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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팝은 왜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나

‘국민감정’ 이란 이름의 무역장벽

K팝으로 불리는 한국 신세대가수들이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시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가수들이 일본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며, 본 조비나 롤링 스톤즈 같은 세계적 뮤지션들이 공연했던 도쿄돔에서도 한국가수들의 공연은 빈번히 이뤄진다.

과거 일본에서‘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히트시켰던 조용필과 일본식 엔카로 인기를 누렸던 김연자, 계은숙 등에 비해 훨씬 다양한 장르,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이전에 활동했던 한국가수들보다 훨씬 크다.

이에 비해 J팝이라 불리는 일본음악이 한국에서 거둔 성적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에서 J팝은 여전히 낯선 장르다. 일본 포르노배우들 이름을 줄줄이 꿰고 다니는 사람은 많아도, 일본가수 이름들은 아직 낯설다. 일본가수들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본노래는 한국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J팝은 절대 한국에 보급될 수 없어 보인다. 한국정부가 너무나도 견고한‘장벽’으로 J팝의 한국진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허울뿐인‘문화개방’

1998년 김대중 정권시절 일본과의 우호, 교류 증진을 위해 단계적인 일본문화개방을 천명했고, 2004년 제4차 일본문화개방을 통해 영화, 음반, 게임에 대해선 완전 개방이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어떤가? 현재 한국의 지상파방송과 라디오에서 일본노래나 일본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법적 제한은 없다고 하지만 실제 한국의 라디오나 TV에서 일본노래는 거의 들을 수 없다. 방송사들이‘국민정서’를 이유로 방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국민정서’라는 것에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식이다. 무슨 문제만 터지면 언제든지‘국민정서’라는 것을 이유로 일본노래 방송을 금지, 제한, 중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2001년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은 일본 문화개방을 일시중단 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사람 중 그때 그 교과서 문제라는 것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기억도 못하는 것을 정부가 문제 삼아 일본문화 개방을 일방적으로 막아버렸던 것이다.

한국사회는 일본노래를 싫어하는가

2006년 7월 일본에서 인기 절정의 5인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가 한국을 첫 방문했다. 아라시는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 적도 없고, 한국에서 공연을 해 본적도 없는 그룹이었다. 그런데도 공항에는 1500여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일대 혼잡을 이뤘고, 아라시 멤버들은 한국에 그렇게 많은 팬들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정부나 언론의 말대로라면 일본노래나 문화는 한국인들에 반감과 거부감을 살 우려가 있기에 방송을 자제한다는 것인데, 실제 한국의 음악팬들은 방송 한 번 되지 않은 아이돌그룹을 보러 공항으로 몰리고, 그들을 향해 환호한다.

한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록그룹 엑스재팬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 단 한 장의 앨범도 발매되지 않았던 1990년대부터 한국에 수입된 앨범만 100만장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고, 길거리 노점 카세트 판매대에서는 하루 종일 엑스재팬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한국의 음악팬들은 앞을 다퉈 한국서 발매조차 되지 않는 그들의 CD와 비디오를 구하려 웃돈을 얹어가며 구입경쟁을 벌였다. 또한 엑스재팬의 인기가 결코 허상이 아니라는 것은 2011년 첫 내한공연이 성황리에 끝난 것으로도 증명됐다.

특정 그룹, 밴드에 국한되는 현상일지는 몰라도, 국민들 중에는 분명 일본가수의 공연, 방송, 노래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가 정말로‘국민정서’를 생각하고, 국민이 만족할 문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면, 일본가수의 공연, 방송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민정서’라는 기준은 정당한가?

일본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염려하면서도 TV에서는 새벽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방송되고, 애니메이션 채널은 아침부터 밤까지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진다. 그렇게 어린이들은 어려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보며 일본식 정서와 감정 표현, 제스처를 보며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된다. 한국정부가 원하는‘국민정서’는 이런 것이란 말인가?

한국산 애니메이션은 수요도 공급도 굉장히 적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체할 콘텐츠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독도 문제가 일어나건 역사 문제가 일어나건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수입을 중단할 수는 없다.

반면, 음악은 한국 내에서도 포화상태의 아이돌그룹들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이기에‘국민정서’라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수입 제한, 방송 제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의 제한이나 쿼터제를 두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엿장수 맘대로 식 기준 없는‘국민정서’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아무리 봐도 합리적인 이유가 되지 않아 보인다.

일본의 포르노, 애니메이션, 만화가 홍수처럼 돌아다니는 한국에서, 일본에 대한‘반감’과‘국민정서’를 탓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닌가?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국민정서는‘귀’로만 느껴지고,‘눈’과‘하반신’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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