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은 한미연합사 창설 기념일이다. 대한민국의 수호를 목적으로 창설된 지 34주년이면서 동시에 해체 D-3년을 남기기도 했다.
사상 최강의 연합부대로 불렸던 한미연합사는 노무현 정권의 요구에 의해 2015년 12월 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작권 전환’과 함께 진행되는 일로서 사실상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는 일에 상당부분의 책임과 부담을 털고 나간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노무현 정권이 내세운대로라면 지난 4월 17일 해체가 됐어야 하지만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좀 더 있어달라고 해체기간을 연장 시켰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거의 ‘절대’ 안전한 기간을 몇 년 더 늘렸다는 의미가 있다.
한미연합사의 임무는 평시에는 북한으로부터의 전쟁을 억제하고, 만약에 억제가 실패해 전쟁이 발생한다면 최단 기간에 북한군을 궤멸시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유사시 미국은 무려 69만여명의 미군 병력과 함정 160여척, 항공기 2,000여대를 내보내 전투에 임할 것으로 약속이 돼 있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지원이다. 한국군의 약 9배에 달하는 병력으로 한국에 위기상황이 조성될 무렵부터 전력이 투입되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정말 무서운 상대이자, 두려운 일이다. 이들이 감히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군 병력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병력이 북한으로 짓쳐들어간다. 그리고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진행된다.
막연하게 생각해도 북한에겐 악몽이고, 한국에겐 이보다 든든하고 확실한 전력이 없다. 그 든든한 방벽을 노무현 정권이 발로 차 버렸다.
야권과 좌파는 우리도 힘이 생겼으니 이제 미국으로부터 벗어나서 당당할 수 있게 자주국방을 이뤄야 한다고 외쳤다. 군 작전지휘권도 갖지 못한 나라이며 미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고 국민을 선동했다. 미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썼다.
선동에 의한 일반인들의 오해가 참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한미연합사가 마치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고 있는 것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미연합사는 평시에는 전혀 지휘권이 없고 전쟁 상황에서만 한미 양국이 동시 지휘권을 갖게 된다.
그것도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쟁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동승인할 경우에만 작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또 양국 대통령이 승인해도 양국 합참의장의 응한 임무에 대해서만 지휘 권한이 생긴다. 말 그대로 한미연합. 50:50의 지휘권을 갖고 서로 최대한 존중해 무시하고서는 진행할 수 없는 투명한 체제가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한미연합사가 미국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노무현 정권이 한미연합사 해체를 제안했을 때 미국의 반응은 어땠는지 보면 답이 나온다.
‘유감스럽다’ 정도의 반응을 보인 미군은 순순히 우리측의 요구에 응했다. 한미연합사를 맡고 있는 이상 미군은 전쟁시 연합사의 한 축으로서 자존심과 책임을 걸고 북한군을 궤멸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세계 초강대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책임과 부담을 덜게 된 것이니 어찌 맘 편하지 않겠나. 홀가분한 일이다.
이제 전쟁 억제력과 향후 대처에 대한 모든 책임과 능력은 한국군과 한국정부에 귀속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군과 미군의 끈끈한 관계는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질서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그 혼란을 안정화시키고 대비하는 힘도 있었을 텐데 이제 우리는 보다 불안한 안보체계로 나라를 지켜내야 한다.
맞다. 인정해보면 한미연합사와 미군의 주둔이 우리를 망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안보의식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 의식에 깔려있는 안보 불감증을 건드려 보겠다.
‘미군이 있기 때문에 북한은 절대로 쳐들어 올 수가 없다. 만약 쳐들어와도 사상 최강 미군의 막강한 힘으로 단번에 제압해 전쟁에 승리할 것이다’
자. 어떤가. 알게 모르게 다들 생각하고 있는 얘기 아닌가? 북한의 강력한 서울 불바다 협박이나 연평도 포격에도 전쟁에 대한 위협을 크게 못 느끼지 않은가?
우리가 한미연합사와 미군 주둔을 통해 얻고 있는 이득을 따져볼까? 매년 천문학적인 국방비 절감을 보며 그 부분이 경제발전에 재투자 되거나 국민들의 복지에 사용된다.
누적된 비용과 재투자에 따른 추가적 이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쌓여 왔을 테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연달아 올린 이유가 ‘남북 대치상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비교적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어느때보다 공고해 전쟁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였다. 외국 투자가 지속적으로 유치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꿔 말해보자. 한미연합사 해체. 그리고 미군이 철수한다면?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 그리고 상대적으로 줄어들 경제 재투자와 복지비용, 전쟁 리스크에 외국 투자는 줄고 국제신용등급은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의 안보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위태로워 질 것이다.
언젠가 이뤄야 할 자주 국방임에는 확실하지만 최소한 이렇게 급진적이고 비효율적으로는 절대 아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그 이면을 아주 간소화 시켜보면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다. 그리고 그 지출의 최대 사용처가 바로 국방비였다. 우리는 지금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북한을 상대하고 있는 거다. 우리가 과연 충분히 성장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을만큼 튼튾산 재정적, 군사적 여유가 있는 상태인가? 아니다. 우리는 최대한 미군을 활용하고 누릴 수 있을 때까지 누려야 한다.
또 한가지 오해를 설명해 보겠다. 혹자는 남북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한국전쟁에 참여하게 돼 있는 줄 알고 있을 거다. 답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방위조약에는 무력공격이 있을 경우 ‘서로 협의하고, 각자의 헌법상 수속에 따라 행동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미군이 이라크나 아프간전을 치룰 때 우리가 내부적으로 수많은 논의를 통해 비전투병을 지원한 일을 알고 있을거다. 미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안심하고 미군은 무조건 우리를 돕게 돼 있다고만 생각하면 위험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동 참전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말 다행스런 것이 있다. 바로 한강 이북에 주둔 중인 미군의 존재다.
의정부와 동두천에 자리한 1만5천여명 규모의 미2사단이 바로 북한공격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란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전쟁이 발발해도 미국의 한국전 개입은 사실상 복잡한 회의와 절차를 통해 긴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면 우리는 이미 전쟁을 패했거나 초토화된 이후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 남침시 미군이 사망하면 미국은 자국의 공격으로 간주, 미의회 승인없이 전쟁에 자동개입해 한국을 도와주도록 해 놓았다. 이를 미군의 자동개입을 위한 장치, 즉 ‘인계철선’이라고도 불린다.
다시 말해 미2사단의 최전방 배치는 북한 입장에서 미2사단 병력을 모두 죽여야 서울로의 진격이 가능하고, 미군을 죽인다는 것은 곧 미국과의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남침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3년 노무현은 민주평통 자문회의 당시 이런 발언을 했다.
“인계철선이란 말 자체가 염치가 없지 않습니까? 남의 나라 군대를 가지고 왜 우리 안보의 인계철선으로 써야 합니까? 피를 흘려도 우리가 흘려야지요” 안 흘려도 될 피를 흘리게 만들 수 있는 발언이었다. 전쟁 억제력을 일시에 없애서 전쟁을 일어나게 만들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결국 당시 노무현 정부는 평택 미군기지가 완공되면 2016년 한강 이북의 주한미군을 모두 이전시킬 방침으로 미국과 협의한 상태였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때 한미 이북의 병력은 잔류키로 결정이 나며 안보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
한미연합사도 마찬가지로 안보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무기였지만 이제 해체일자가 다가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합참 안에 ‘미니 연합사’를 만들자는 방안이 나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한 갑작스런 변화로부터 완충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범국가적으로 나서 한미연합사 해체를 막아야 하는 게 옳다.
우리가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부터 체크하고 자주 국방을 외치는 게 옳다.
미군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로 철수를 주장하거나 득실도 따지지 않은 채 듣기 좋은 ‘자주 국방’과 ‘군사적 독립’을 외치는 것은 사실상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는 북한에게 가장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김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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