실제로 청년실업네트워크 발족식에서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정부의 해결 의지가 있다면 4대강에 쏟아붓는 예산을 청년고용대책으로 돌려 엄청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20대를 대상으로 4대강 예산과 청년 고용 예산을 대립시키고 있다. 즉 우소장의 20대들과 시멘트가 경쟁관계에 있다는 발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도우파 진영, 20대 문제에 여전히 무관심

우소장은 실크로드CEO포럼 측과의 토론회에서는 청년창업에 대해서 하나의 대안이라며 이를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실크로드CEO포럼 측의 청년창업 활성화 정책 추진에 대해서도 당사자 운동이라며 한겨레신문에 이를 지지하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우소장의 발상이 실크로드CEO포럼과 크게 부딪힐 만한 사안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 흐름이다.

우소장이 추구하는 대로 20대들이 국가의 예산체계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국민세금을 계속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파퓰리즘에 휘둘리는 정치권에서 이를 수용했을 때,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위축되면서 창업시장은 더 빠르게 위축된다는 것이다. 즉 사안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우소장 측과 실크로드CEO포럼 측은 상호보완관계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소장은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고, 실크로드CEO포럼은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자유주의 체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대립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친노좌파 정당과 매체들이 우소장의 예견과 주장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운동의 세를 확산시키고 있는 반면, 중도우파진영의 사실 상 유일한 대응세력인 실크로드CEO포럼 측은 전문 분야인 청년창업정책 개선안 하나 관철시키지 못할 정도로 무관심에 방치되어있다는 점이다.

2010년 4월 현재, 2009년 9월에 우소장이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서 20대들에게 주문했던 것들은 거의 대부분 실현되고 있다. 중도우파 인사라면 최소한 이러한 우소장의 책이라도 읽어보면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20대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고민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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