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NLL 대화록 핵심내용이 정리돼 최근 한 월간지에 공개됐다. 전문을 입수한 건 아니지만 그간의 보도와 더불어 대화록의 내용을 본 이들의 발언을 정리하고 진짜 속내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노 대통령은 너무 단순했거나 너무 위험한 사람이다. 노 대통령 개인의 생각으로 국가와 국민 전체를 흔드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 과거 이완용이 이랬을까.
여기에 실린 내용을 보자면 노무현은 북한을 믿어도 너무 믿고 있다. 서해를 다 내줘도 문제가 없을 거란 생각 자체가 그렇다. 북한을 믿은 게 아니라 협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울러 남북 대치상황 자체를 강대국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즉 미국만 없다면 우리가 알아서 잘 화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반감을 계속적으로 드러내고 김정일에게 아첨하는 수준의 기분 맞추기를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 몰래 비밀형식의 회담을 추진한 것이다. 우리가 북핵문제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반환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 그런 대화는 전혀 없었다. 돌아와서는 뭉퉁한 얘기만 던져놓고 헷갈리게 만들면서 자신들이 실제로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숨겼다.
오늘날 이명박 대통령을 보며 일부에선 국민의 뜻도 묻지 않고 몰래 일을 처리하냐고 손가락질을 한다. 하지만 실상 노무현은 국민에게 묻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속여 넘기고 거짓을 말했다. 국익에 관계된 정도가 아니라 안보 전체를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그렇다.
핵심내용을 좀 옮겨보겠다. “위원장께선 너희가 뭘 하고 있느냐고 하시지만 우리도 열심히 합니다. 주한미군이 수도권에서 나가게 되어 있고 전시 작전권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로 미국이 꼽혔고, 두 번째가 일본, 세 번째가 북한입니다. 10년 전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이건 자주외교와 민족공조를 열심히 한 결과입니다.”
군대에서 정신교육 시간엔 항상 강조되는 것이 ‘우리의 주적은 북괴’라는 말이다. 군대를 갔다온 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버지’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주적인 북한군 수장을 앞에 놓고 ‘우리의 주적 미국은 거의 몰아냈고, 북한은 이제 적대순위 세 번째가 됐다. 열심히 노력했더니 이렇게 됐다’면서 자랑을 한다?
최전방 철책에서 북한군을 감시하며 호국의지를 다지는 그 초병을 대통령이 배신을 한 것이다.
청와대에선 NLL 대화록을 쉽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뿐이랴. 김정일과 만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노무현은 서해상 북방한계선인 NLL에 대해 “그림까지 딱 넣고 합의 도장을 찍어버려야 하는데 조금 더 북쪽으로 밀어붙이자, 남쪽으로 내려오자 하며 옥신각신하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문제를 놓고 괜히 어릴 적 땅 따먹기 할 때 땅에 줄 그어놓고 니 땅 내 땅 그러는 것 같다”고 말한다.
NLL은 꼭 지켜야 할 이유가 없으며 영토선이 아니란 북한 주장도 맞다고 인정했다. 또 NLL의 성격을 우회적으로 변질시키기 위한 노력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에서 김정일과 어떤 밀약을 하고 온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무현의 뼛속 깊은 반미의식과 더불어 절대로 북한이 뒷통수를 칠 나라가 아니라는 순진한 생각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문헌 의원은 노 대통령이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북한이 핵 보유를 하려는 것은 정당한 조치라는 논리로 북한 대변인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북한이 나 좀 도와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대변인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총칼을 들이대고 위협하는 적을 앞에두고 옹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전에도 언론인들 앞에서 “인도 핵은 되는데 북한 핵은 왜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북한의 핵이 누굴 향하고 누굴 위협할 지를 정녕 모르는 건지 의심스럽다.
과거 북한이 위조달러를 만들며 국제적 범죄를 저지르자 미국이 북한의 거래 은행에 금융제재를 취했다. 그러자 노무현은 ‘미국의 BDA 조치는 잘못됐다’고 발언한다.
생각해보자.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고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파트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에게 잘못을 한 범죄자가 아닌가. 가해자를 탓하며 조치하는 피해자에게 우리는 오히려 비난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노무현과 김정일 사이에 오고간 대화를 남북공동선언문으로 정리한 것이 10·4선언이다. 국민들을 기만했던 10.4선언의 이면을 이제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미동맹 해체로 가고 있음을 김정일에게 아뢰고, 남의 그어 놓은 NLL 따위는 무시하자는 안보를 뒤흔드는 내용이었다. 우리를 시시탐탐 노리는 늑대에게 빗장 풀어놨고 국민들 안보의식도 흐려놨다면서 일렀다.
북핵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었고 조선공단과 철도 및 고속도로 개보수에 막대한 대북 퍼주기를 약속했다. 거래였을까? 그랬다면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돌려달라는 얘기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없었다. 이는 거래가 아니라 상납이나 마찬가지다.
10.4선언이 우리의 목을 조르며 북한에게 어떤 정당성을 계속 제공해주고 있는 거라면 이제 노무현과 김정일의 대화록 전문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천인공노할 대화가 오고 갔고, 언약으로 남았다면 10.4선언은 남북 평화를 위한 게 아닌 국가 존립을 위협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계약이었다.
정부와 국정원은 국민들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대화록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
김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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