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즉 NPT 탈퇴를 선언한 지 10일로 꼭 10년이 된다. 우리를 공격할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선포한지 10년이 되는 셈이다. 그 10년간 북한은 더 고립됐고, 궁핍해졌으며, 위험해졌다.
2003년 1월 10일. 그날 북한은 정부성명을 통해 “핵무기전파방지조약으로부터 탈퇴와 국제원자력기구와의 담보협정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선언했다.
당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의심 속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거부하기 위해 NPT를 탈퇴한 것은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북한은 NPT탈퇴로 국제적인 핵사찰 의무를 벗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기도가 성공한다면 핵무기확산금지체제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핵엔 핵으로 맞서라며 NPT를 탈퇴를 주장하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다.
따라서 이 체제의 유지 임무를 위임받고 있는 IAEA나 이 체제의 기득권층이라 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국들로서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북한의 NPT탈퇴가 남북한간의 문제를 떠나 국제적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찌됐든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북한 스스로는 자주적 독립노선을 걷겠다는 의미를 선포한 것인지는 몰라도 국제사회에서의 입장에서는, 아니 최소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우리를 공격할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들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NPT 체제 유지를 위해 즉각 경제, 외교,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고 한반도에 위기감은 지금껏 고조된 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TP)의 정식명칭은 ‘핵무기 불확산에 관한 조약’이다. 1968년 조인, 1970년 발효됐다. 미국과 소련의 주도로 성립됐으며 중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5개국의 핵무기 독점보유를 인정하는 대신 여타 가맹국의 핵무기 개발, 도입, 보유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5개 핵 보유국에 대해서도 핵무기와 기폭 장치의 제 3자로의 이양을 금지하는 한편,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는 자체핵개발의 금지와 원자력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실상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돼 있는 상태이며 우리나라는 1975년 86번째로 정식비준국이 됐다.
북한은 1985년 가입했다가 1993년 탈퇴 선언, 이후 회담에 따라 보류했다가 2003년 다시 탈퇴를 선언한 상태다.
세계적인 원자력 발전 붐이 일던 시절 북한은 1960년대부터 소련과의 협정을 통해 원자력 기술연구를 해왔다. 결국 1987년 영변에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등 원자로 건설과 농축우라늄 개발을 본격화해왔다.
그러다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이후, 북한에 대한 핵의혹 제기와 북한의 반발, NPT탈퇴 등으로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적으로 대두됐다.
1994년 북한과 미국간 제네바협정에 의해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했고, 대신 미국은 북한의 전력시설을 위해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경수로 건설이 당초 약속보다 지연되고, 2001년 미국의 부시행정부 등장 이후 북미간 갈등이 고조되자, 북한은 이에 미국의 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핵시설 가동 재개를 밝히며 2003년 NPT 탈퇴에 까지 이른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사실상 일방적으로 파기한 북한은, 핵 무기 개발을 통해 우리에게 커다란 안보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 이는 경제, 사회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외의 국내 투자는 국가신용등급 향상과 밀접한 영향을 갖는다. 그리고 이번에 사상 최대로 오른 국가 신용등급은 북한과 대치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신용평가사들이 판단한 게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을 시 우리 한반도 위기감은 극도로 고조될 것이며, 외국자본들은 하나둘 짐을 챙겨 떠나갈 것이다. 극도의 경기 침체와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만약 핵을 보유하게 됐을 시 북한은 우리와의 협상에서 절대적 우위에 서게 된다. 우리는 그들의 눈치만 보며 그들의 막가파식 행동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강력한 안보의식으로 무장해 그들의 핵개발을 저지하고, NPT 재가입을 독려해야 하는 이유다.
미군철수를 외치거나 한미동맹 해체를 말하는 이들에게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어떻게 보는지 묻고 싶다. 종북주의자이든 아니든 어찌됐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로선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그대로 노출돼 있다. 북한이 민족공조를 외치면서 우리 뒷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에 너무 안이한 안보관으로 대처해 온 게 사실이다.
NPT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북한은 사회적 약속을 무참히 깨버릴 수 있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막가파식 행동을 할 수 있는 세력이라는 게 입증됐다.
얼마전 우주로 쏘아보낸 로켓이 실은 미사일 추진체와 같다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이제 북한의 핵 개발 위협은 우리 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까지 위협하고 있다.
주요강국 사이에 끼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동북아 정세 전반에 엄청난 변화가 야기될 수 있다. 심지어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이들을 계속 궁지로 몰 경우 도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들이 강력한 협상력을 갖게 될 것이며, 이를 이용해 우리에게 불리한 요구와 협박을 해 올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올 한파에 북한은 굶주리고 있다. 국제적 지원이 없다면 당장이라면 굶주리고 영양실조에 허덕일 것이며,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다. 북한이 선택한 군사적 공작으로 인한 궁핍. 결국 내부적으로의 붕괴가, 그들이 생각하는 군사대국의 시나리오보다 더 현실적이고 가까움을 알아야 한다.
이미 10년간 북한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우리에게 식량지원을 요청해 오지 않았던가. 이명박 정부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자 온갖 협박과 욕설을 퍼부으며 유치한 발악까지 보였었다.
만약 북한이 과거처럼 핵 개발로 관심을 받아 수십만톤의 식량을 지원 받고 싶어하는 거라면 차라리 핵 개발 야욕을 버려라.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라. 손을 벌리라.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고 민족으로서 품을 것이다.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