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전남 순천 지역 무공천을 결심했다고 알려지면서, 전남순천 선거가 재보선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전남 순천의 경우 민주당이 무공천하여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선거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민주당 내의 조순용 전 정무수석, 구희승 변호사,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등은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이 무공천한다 해도, 이들 후보들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들이 무소속 출마한다 해도, 민주당 중앙당과 전남도당은 엄연히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무소속 출마자들은 민주당의 결정을 불복한 해당 행위자가 되고, 민주당 당직자들과 민주당 탈당 후보들과의 격론이 펼쳐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탈당 후보들 민주노동당의 좌경화 비판 거셀 듯
이 과정에서 민주당 탈당 후보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노동당의 좌경화를 공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7.28 재보선 광주 남구에서 오병윤 민주노동당 후보와 장병완 민주당 후보간에 박빙의 접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민주노동당에 대해 색깔론까지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되었다.
강기정, 김재균, 이용섭 의원 등 민주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광주시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동당을 ‘대안없는 반미정당’ ‘한나라당 2중대’라고 말하고 민주당 장병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다 민주노동당 측의 거센 반발을 샀던 것이다.
당시 박지원 원내대표는 "선거과정에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면서 민주노동당이 끝까지 은평에서는 단일화 후보를 위하고, 다른 지역에서 선전해 줄 것을 기원해마지 않는다”며 사과, 가까스로 진화했다. 이번 4월 순천 재보선에서도 이와 같은 선거 구도가 벌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야당연합 목숨거는 민주당, 탈당후보들 복당 받아들이기 어려워
그나마 지난 7.28 선거 때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후보가 따로 선거를 치렀으나, 만약 이번 순천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되면, 민주당 탈당 후보들과 민주당 당직 인사들과의 노선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안 그래도 최근 민주당에서는 천정배 최고위원, 김근태 전 의원 등등이 강력한 좌파 노선을 내세우며 민주노동당과의 적극적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들이 민노당식 좌파들이 순천 무공천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호남 온건파들과 강경 좌파 간의 노선 갈등이 순천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탈당 후보들은 당선 후 복당을 공약으로 내세우겠지만, 야당연합을 추진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들의 복당을 받아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특히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탈당 후보를 당선되었다고 받아들이는 순간, 야당연합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무소속 출신 노관규 순천 시장의 입장도 변수이다. 노관규 순천 시장은 순천 정원박람회를 추진하고 있으나, 서갑원 전 의원 등 민주당에서 이를 반대하며 난관에 부딪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노 시장은 이번 재보선 출마까지 고려할 정도로 서갑원 전 의원과는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김경재 전 의원, 한나라당 후보 불출마 시 30%대 표심 이미 확보했다 자신
노 시장의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탈당 후보들의 당선은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장애가 된다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순천 지역은 아예 민주노동당으로 일찌감치 후보가 정해지는 수도 있다. 노 시장에게는 민주노동당 단일후보도, 민주당 탈당 후보도 위협적인 존재인 셈이다.
민주당 탈당 후보들과 달리 처음부터 민주노동당과의 좌클릭 연대 자체를 비판하는 김경재 전 의원의 존재도 간단치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탈당 후보들이 민주노동당과의 연대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반면, 김경재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식 좌클릭 연합으로는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 호남이 필패한다"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김경재 전 의원은 지난 지자체 전남지사 선거에서 순천 지역 10% 대를 득표했다.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도 10%대를 득표했다.만약 한나라당 후보자가 출마하지 않는다면, 김경재 전 의원은 이미 중도보수 성향의 20%대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고, 지자체보다 낮을 득표율까지 고려하면 30%대에 올라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또한 김경재 전 의원은 2004년 총선 당시, 재선 지역구인 순천을 떠나 서울 강북에 출마한 경험도 있어, 1년 간 필패의 길인 좌클릭 야당연대를 극복하여, 민주당의 총선과 대선 승리 기틀을 마련한 뒤, 2012년 총선에서는 순천 지역구를 다시 후배들에 넘겨주고, 수도권 출마에 나설 것을 공약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총선 서울출마 선언은 노관규 순천 시장은 물론, 민주당 탈당 후보들과의 연대도 염두에 둔 것이다.
민주노동당 후보와 민주당 탈당후보들이 난타전을 벌일 때, 김경재 전 의원은 중도우파성향의 표심을 일찌감치 확보한 뒤, 좌클릭 연대 필패론을 이슈화시킨다면, 표 확장력을 대거 넓힐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학벨트 유치를 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호남양보론'도 선거판이 벌어지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과학벨트 충청유치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당선 후 복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민주당 탈당후보들이 이러한 민주당의 당론까지 뒤엎으며 과학벨트 호남유치를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김경재 전 의원은 "호남의 민주당 몰표로 늘 호남은 민주당에 이용만 당한다"며, 과학벨트 광주전남 지역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여론조사 결과, 민주노동당 단일후보 지지율 40%에 불과
실제로 인터넷신문 민중의소리 여론조사 결과 민주노동당 단일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여론이 40%에 불과했다. 나머지 60%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반면 프레시안이 더플랜과 함께 지난 19일 실시한 조사에선 ‘시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통해 야권단일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응답이 38.6%로 가장 높아 주민 의사와 무관한 중앙정치 차원의 결정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민주당의 무공천 양보론에 대한 찬성은 12.5%에 불과했고 민주당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려 57.0%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을 정도이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노동당 단일후보의 파괴력은 그리 신통치 않은 셈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후보와 무소속 김경재 전 의원의 출마는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무공천했을 때 과연 몇 명의 탈당 후보가 출마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흔들릴 전망이다. 만약 민주당의 철저한 집안 단속이 성공하고, 민주당 후보들이 불과 1년 뒤에 있을 총선을 고려하여 출마를 포기한다면, 민주노동당 후보와 김경재 전 의원과의 1:1 맞대결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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