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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원더걸스의 실패와 YG 싸이의 성공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K-pop이 배워야 할 것

【서울=빅뉴스】 김휘영의 문화평론=한국의 3대 연예 기획사하면 누구라도 SM, JYP, 그리고 YG다. 이들의 힘은 이제 공중파인 KBS,MBC,SBS 등의 음악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건 알 사람은 다 안다. 쉽게 말하면 한국 가요계의 3대 재벌이며, 이들의 지나친 독과점에서 비롯되는 부작용도 상당하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대중 가요는 전기, 수도 등과 마찬가지로 그 공동체 구성원들이 제대로 향유해야만 하는 일종의 공공재(公共財)의 속성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가 이 부작용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은 차후에 논하기로 하고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자.

SM 하면 한국 아이돌 그룹에 가수 대신 엔터테이너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 놓은 가요계의 스티브 잡스 이수만 회장이 보아를 일본 시장에서 걸출한 스타로 성공시키고 동방신기라는 범 아시아 스타를 탄생시켰을 때, 그 진가를 드러냈다. 이수만 회장이 없었다면 한국 가요계의 한류도 없었거나 매우 늦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SM에서는 세계 팝 시장의 메카인 미국 시장에 대한 진출에 대한 열망이 매우 적다. 비용대비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짐작한다. 대신 영국, 프랑스 등의 유럽에 슈퍼 쥬니어 등을 위시로 팝 콘서트를 열어 K-pop이 유럽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음을 홍보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 시장에서의 이들의 공연이 시장의 구매력이 뒤따르지 않는 본사 홍보용 기획 콘서트에 불과했다는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즉 주가 띄우기용이자 속된 말로 ‘작전용’ 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는 종편 방송사인 MBN의 기획물을 보면 잘 안다. 음반이 팔리지 않는 그들만의 작전용 리그라는 의혹은 필자도 어느 정도 갖고 있었다. 방송 3사의 공연실황중계 요구까지 거부하고 기획사 주최로 하겠다고 했을 때 더욱 그러했다. 왜냐하면 방송 3사가 끼어들면 그야말로 기획사가 작전하고 있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기 때문임과 연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천재 박진영

사실 미국 진출에 가장 열성을 들인 기획사는 박진영의 JYP다. 텔미(Tell me)로 세대를 초월한 선풍적 인기를 얻으며 원더걸스를 일약 국민 걸그룹으로 발돋움 시킨 박진영 JYP대표의 미국시장 진출기는 정말 유명하다.

박진영은 그야말로 천재다. 필자가 박진영의 천재성에 놀라며 감탄한 점은 스윙 베이비(Swing baby) 이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다. 필자는 박진영 특유의 흐느적 거리는 몸짓의 리듬에 맞춰 흘러나온 그 노래를 듣자 마자, 저 노래가 표절이 아니라면 박진영은 그야말로 진정한 천재다! 라고 단언했다. 아니 이 곡만은 설사 표절이라고 해도 박진영은 천재다. 이게 어찌 보통 인간의 뇌리에서 나올 수 있는 가사인가? 아래에 나오는 스'윙'-'빙'-'싱'-브 '링'의 절묘한 라임을 보라! 단순히 운율을 떠나 이 라임이 곡 전체의 의미를 얼마나 아름답게 살려 주고 있는지도 확인해보라. 이건 한국의 역대 시인들 중 중의법의 천재인 황진이가 살아온다 해도 힘들 경지다.

* 오 Swing Swing Swing my baby
빙빙빙 나와 돌아봐
오 싱 싱 싱그러운
그대의 향기가 내 몸에 베게
오 Swing Swing Swing my baby
bring bring bring your Love to Me
오 그대의 맘속에
지울수 없는 밤으로 남게 Let's dance


필자는 한국의 유명한 애송시들을 직접 영어로 번역해서 책으로 발간한 적이 있다. 그때 한국시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단순히 그 의미전달에만 주안점을 둔 게 아니라 필자가 평소 즐겼던 수 백 곡이 넘는 팝송들과 공부한 영미시들을 응용하여, 시적인 라임(rhyme)을 살려내려고 노력했다. 필자가 <한국근대명시번역선>이란 이름으로 한국인의 애송시를 번역한 책을 필자의 지인들과 세계 도처에서 온 바이어들에게 나눠 주었는데, 영국에서 온 한 여성 바이어가 김포공항을 나갈 때, 한 방송사 기자를 만나 "한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시가 많은 나라인 줄 몰랐다"고 인터뷰했다고 하며, 이를 소개해줘서 감사하다는 편지가 오기도 했다. 필자도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에 나름대로 기여한 격이다. 한국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면서 알게 느낀 건, 영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라임을 살리기가 무척 어려운 언어라는 점이다. 하여간에 라임이라면 웬만히 자신있는 필자에게도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에 나온 라임은 그야말로 전율이 일 정도다. '천재'란 건 이럴 때 쓰야 하는 용어다.

원더걸스의 실패

박진영 JYP대표의 약점이라면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노력형 천재라는 점이다. 그래서 가끔씩 가장 중요한 방향성을 잘못 잡아 엉뚱한 길에 노력을 허비할 경우가 있다. JYP의 원더걸스 미국 진출실패가 그 예다. 이 실패는 원더걸스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애초 박진영의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기에 피할 수 없는 숙명같은 것이었다.

2009년 싱글 Nobody로 미국 진출을 한다고 할 때, 필자 생각은 이랬다. “박진영 같은 천재도 저런 실수를 다 하는구나!”라며 80~90% 이상 실패를 예견했고, 2010년 투 디티(2 Different Tears)로 재도전할 때는 “천재가 이젠 실성을 했구나!“라고 통탄하며 100% 실패를 예견했다. 눈치빠른 사람은 알겠지만 필자가 말한 <실수-실패-실성> 이 세 용어는 완전히 다른 의미와 안타까움을 품고 있다.

팝가수로서의 한국인은 미국시장에서 철저한 아웃사이드이자 언어적으로 외래인(non-native)이다. 이런 약점을 딛고 본토 시장을 개척하려면 일단 경쾌하고 빠른 리듬이어야 함은 필수 중에서도 필수다. 그런데 원더걸스가 미국시장에 도전했던 두 곡 모두 느린 곡이었다. 실패는 시간이 확인해 줄 문제였을 뿐이다. 게다가 웃음은 간단한 상황설정이나 슬랩스틱으로 즉흥적으로 웃길 수 있지만, 비극은 정말 복잡하고 상당한 시간의 몰입을 요하는 가장 어려운 분야다. 애상조의 투 디티는 전주로 매우 섬세하고 격조높은 선율이 필요했지만 없었고 그 내용조차도 쉽게 사귀고 쿨하게 헤어지는 현지 정서와도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곡이 빨라야 하는 이유는 외래 문화인이 본토 문화인에 대한 비네이티브의 약점을 숨기기에는 강력한 비트와 리듬 이상 없기 때문이다. 곡이 느리면 느릴 수록 표피적인 본능보다는 지극히 섬세한 여러 감각에 종합적으로 호소해야 하는데, 이때는 수용자가 너무나 복잡미묘해져서 외래 문화인이 이를 다 만족시키기에는 뚜렷한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이 점이 간과된 JYP의 미국 진출곡 노바디와 투디티는 로비나 섭외 등에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인다 해도 성공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싸이 강남 스타일의 성공이 주는 교훈

이에 반하여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보라. 이곡은 빠르다고 표현하기로는 부족할 정도다. 한마디로 ‘정신없다’ 고 해야 할 정도로 듣는 이들의 얼을 빼놓는다.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켰던 마까레나 또한 이랬다. 마까레나나 강남 스타일은 “어어, 이게 뭐냐?" 하는 순간 이미 이 노래가 가진 리듬의 포로가 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바로 앞 평론에서도 밝혔다시피 필자는 아직도 마까레나의 가사가 주는 의미를 모른다. 필자가 노래방에 가면 으레 빠짐없이 부르는 스페인 곡이 2 개 있다. 홀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의 “Hey"와 플라시도 도밍고의 ”Adoro(내 사랑이여)!" 인데 이 두 곡은 상당히 느린 곡이다. 물론 이 두 곡의 원음을 다 외우고 있지만 영어 해석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그 뜻을 완전히 알고 있어야만 노래할 때 몰입이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마까레나는 가사가 주는 의미를 모른 채 듣기만 해도 마냥 즐겁고 흥겹다. 굳이 마까레나의 의미를 알려고 해 본 적도 없다. 최근 포브스 잡지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성공 원인으로 꼽은 게 오히려 한국어로 부르기 때문이라는 점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강남 스타일 가사에 나온 뜻을 알 필요가 없을 정도라는 뜻이다. 물론 이건 강남 스타일 특유의 리듬과 비트가 주는 힘이다. 가사도 없이 리듬과 강렬한 비트 만으로, 그것도 가장 단순한 타악기로 세계 시장에 성공했던 게 바로 '난타(Nanta)'고 '난타'는 한류 콘텐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K-pop 이 미국과 유럽 시장을 진출할 때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는? 한마디로 가사보다 강렬한 리듬과 비트다. 물론 단순하고 힘있는 율동이 있으면 더 좋은 건 말할 필요도 없다<계속> / 김휘영 문화평론가 wepa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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