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와 16대 순천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바 있는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4월27일 순천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당연합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재보선에서, 김 전 위원의 출마는 야당연합을 뒤흔들만한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위원은 지난해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이명박 정권 심판론과 호남의 민주당 대세론을 뚫고 혈혈단신으로 10%의 지지율을 획득한 바 있다. 지방선거보다 낮을 법한 재보선 투표율을 감안한다면 20%에 가까운 1만 여명의 확실한 표를 이미 확보해놓은 김 전 위원은 다른 후보들보다 한 발 앞서 있는 형국이다. 미디어워치에서는 김 전 위원으로부터 순천 재보선 선거와 관련 정국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이번 순천 재보선에 출마할 용의가 있는가.
- 순천에서 두 번의 국회의원을 지내고, 순천에 집을 지어 살고 있는 입장에서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국 상황이 크게 요동칠 것 같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선거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 게임인데, 대체 누가 나올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야당연합이 된다면 민주노동당 후보가 나올 수도 있고, 이에 반발해 무소속 후보가 난립할 수도 있고, 만약 야당연합이 깨지면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 무소속 후보가 대거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옛 동지들은 물론 선후배나 가까이 만나는 이웃이나 거리를 거닐다 만나는 시민들로부터 강하게 출마권유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만약 정말 좋은 정치인이 출마해 정치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면 뒤에서 지원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즉,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결정하게 되면 김경재 정치인생의 ‘최후의 승부’를 펼칠 것입니다.
▲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순천 재보선 선거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이번 재보선은 다음 총선 때까지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특히 국정감사가 끝나는 연말부터 사실상 총선 체제가 가동됩니다. 그럼 실질적으로 일할 기회는 6개월도 안 되는 거지요. 그리고 총선 다음에는 대선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재보선이 아닙니다.
이런 정치 스케줄 때문에 우선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의미는 다소 퇴색됩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의 임기가 3년 이상 남았는데, 6개월짜리 국회의원이 순천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한다고 큰소리치는 것은 허풍이요 과장입니다. 순천 주민들도 이 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후보라도 지역 일꾼론을 얘기하며 순천 발전만을 내세운다면, 그건 사실상 사기극에 가깝다는 거지요.
순천 재보선은 손학규, 박지원의 민주당에 대한 최종 심판될 것
반면 정치적으로는 그 어떤 재보선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재보선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다음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야당연합의 실험무대가 됩니다. 이번에 야당연합이 구성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의 반발과 불신으로 총선 때의 야당연합은 물거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1차적으로 아마도 민주노동당 소속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야당연합 후보가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는 시험대가 됩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야당연합후보를 밀든, 독자 후보를 출마시켜 승부를 걸든,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대한 최종평가를 받게 됩니다.
즉 순천 주민들은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이 이끌고 있는 민주당이 과연 총선과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바람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민주당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순천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선택에 손을 들어주겠지요.
반면 지금의 민주당 가지고는 도저히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만한 비전이 안 보인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야당연합 후보든 민주당 후보든 외면 받게 될 겁니다. 즉 다른 후보를 찍어 민주당에 경고를 주는 거지요. 순천에서 만약 민주당이 참패한다면, 아마 민주당은 걷잡을 수 없는 내분에 빠지게 될 겁니다.
민주당의 내분은 민주당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더 크게는 총선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순천에서의 선거결과는 정국 대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이것이 순천 유권자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큰 정치를 봐야하는 이유입니다.
▲ 이번 재보선에서 순천은 유일한 호남지역 지역구다. 호남 유권자들이 이번 재보선은 물론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에 대한 90% 몰표 지역으로 찍혀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7년 이전까지는 역사적 정당성이 있었습니다. 건국 이래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명분, 민주화 세력을 지지한다는 의미 등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호남이 계속해서 민주당에 대한 몰표를 주면서 오히려 전국의 유권자들과 전혀 다른 정치의식이 표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했습니다. 전국의 유권자들이 노무현 정권 심판에 나설 때 호남 유권자들만 정동영 후보에 70% 이상의 몰표를 줬습니다. 이것은 1997년 이전의 몰표와 다르게 명분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정치의식이 아닙니다. 호남 유권자들이 70%의 몰표를 줄 만큼 노무현 정권이 잘했다고 타 지역 유권자들에게 말할 수 있습니까? 호남의 몰표는 명분을 잃고 지역 이기주의로 변질된 것입니다.
이번 재보선은 물론 총선과 대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이 호남의 몰표를 명분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마치 군사정권 시절 대구경북의 유권자들이 지탄을 받는 것과 똑같은 논리로 호남이 정치적 왕따가 될 수 있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부당한 호남차별까지도 호남 유권자들의 명분 없는 몰표 때문이라고 정당화되는 흐름이 있다는 겁니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라도 깽깽이들 김정일 세력이다”라는 기막힌 글들이 올라옵니다. 호남 차별이 자식 세대들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즉 이번 순천 재보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호남은 무조건 민주당이다”라는 타 지역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주어야 합니다.
호남몰표는 항상 이용만 당해왔다
▲ 1997년 이후 호남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배출했는데, 이들 정권의 호남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는가.
- 저는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 모두 홍보본부장을 맡이 대선을 승리로 이끈 주역입니다. 선거 전략상 민주당은 대선을 치를 때 호남을 젖히고 갑니다. 어차피 90% 이상의 몰표가 나오니 선거 운동을 더 열심히 한다거나 호남을 정책적으로 더 챙겨준다거나 할 필요가 없습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예 호남에 유세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90% 몰표가 나오는데 호남에 자주 가면 타 지역 표가 떨어진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때는 호남의 유권자들도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때문에 이를 양해해줬습니다.
2002년 대선 때는 다들 아시다시피 광주에서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를 밀면서 호남기반의 정당 민주당은 영남후보를 내세웁니다. 다들 지역 화합을 위한 호남인들의 위대한 선택이라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은 이와 달랐습니다. “내가 좋아서 민 게 아니라 이회창이 싫어서 나를 택한 게 아니냐”는 발언을 했다죠. 이 역시 어차피 호남은 90%를 몰표를 줄 테니, 영남 후보를 택해 영남표를 공략하자는 선거공학적 관점입니다. 1997년 때와 별 다른 게 없지요.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호남의 민주당을 내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합니다. 유시민, 신기남 등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들은 “호남의 표심이 흔들려야 영남의 표심을 잡을 수 있다”는 발언들을 공공연히 했습니다. 민주당을 호남의 자민련으로 전락시키는 정략으로 전국정당을 지향했다는 겁니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호남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양분돼야 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호남의 지식인 등 여론주도층은 친노세력의 민주당 분당을 처음에는 강력하게 비판하다가, 막상 분당이 되니 모두들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섰습니다. 탄핵도 그 이유가 되겠지만, 탄핵은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이 된다”며 총선에 개입해 벌어진 일입니다. 호남에서 생존해야 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즉 탄핵이 없었더라도 호남은 어차피 힘없는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이 아닌 집권세력인 열린우리당으로 갔을 거라는 거죠.
열린우리당은 호남에서도 의석수를 휩쓸면서 제1당으로 승리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영남에서 한나라당에 패배하며 계획은 틀어진 거지요. 이렇게 열린우리당이 영남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에 다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거쳐 도로 민주당이 돼버립니다. 반대로 유시민의 국민참여당은 이러한 ‘도로 민주당’에 반발하며 창당합니다. 열린우리당 창당과 논리는 똑같은데, 열린우리당은 힘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국민참여당에 힘이 없다는 차이밖에 없습니다.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그리고 지금까지 민주당은 호남의 몰표를 기반으로 하고 존립하고 있으면서도, 타 지역의 유권자들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호남의 몰표를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러니 민주당이 호남의 발전을 생각할 때마다 다른 지역의 눈치를 보고 호남에 올인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손학규 “호남 양보하라” 말할 자격 없어
▲ 과학벨트 관련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호남 양보론을 주장하며 충청을 당론으로 고집하는 반면, 호남 의원들은 호남유치를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 앞서 설명 드린 대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민주당은 호남에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으면서도 호남의 표를 거저 몰래 슬그머니 얻고 싶어 합니다. 조금이라도 호남에 신경을 쓰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타 지역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외면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 게, 손학규 대표는 15년 간 한나라당에서 경기도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던 사람입니다. 특히 손 대표는 3당 합당으로 정치적으로 호남이 고립됐을 때 그 3당 합당의 결과물인 민자당, 신한국당에 입당해 여당 대변인, 보건복지부 장관, 나중에는 경기도지사를 지냈습니다. 호남에서 볼 때는 불의의 편에 서서 호의호식했다고 인식될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 대표가 돼 “호남이 양보하라”고 하니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도 영남 출신이지만 3당 합당을 거부해 호남의 편에 서서 정치적 고초를 치른 바 있고, 호남은 이를 충분히 알고 있어 그를 후보로 만들어줬습니다. 손 대표는 “호남이 양보하라”는 말할 자격이 없다는 거지요.
과학벨트는 근본적으로 정확히 경제와 지역발전 논리에 따라 엄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이 과학벨트 충청유치를 당론으로 찍으면서 무작정 호남이 양보하라 호통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게 표현하고 싶어도 “너희는 어차피 우리 민주당밖에 찍을 곳이 없을 테니, 모든 선물은 충청과 타 지역에 주자. 그래야 우리가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호남인을 협박한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정치공학적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과학벨트를 호남에 주겠다고 하면 그때 민주당과 호남인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대통령이 공약을 어겼다고 비판하며 과학벨트 호남유치를 반대할까요?
참 한심한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4월 중에 과학벨트 유치 지역을 발표하겠다는데, 정확히 재보선 기간입니다. 재보선의 핵심이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광주는 물론 전남 광양 역시 충분히 과학벨트를 운영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그럼 총선과 대선과 관계없이 과학벨트 호남 유치를 주장해야 합니다. 저는 과학벨트의 광양만권 유치를 위해 떨쳐나서 볼까하는 걸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하는데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의 반 토막에 불과하다. 대체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 노무현 정권 시절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압도했습니다. 그 바람에 열린우리당은 재보선에서 44대0 즉 44전44패를 기록합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는 각종 재보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고, 지난 7월 재보선에서는 민주당이 참패했습니다. 정권 심판론이 강한 한국의 정치구도 상 재보선은 늘 여당의 무덤인데도, 민주당이 헉헉거리고 있다는 건 민주당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민주당은 그냥 야당이 아니라 지난 10년 간 국정을 운영해온 세력입니다. 1997년 이전에 국민들은 만년 야당으로서의 민주당에 강력한 투쟁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10년 간 국정운영을 해온 민주당에 대해 국민적 요구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만이 국정운영을 잘 못한다는 것 아닙니까? 그럼 민주당에도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 달라 주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세균 대표 체제,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은 1987년 당시의 거리 투쟁에만 매달려 왔습니다. 설사 이명박 정권을 싫어하는 국민들조차도 “저런 민주당이 집권하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미 노무현 정권 열린우리당 당시에 안정적인 국정을 운영하는 여당이 아니라 온갖 정략과 투쟁에만 골몰하는 집단으로 국민들에 찍혔고, 이것 때문에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심판받은 것 아닙니까? 그런데 심판받은 그 내용은 ‘나 몰라라’하고 또 그대로 하겠답니다. 당연히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없지요.
이건 ‘당심’에도 어긋납니다. 민주당 당원들이 왜 한나라당에 15년 있었던 손학규 대표를 택했습니까? 더 이상 운동권식 투쟁 그만하고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주자는 겁니다. 이런 손학규 대표가 또 거리투쟁에 나섭니다. 무언가 민주당 내외부의 소통 시스템이 크게 어긋나 있습니다.
▲ 왜 민주당은 뻔히 보이는 답을 회피하고 거리투쟁만 하고 있다고 보는가.
- 민주당은 정상적인 정당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친노무현 언론, 참여연대, 민언련, 민변 등 친노무현 시민단체가 끌고 가고 있습니다. 전체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특정 언론과 특정 시민단체에 휘둘리다보니 손학규 같은 사람이 대표로 들어와도 노무현식 투쟁 정치를 못 버리고 말려들어가고 만 겁니다. 이들 언론과 신문은 더욱 더 노무현식으로 국론을 분열시켜야 집권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 때문에 정세균 대표가 자신의 책으로 한겨레 등 친노언론을 비판한 바도 있으나, 정세균 대표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당 내 강봉균, 김효석 등 뜻있는 정치인들은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움직임도 최근 있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친노언론과 시민단체의 반격이 무서워 말도 잘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 시민단체들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야당연합을 민주당에 강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 그렇지요. 갑자기 민주당이 무상 복지 시리즈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는 민주노동당식 정책이지요. 왜 그랬겠습니까? 야당연합을 하려다보니 민주노동당과 정책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점차 민주노동당화가 되고 있는 겁니다.
근본적으로 야당연합을 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그 발상부터 재검토해봐야 합니다. 지난 재보선 안산 선거에서 민주당의 김영환 의원이 임종인 후보와 단일화라는 친노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승리한 바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싫지만, 운동권 단체 민주당도 싫다는 유권자들이 통계상으로 50%가 넘습니다. 야당연합을 하면 이러한 블루오션을 놓치고 맙니다. 야당연합은 필승이 아닌 필패의 길이지요.
이번 순천 선거에서 만약 수도권 선거의 공조를 위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 된다고 칩시다. 순천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권에 실망했다 하더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친김정일 사회주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 민주노동당 후보를 무조건 찍어야 한다는 강요를 받게 됩니다. 순천 유권자들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이러한 기괴한 상황이 재보선을 거치면서 더욱 공고히 된다면, 결국 한나라당도 싫고 야당연합도 싫은 다수 유권자의 민심을 반영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순천 재보선은 바로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중요한 선거입니다.
박지원 말솜씨, 거의 공작정치 수준
▲ 민주당에서 손학규 대표보다도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권이 더 커 보인다. 박 원내대표와는 오랜 인연이 있을 텐데 지금 박 원내대표의 정치적 행보는 어떻게 보는가.
- 박지원 원내대표는 미국 맨해튼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인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제가 소개해줬습니다. 김 전 대통령에게는 충성스러운 신하였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참모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정치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지만 특히 탁월한 정치자금 관리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민주당 내에 그의 상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금 정계에서 하는 일은 ‘혈연적 좌파’의 배경을 교묘히 감추고 말로써 상대 당의 분란을 일으키려는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이건 거의 새로운 공작 정치 수준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원내대표가 말장난만 일삼는 정당에 국민들이 국정운영을 맡겨주겠습니까? 박지원 원내대표의 입을 막지 않으면 민주당의 집권은 불가능합니다.
▲ 야권에서는 유시민 전 의원의 지지도가 가장 높다. 어떻게 보는가.
- 유시민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할 때 무상 복지를 비판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무상 시리즈를 과감하게 비판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시민의 장점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하는 노무현식 정치에 있었는데, 이게 퇴색되고 있어요.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자신이 숙청하려 했던 동교동에 가서 머리를 숙이고, 자신이 죽이고자 했던 민주당에 손을 내미는 등의 행태도 보였습니다. 물론 정상적인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한 포용력이지만 문제는 유시민이라는 캐릭터와 안 맞는다는 거지요.
최근 유시민 전 의원이 쓴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정독했는데 적어도 그가 공산주의를 확실히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로서 종북주의자는 아니라는 건 확인했습니다. 지적으로 토론으로 그와 맞설 사람이 지금의 야권에서 거의 없지 않을까 하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유시민 전 의원이 야권 연합 대선 후보로 되려면, 유시민 스타일을 벗고 기존 정치인으로 변신해야 할 겁니다. 경기도 선거에서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유시민의 장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중간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어떻게 외줄타기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현 시점에선 박근혜 대 유시민의 대결이 유력할 듯
▲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 장점이 많은 정치인입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이명박 현 대통령까지 국민들은 가벼운 정치인들에 대해 싫증이 났지요. 그 점에서 우리도 품격 있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뜻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그 때문에 고공 지지율이 지속되겠지요.
반면 너무 오랫동안 압도적인 1위 지지율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가 있습니다. 국민들의 실증 같은 게 문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인의 장막에 갇힐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의 업무는 전혀 다릅니다. 대통령 후보는 격변하는 정국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의 장막에 갇히게 되면 이러한 정보가 제대로 안 들어오게 됩니다. 결정적인 오판을 내릴 우려가 크다는 거지요.
또한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강점이자 동시에 멍에가 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어떻게 청산 내지 극복하느냐가 최후의 고비가 될 겁니다.
▲ 개헌과 북한 체제 및 통일 문제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 개헌은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에 ‘원 포인트’ 개헌안을 발표했고, 당시 대선후보인 이명박, 박근혜, 정동영, 손학규 등이 대선 이후 개헌하겠다고 약속해서 노 전 대통령이 철회한 것 아닌가요? 국민들과의 약속이면 지켜야지요. 지키지 않으면 그럴 만한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던 지요.
저는 1987년 개헌 당시 참여했습니다. 워낙 급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5년 단임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의 7년 단임제를 극복하려고 대충 협의해서 결정했습니다.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하고 불리하고 떠나서 국가의 장래를 위해 개헌에 대해 폭넓게 논의를 해야 합니다.
야당의 경우라면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제 같은 것 제시하며 개헌을 주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개헌 이야기만 나오면 도망 다니는데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 할 수 없습니다.
북한 문제의 경우는 3대 세습이 시작될 때부터 북한 체제 붕괴 및 통일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이집트와 튀니지 등에서 독재정권이 속속 붕괴되고 있는데 북한만 멀쩡한 거란 망상은 친 김정일 세력들만 가질 수 있는 희망사항입니다. 철저히 대비를 해 통일로 국운을 키워나가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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