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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게 바쳐진 北의 ‘2012’

김정일 사망 1년을 돌아보며

김정일이 급성 심장쇼크로 사망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오는 17일이면 1주기다. 일본에서는 그에 맞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보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1년. 그 1년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최근 북한 김정은이 미국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후보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정일의 뚱뚱한 상속자 김정은이 경제재건, 굶주림과의 싸움, 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게 타임의 평가였다.

네티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세계 최빈국의 3대 세습왕조 젊은 독재자의 행보다. 무자비한 피의 숙청으로 정권을 장악하며 80대 혁명 1세대 군부 원로들이 20대의 손자뻘 되는 김정은 앞에서 충성 맹세를 하는 것을 보며 네티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난해 말 김정일이 죽자 김정은은 ‘강성대국’을 기치로 내걸고 축제 분위기와 더불어 강력한 내부결속 의지를 내비쳤다.

김정일 애도기간 중 조직적인 모임에 불참했거나, 참가해서도 눈치를 봐가며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자는 최소 6개월 노동단련대 처벌이 내려졌다.

그러면서도 김일성 생일 100주년과 김정일 생일 70주년을 맞아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을 대거 석방하기도 했다.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불만감을 잠재우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평가다.

김정은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으로 대대적인 우상화와 군부 장악에 나섰다.

전국 각지에 동상을 세우고, 초상화를 교체하는가 하면 업적을 선전하기 위한 서구풍 위락시설을 건립하는데 3억 달러 이상을 썼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은 김정일 70회 생일과 당 대표자회 및 최고인민회의를 거치며 자신이 진정한 후계자임을 공표했다.

김정은이 집권한 뒤 10개월 동안 나선 현지지도 횟수가 김정일 조선인민군 국방위원장이 집권 초기 3년 동안 간 현지지도 횟수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군 주요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계급 강등, 충성서약을 강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정일이 10년에 걸쳐 진행했던 군부 장악을 단 1년만에 해결하기 위한 행보였다.

그 과정에서 과격하고 무리한 움직임에 부작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김정일에 비해 군부 장악능력이 떨어지는 김정은이 1년도 안된 통치시점에서 대규모 군부인사 조치를 강행했기 때문에 군에 내재돼 있는 불만이 상당할 것이란 분석들은 당연한 것이었다.

숙청된 장성들이 급격하게 늘어갔고 북한에서는 자고나면 별들이 하나씩 사라진다는 말도 들려왔다.

특히 술을 마시다 걸린 인민무력부 부부장의 경우 “머리카락 하나까지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공개된 장소에서 박격포로 쏴 처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탄의 탄착 지점에 처형될 사람을 세워놓고 포를 쐈으며, 시신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처형이었다는 설명이다.

7월에는 군의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함으로써 군부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김정은은 군 수뇌부 대거 교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국가안전보위부를 중심으로 한 공안통치 강화 등을 통해 불안한 권력유지를 이어갔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발사 수 분만에 폭발하면서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추락했다. 이 한발로 북한 주민 1년치 식량을 날려버린 것이다.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도 있는 실패였다. 결국 김정은은 미사일 발사에 실패를 하고도 주민들에게는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선전하며 실패를 언급하는 사람을 색출했다.

평양시민들과 주요 인사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시장과 공원, 대학, 간부아파트와 사택들에도 감시카메라들을 설치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내부적 불안감을 우회적으로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후부터는 김정은의 대남 간섭이 시작됐다. 이명박 정권을 대대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국내 보수 언론기관들을 타겟으로 해 폭격을 가하겠다는 식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경제 개방의 분위기를 고조 시키며 주민들을 안심시키려 애쓰는 연출도 있었다. 대형마트를 들여오고, 놀이공원을 오픈하거나 패스트푸드점을 열기도 했다. 또 명품으로 치장한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며 안정적인 지도자라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는 모두 현실을 외면한 김정은 한명만을 위한 북한의 희생이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식량난은 여전히 심각하며 경제는 붕괴 직전까지 진행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놀이공원은 모두 극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것이며, 서민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와중에 북한 병사가 상관을 해치고 귀순하는 군 기강 해이까지 보여주고 있다. 민심에 이어 군부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1주기를 맞아 뉴스에서는 북한이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 있는 인사들에게 귀국을 명했고, 노동신문은 김정일을 기리는 노래 악보를 게재, 그를 추모하는 글을 실었다고 한다. TV에서도 김정일의 현지 지도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를 내보내거나 그의 육성 강연을 공개했다고도 한다.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맞아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유도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제 겨우 1년이다. 김정은은 그 짧은 기간 자신을 위해 북한 전체를 희생시켰다. 특권층을 위한 사치품 수입이 역대 최고에 달했다. 간부들을 위한 아파트를 지어주고, 자신만을 위한 개인스키장을 짓기도 했다.

북한 경제는 힘들다. 힘을 하나로 모으기에도 벅찰 만큼 정신없이 돌아가는 북한이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하니 그 생활고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면서도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버지 김정일 사망 1주기를 위한 행사라고 한다. 북한 전체 주민의 2012년은 김정은에게 바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 사망 후 1년인 2012년. 김정은의 올해 1년은, 지옥 같았던 북 주민들의 1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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