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이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 일부는 특검이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특검은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조사키로 결정했다. 영부인은 현재 이 대통령과 해외순방을 계획 중이다. 국익을 위해 해외로 나가는 대통령 내외에게 악영향을 줄까 걱정스럽다.
다른 나라의 정상을 만나 국격을 내세워 외교를 해야 하는 이들이 부정 비리와 연루돼 수사를 받는 중 출국했다고 한다면 유리한 방향에서 협상을 이끌어 나갈 수가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히 특검에서도 해외순방에 앞서 조사를 하는 것은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나 품격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있어 순방 이후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즉각 김 여사에 대해 조사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진실을 가리기 위한 수사가 아닌 정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번 수사에서 반드시 정치적인 부분을 배제한 채 내곡동 사저와 관련된 배임, 부동산실거래법 위반 등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
최근 있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의 이른바 13억 돈상자 사건을 떠올려 보자.
13억 환치기(외화 밀반출)를 저지른 정연씨는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또한 정연씨로부터 돈을 송금받은 미국 영주권자 경연희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벌금 1,500만원에 약식 기소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돈을 보낸 권양숙 여사도 입건유예로 결정됐다.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전관예우를 충분히 한 것이다.
사실 13억 돈상자 사건이 국민 정서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었나.
2007년 9월 경씨 소유의 미국 뉴저지 포트 임페리얼 아파트 435호를 정연씨가 사들인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정연씨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통해 계약금 40만달러를 송금한 뒤 2년 후 소유권을 이전받기로 약정했다.
그러다 2008년 말 경씨로부터 중도금 지급 독촉을 받았으나 정상적으로 해외 송금할 방법을 못 찾고 미국에 있는 경씨에게 국내에서 현금으로 받아가라고 요청한다.
결국 경연희씨는 권 여사의 친척으로부터 현금 13억원이 들어있는 박스 7개를 경기도 과천소재 비닐하우스 인근에서 건네 받는다. 이 돈은 불법 환치기 방식으로 미국에 송금됐다.
돈이 없다던 당시 권양숙 여사가 어떻게 딸 정연씨에게 현찰로 13억원을 보낼 수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권 여사는 “지인들이 준 돈을 모아 보관해 오던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지인들이 준 돈이란 것이 어떤 성격의 돈인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검찰이 더 자세히 묻자 권 여사는 “인간적인 정리상 지인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기 어렵다고 하고 전액 현금이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냄새가 풀풀난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 일가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온나라에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럼에도 입건유예나, 1,500만원 약식 기소로 수사를 종결했다. 온갖 비리와 의문이 가득한 출처를 뒤로한 채 실제로 적용된 법적인 부분은 환치기에만 국한됐다.
그렇다면 대통령 사저특검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판단으로 휘둘려서 괜한 것을 트집 잡고 물고 늘어져선 안된다. 중립을 지켜 내곡동 사저 의혹에 관해서만 규명하면 된다.
그 외에도 이미 특검 과정에 대한 불만은 이래저래 많다. 수사과정에서 정보를 이리저리 흘린 것들이 그 의도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들이다.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 이어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거기에 영부인까지 조사하는 게 부담스럽다. 자칫 언론에 이명박 대통령 일가 흠집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검에서 중간수사 발표 외에는 피의 사실을 함구해야 함에도, 수사내용이 자꾸만 언론에 노출되고 있음이 불만이다. 특검 진술내용이 언론에 알려져서 좋은 건 없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어떤 영향력을 기대하고 내놓는 것이 아닌지 의심만 살 뿐이다. 확인도 되지 않고, 밝혀진 바도 없는 상태에서 이시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부른다거나 하는 일들이 바로 그 예다.
큰 의미가 없이 흘리는 것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일반 국민에게는 다르다. 그 의혹과 제스쳐가 모두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번 영부인을 조사한다는 보도는 일반인들에겐 특검이 뭔가를 포착했거나, 적어도 연루됐을 것이란 오판을 하기에 충분한 소스다.
청와대 관계자도 언론을 통해 “관련 서류를 보면 확인되는 문제인데 조사까지 해야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특검은 최대한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하고, 그 절차와 방법도 그래야 한다.
특정 정당에서 선택된 특검이기 때문에 약간의 제스쳐와 의도에도 정치적 수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임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라면 성공적이긴 하다만 그 혼란과 파장에 대한 책임은 언젠가 반드시 되묻게 되어 있다.
물론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반드시 필요한 조사라면 실시하는 게 맞지만 청와대의 주장처럼 의미가 없는 제스쳐에 불과한 것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국익이 달린 해외순방을 앞둔 상황에서 영향을 줄 만한 일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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